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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
[Opinion] 도살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 [도서]
So it goes(뭐 그런 거지), 그 말이 감당하지 못한 것들
보니것은 이 소설의 서두에서 이미 자신의 실패를 고백한다. 전쟁이 끝나고 이십여 년이 지나도록 드레스덴에 관한 책은 "말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14~15)고 적는다. 그날을 함께 겪은 전우 오헤어를 찾아가지만 "우리는 마치 전쟁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이따금 낄낄대고 싱글거렸지만, 둘 다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전혀 기억할 수가 없었다"(28).
by
최은파 에디터
2026.08.01
오피니언
사람
[오피니언] 인문학의 쓸모와 멋진 신세계2 [사람]
자유의 무게
그리고, 그리고 바로 여기에다가 비트겐슈타인 인용을 미리 붙여두고 싶습니다. ‘세계의 한계는 주체의 한계이다, 그러므로 세계란 곧 나의 세계이다.’ 내게 세계란 스스로 이해하는 만큼의 양감으로써 다가와 뚜렷하게 감각되고, 선명하게 인지되며, 그만큼 분명하게 구획되는 것. 그 너비와 깊이가 곧 내 세계의 크기이며, 나의 그것은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공간적으
by
서상덕 에디터
2026.08.0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여름은 이렇게 귀엽고 시끄럽다 - 고선경 '샤워젤과 소다수' [도서/문학]
슬러시와 소다수, 예능과 게임 사이에서 만난 고선경의 귀엽고 시끄러운 여름.
어떤 책은 읽는 순간 특정 계절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고선경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를 펼치면 여름이 온다. 제목부터 그렇다. 샤워젤의 향긋한 거품과 소다수의 톡톡 터지는 기포는, 땀을 씻어낸 뒤 마시는 차가운 음료를 떠올리게 한다. 시집 곳곳에는 슬러시와 아이스크림, 메론소다와 과일 향기처럼 달고 차가운 것들이 가득하다. 그 사이로는 예능 프로그램과 모
by
오가영 에디터
2026.07.29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한 조각의 마음 - 파과 [도서/문학]
『파과』, 상실과 변화 그리고 살아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
처음 『파과』를 접했을 때 가장 눈길을 끌었던 설정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점이었다. 노인, 여성, 킬러. 좀 처럼 보기 어려운 조합을 구병모 작가는 하나의 인물 안에 담아냈다. 책장을 넘길수록 이 소설은 킬러의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평생 지켜야 할 것은 만들지 않으려 했던 사람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겨나는 과정을 그려낸다.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by
이수민 에디터
2026.07.2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가장 비참한 불행 속, 숨겨진 실존을 찾아서 [도서/문학]
페터 한트케의 단편 소설 『소망 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ück』은 어머니의 실존적 삶을 담은 이야기이자 어머니에 대한 잔심 어린 애도이기도 하다.
살아있음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심장이 뛰고, 숨을 쉬며,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인 한, 눈에 보이는 생물학적 생존의 증거 너머에 실존, 즉 ‘진정한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키에르케고어의 실존철학에 따르면, 인간은 항상 타자와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과 관
by
서연화 에디터
2026.07.22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읽지 않은 이름과 선전포고 [사람]
책 읽기 전에 쓰는 독후감이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어린 나에게 더도 덜도 말고 17살 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신 소설이었다. 그 말은 들은 건 12살 정도였고, 장소는 우리 동네의 작은 글쓰기 교실. 선생님은 내 손에 글 쓰는 취미와 글에 대한 동경을 쥐여준 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졸
by
이다혜 에디터
2026.07.22
오피니언
사람
[오피니언] 인문학의 쓸모와 멋진 신세계1 [사람]
인문학의 쓸모라
I. 원엽, 오늘은 날이 좋은 토요일이었습니다. 7월 11일, 그대의 생일 하루 전날입니다. 요 며칠 늦추어진 장마라 하며 뉴스가 떠들썩한 참이었으나, 기대치 않은 햇살이 참으로 눈부셔 좋았습니다. 오늘 낮 기온을 두고 선선하다고 말하진 못하겠습니다만, 습하지 않아 적이 충분하였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마비노기를 하다가, 아점을 먹고 낮잠까지 잔 뒤, 느
by
서상덕 에디터
2026.07.20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가해자의 부모가 된다는 것 - 소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도서/문학]
하타사와 세이고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학교의 호출로 급히 모인 부모들. 긴장한 얼굴로 선생을 기다린다. 회의실에 모두가 모이자 선생은 브리핑을 시작한다. "금일 오전 본교 2학년 3반 이노우에 미치코 양이 자살했습니다." 건조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학생주임의 말을 듣는 부모들의 얼굴에 긴장이 감돈다. 모두가 하교한 시간, 왜 다섯 아이만 학교에 남았을까. 왜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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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에디터
2026.07.20
리뷰
PRESS
[PRESS] 둥글고 말랑말랑한 상실 - 지상의 밤
상실 이후 나아가는 말랑하고 독특한 희망의 소설
우리는 마음을 끝낼 때 ‘접는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접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종이를 접었다 펼친 뒤에도 자국이 남듯, 사랑한 것이 사라진 뒤에도 사람은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임선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지상의 밤』에는 각기 다른 상실을 통과하는 일곱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연인과의 이별부터 가족의 죽음, 반려동물과의 작별, 멀어진 친구와
by
오수민 에디터
2026.07.15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우리는 간다, 절반의 세계로 [도서]
우리가 “한 번쯤 피노키오를 타고 떠나”온 곳, 우리가 쓸데없이 그리워하는 곳은 바로 그곳이다.
사람은 만질 수 있는 것(육체)와 만질 수 없는 것(정신)으로 나눠져 있으니, 그 본래의 모양대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이다. 우리는 만질 수 있는 세상과 도저히 만질 수는 없는 세상으로 구분한 다음, 어쩔 수 없이 만질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결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그리워하기도 하는 것. 그러므로 어떤 시들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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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환 에디터
2026.07.14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연약한 인간들이 끝내 살아가는 법 - 도대체 '기억을 먹는 아이' [도서/문학]
세상이 어떤 곳인지 끝내 알 수 없어도, 우리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그 안을 살아간다.
"세상은 살아갈수록 미련이 쌓이고, 후회할 시간이 부족한 곳이군요." 「기억을 먹는 아이」 속 눈송이는 세상을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한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이처럼 요약한다. 이 책에는 기억을 먹는 아이부터 은행나무, 풍선, 눈송이까지 인간의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시대와 장소는 뚜렷이 특정되지 않는다. 이야기마다 현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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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영 에디터
2026.07.13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여성의 결혼은 왜 비즈니스가 되었을까 - 제인 오스틴의 '설득' [도서/문학]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그렇듯 <설득>도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혼은 뻔한 로맨스의 결말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위기를 겪고 사랑을 확인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리듯 맞이하는 결혼. 하지만 결혼은 이야기의 끝이 아닌,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의 클리셰 안에서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비즈니스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그렇듯 <설득>도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이다. 결혼은 뻔한 로맨스의 결말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위기를 겪고 사랑을 확인한 뒤, 대단원의 막을 내리듯 맞이하는 결혼. 하지만 결혼은 이야기의 끝이 아닌,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제인 오스틴은 로맨스의 클리셰 안에서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비즈니스를 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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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주 에디터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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