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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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대의 미감으로부터 도망쳐 나와
1992년의 지현 씨처럼, 일흔의 할머니처럼, 서촌의 횟집 사장님처럼
저 간판들이랑 SNS 화면이랑 좀 닮은 것 같지 않아? 하루는 누군가 그런 말을 꺼냈다. 거리를 가득 메운 번잡하고 피로한 형형색색의 간판들을 보며 감상을 나누던 와중이었다. 조잡한 유행어로 만들어진 입간판, 누가 더 크고 요란한지 대결이라도 하려는 듯 건물의 외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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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일상에서 조난 당하기
발끝에 감각이 없을 때쯤 무릎을 그러안았다. 무릎과 머리를 맞대고 잊었던 이야기를 오래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생각한다. 생각이 끝나면 다시 걸어야지.
옆집에 끔찍한 소음공해를 만들던 남자 세입자가 나가고 한 몇 개월 전에 부부가 이사왔다. 집주인한테 듣기로는 신혼부부라는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싸웠다. 빈약한 벽의 두께 덕에 어떤 것으로 싸우는지 대충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이 여자 쪽이 신경질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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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분홍은 없는 색
분홍색은 사실 없는 색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이 일곱 빛깔이 하늘에 보이는 순간 우리들은 환호한다. 카메라를 하늘에 향하기도, 가던 길을 멈추어 멍하니 바라보기도, 일행을 툭툭 치며 손 끝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비단 흔치 않은 일이라 그런 것은 아닐 테다. 누가 보아도 그 일곱 색깔은 누군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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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의 손글씨 보물상자
편지 모으기
어릴 적 나는 온갖 것들을 수집하는 일을 좋아했다. 조금이라도 내 눈에 예뻐 보인다면 나의 보물 주머니 한 켠에 들어가 한참이고 나오질 못했다. 해변가의 조개와 길을 걷다 만난 예쁜 색감의 돌부터 포장지가 마음에 드는 초콜릿 포장지와 형형색색의 구슬, 심지어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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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결국 사람은 다 사람끼리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거대하고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다.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이들이 서로에게 매일매일이 되어주고 있다. 누군가는 매일 당신 덕분에 무탈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며 조바심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춘기 때 한번은 나만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속상했던 적이 있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은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을 한 가지 준다고들 하는데, 나한테만 안 준 것 같아 나를 잊었나 생각도 했다. 친구 A는 그림을 너무 잘 그렸다. 연습 한 적도 없는데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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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쪽지 러브레터
네게 바라는 점은 나와의 만남으로 인해 삶이 조금 더 행복해졌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오래도록 노력해야겠다. 한없이 표현하고, 원 없이 다정하고 어떤 모습이든 기어이 사랑하겠다. 너의 맑음과 나의 밝음이 만나, 앞으로도 우리의 모든 날이 따뜻하고 맑고 환하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친구와 사랑 이야기를 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감정은 참 수줍고 예쁜 것 같아. 난 아직 누군가를 먼저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만약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호기심 늘 궁금했다. 내가 먼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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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콘텐츠가 없는 사람
게으르게, 관성적으로, 몹쓸 습관과 함께 공허를 만들고 있었다
콘텐츠가 없는 사람.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어디선가 이야기가 되는 것. 쉽게 따라 할 수도 없고 따라 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고 해도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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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당신은 비술은 무엇입니까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은 가까이 놓인 것들을 나의 피부처럼 느끼는 집중이 필요한 때이다.
문득 그럴 때가 있다. 별생각 없이 발 딛고 있던 세계를 정통으로 맞아버려 낯설고 아득해지는 때가. 대형마트 한복판에서 고개를 들었다가 끝없이 진열된 상품들에 압도됐던 날이 그랬다. 이런 마트가 지역에 몇 개나 있으려나. 서울에는? 한국에는? 옆 나라에는? 지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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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는 동두천에 산다
흠
나는 동두천에 산다. 태어난 건 대전, 두 살까지는 서울에 살았다고 하는데 기억이 전혀 안 난다.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동두천에서 나왔으니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동두천 사람이다. 지금도 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오던 동두천 꿈나무 정보 도서관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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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흘러간 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는 것들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시간에도 경험은 나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2026년 상반기를 보내고 하반기의 시작인 7월도 어느덧 마지막 날이다. 언제나 느끼지만 이번에도 역시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올해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레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하며 뒤를 돌아보게 된다. 올해 초에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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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하나 빼기] 세상에게 이르는 문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정확한 미래를 볼 수 있지만 누구도 그 예언을 믿지 않는 저주. 비운의 카산드라를 부쩍 자주 떠올린다. 내가 명확히 인식하는 세계를 누군가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낙차를 자주 경험하기 때문이다. 외계인을 만난 것과 다름없는 당혹감을 느낄 때마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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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여름을 담아, 가장 싱그러운 마음을 전한다는 것
살구나무숲 세 번째 학예회 - '나의 ( )에게’
태어나 처음, 꽃 전시에 초대받았다. 7월의 긴 장마 사이에 고맙게도 해가 뜬 날이었다. 꽃 전시를 보러 간다 생각하니 새삼 길에 있는 식물들에 눈길이 갔다. 어느새 여름 한가운데 있는 나무들은 길어진 가지들과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고, 근사한 벽돌로 지어진 집 담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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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심신 달래기
엉성한 나를 견디기
평일 저녁 6시,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가방을 챙긴 후 회사를 급히 빠져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역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면, 최근엔 역을 그대로 지나쳐 신당역 근처의 한 낡고 허름한 건물로 향하고 있다. 좁은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다 약간 숨이 찰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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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클래식 작품에서의 인종주의,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①
블랙 페이스, 그리고 백인 작가의 흑인 캐릭터 스테레오타입
정말 좋아하는 작품임에도 오피니언 주제 선정에서 매번 탈락했던 작품들이 있다. 바로 인종주의적인 장면이 부분적으로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여전히 클래식 레퍼토리로써 상연되어 오고 있는 작품들이다. 단적으로 작품에 대한 분석과 찬사만 남기기에는 현대의 시선으로 관람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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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음의 모양
내가 오래 바라보았던 건
내가 가진 고약한 버릇 하나를 고백한다. 나는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그 사람의 단점을 먼저 발견하려 한다. 돋보기를 들고 유심히, 뚫어져라 관찰하면서 기어코 그 사람의 흠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한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그 사람에게서 ‘내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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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래 어쩐지, 너무 그레이트하더라 - 2026 서울시향 수산나 멜키의 슈베르트 ‘그레이트’
유성이 얼굴 1센티미터 앞에서 번뜩인 밤 - 2026 서울시향 수산나 멜키의 슈베르트 ‘그레이트’ 리뷰
지휘자가 거대한 땅콩 껍질 모양을 그리면 반드시 풍요로운 바람이 공연장의 좌우를 휘감았다. 지휘의 움직임은 무척 다정한데, 그 결과로 나오는 소리는 우아하고 절도 있었다. 나는 이 곡을 들을 때면 천체관측소 안으로 속절없이 데려다 놓일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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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생일 축하해!
선택의 기로에 선 이십 대를 보내며
얼마 전 동갑 친구와 함께 뮤지컬 영화 <틱틱붐>을 봤다. 주인공 존은 자신이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길 꿈꾸는 청년이다.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곡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한편, 한때 배우를 꿈꾸던 절친은 잘나가는 광고 회사에 다니며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