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적나라하게 마주한 참혹한 역사 - 숄 [도서]

글 입력 2023.12.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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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문학은 대표적으로 <안네의 일기>를 포함하여 <이것이 인간인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서에서>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홀로코스트 문학의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신시아 오직(Cynthia Ozick)의 <숄(The Shawl)>이 있다.


책 <숄>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인물들의 끔찍한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어두운 역사를 재조명한 소설이다. 단편 <숄>과 <로사>로 엮여 있으며 두 작품 모두 최고의 단편소설에 주어지는 ‘오헨리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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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의 <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의류 중 하나인 숄이 맞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숄의 의미와 상징에 대해 깊게 고민하며 읽으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숄>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몰입감과 참혹했던 당시의 상황을 현장감 있게 일깨워준다. 강렬한 감정과 트라우마, 복잡한 주제를 압도적인 필력으로 풀어낸 신시아 오직의 역량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강렬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놀라운 점은 작가 신시아 오직이 직접적으로 홀로코스트를 겪은 세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시아 오직이 그려낸 역사 속 참혹한 사건과 비극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실제로 해당 책을 읽은 정신과 의사가 오직의 자전적인 내용인 줄 알고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이다.

 

단편 <숄> - 책의 시작을 알리는 단편 <숄>은 비인간적인 수용소 환경 속에서 어린 딸 ‘마그다’를 지키려는 엄마 ‘로사’를 중심으로 전개가 된다. “스텔라는 추웠다. 뼛속까지 추웠다. 지옥인가 싶은 추위였다. 그들은 함께 걷고 있었다. 로사는 젖가슴 사이 숄에 둘둘 싸인 마그다를 웅크려 안고 있었다.” 이 한 문장 만으로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처럼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숄이라는 간단한 소재를 가지고 모성애와 함께 인간존엄과 생명윤리가 참혹하게 부정되고 파괴된 역사를 묘사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직접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 없이 압축된 언어로 구성이 되었기에 장편 소설을 능가하는 은유적인 표현들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한 문장 한 문장의 강렬함이 가히 압도적이다.


단편 <로사> - 뼛속까지 차가운 추위가 느껴지는 단편 <숄>과 반대로 이어지는 단편 <로사>는 찌는듯한 텁텁한 사막 한복판의 더위가 느껴진다. <숄> 이후의 약 30년 후를 묘사했으며 당시 홀로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그저 ‘수집하는 생존자의 데이터’라는 타이틀로 조사 대상으로 보는 비인간적인 태도들에 대한 분노를 포함하여 참혹한 역사를 극복하고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생존자들, 빠져나올 수 없는 트라우마에 갇혀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까지, 홀로코스트로부터 생존한 이후에도 당시의 트라우마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과 극한의 역경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삶을 향한 의지를 강렬하게 묘사했다.

 

두 단편으로 엮인 신시아 오직의 <숄>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적나라하면서 은유적인 묘사, 트라우마에 대한 고찰, 숄에 내재된 상징성,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홀로코스트 문학의 이정표가 되었다.


단편이기에 압축적인 단어들의 향연이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예술적이게 압축한 표현들과 함께 탁월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무겁고 참혹한 역사를 두 눈으로 직면하는 체험을 선사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와 같은 사실감을 전달한 신시아 오직의 스토리텔링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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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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