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로콜리너마저, 그들의 음악은 [음악]

글 입력 2024.04.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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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만개하는 하얀 벚꽃과 떨어지는 목련잎... 그리고 이를 묵묵히 지켜보는 개나리들. 고개를 들어 꽃나무를 쳐다보다가도 다시 고개를 숙여 민들레와 제비꽃을 바라본다. 목이 간질간질해 오고, 왜인지 모를 싱숭생숭함에 괜스레 카페에서 봄 시즌 메뉴를 시켜 먹는다. 그러고는 두꺼운 패딩을 옷장 깊숙이 집어넣고 얇은 가디건을 꺼내는 것처럼 플레이리스트를 뒤적거린다. 나만의 계절감을 가지고 있는 앨범, 다들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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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친언니가 좋아하던 밴드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껏 해봐야 중학생이었을 텐데 꽤나 올드한 취향이었달까. 하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언니의 취향이 어떻고 노래가 어떻고를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아빠의 차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자연스레 들으며 컸다. 조기교육이 무섭긴 하다. 아직도 전곡을 따라 부를 수 있는걸 보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나에게도 많은 노래와 영화, 책들이 스쳐 지나가고 취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든 시기에 브로콜리너마저가 중요한 역할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려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다. 결국에는 돌고 돌아 다시 이 노래로 돌아왔달까.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가사 한 줄 한 줄을 떠올리게 되고, 다시 들으니 또 새롭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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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는 2008년 발매된 정규 1집이다. 2012년 이후에는 어떤 음원 사이트에서도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이 불가능해졌다. 히트곡을 모아서 다시 녹음한 앨범 <골든-힛트 모음집 [앵콜요청금지.]>이 있으나, 계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보편적인 노래> 앨범을 유튜브로 찾아 듣곤 한다. 총 12개의 곡이 수록된 앨범인데, 그중에 어느 곡을 골라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모든 곡이 좋다.

 

 

 

# 01. 춤



 

 

우린 긴 춤을 추고 있어

 

 

재생 버튼을 누르면 흘러나오는 첫 소절이 삶을 관통한다. 긴 춤... 그것이야말로 삶이 아닐까.

 

춤을 춰본 적이 있는 사람은 더욱 고개를 끄덕일 테다. 누군가와 함께 추는 춤은 그저 단순한 춤이 아니기에. 사람은 사람과 살아가야 하기에. 상대의 에너지를 읽고, 믿고 몸을 맡기고, 그럼에도 나를 잃어버려선 안 되는 철학적인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춤을 추다가 숨이 가빠올 때면 이 노래를 듣는다. 그게 누구와의 춤이든 함께라는건 쉽지 않고 그만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노래를 들으면, 정확히는 첫 소절을 들으면, 함께라면 어떤 것도 상관 없어진다. 나의 발에 시커먼 멍이 든다고 하더라도 아무래도 좋아진다.

 

춤을 추는 모든 이들에게. 이 노래가 당신들에게 춤을 지속할 힘을, 때로는 춤을 그만둘 힘을 줄 수 있길. 계속해서 춤과 꿈을 구별해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 10 앵콜요청금지


 

 

 

안 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관계의 재결합을 앵콜에 빗대어 표현한 곡.

 

모두가 바라고 있어도 다시 부르지 못하는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슬픈 노래가 없을 것이다. 부른다고 해서 그때 그 날들이 다시 돌아올 순 없으니,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잔인하더라도 앵콜요청을 금지해야만 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리듬이 바뀌며 '그럼 나는 어땠을까요' 라고 외치는 부분을 듣다 보면, 정말 잔인한 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 세상에 '동일한' 것은 없다. 당장 내 주머니에 있는 100원짜리들도 서로 다르고, 내가 쓰고 있는 이 이어폰도 분명히 다르다. 매 순간은 지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어폰을 잃어버려 똑같은 제품을 사더라도, 오늘 카페에서 먹은 아인슈페너를 내일 똑같이 마시더라도 결코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정말로 알고 있는 이들은 앵콜을 할 수가 없다. 그 곡이 그 곡이 아니고, 그 날이 그 날이 아닐 테니 말이다. 같은 것을 기대하는 자들의 앞에서는 잔인해질 수밖에 없다. 일회성 속의 유일함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 소중함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 11 보편적인 노래


 

 

 

보편적인 노래를 너에게 주고 싶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꾹꾹 눌러 담아 건네는 말. 지루하고 일상적인 것이 되어서라도 너의 곁에 머물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들에서도 굳이 나를 떠올려달라는 마지막 외침이 묻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이 되었든 간에, '나'에게 '너'는 아직 보편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보편적인 노래를 보편적이지 않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일상에 스며들고 싶다는 것.. 어찌보면 일상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뻔하디 뻔한 로맨스 영화를 보고, 흔하기 짝이 없는 사랑 노래를 듣는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걸 무서워한 나날들이 있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끝없이 더더욱 무서워지다가도 결국에는 평온해진달까.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기타 연주를 듣다 보면, 마음이 먹먹하다가도 결국 자연스러운 감정이란 생각에 다다른다.


 

 

# 12 유자차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사실 이 노래는 손이 시린 겨울이 찾아오면 주로 듣곤 한다. 흔히 말하는 유자차가 생각나는 계절 말이다. 겨울날에 뒤엉켜있는 생각들, 날뛰는 감정들과 꽁꽁 얼어있는 마음을 모두 켜켜이 쌓아 올리고 뜨거운 눈물로 우려내 버린다. 그러고는 마신다. 그 차를 다 마셔야만 봄날로 갈 수 있다고 하니... 뜨거워도 후후 불어가며 마셔야 하는 거려나.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가끔은 비워내지 못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쌓아도 더 쌓아야 한다거나, 혹은 눈물이 너무 많다거나. 그러면 유자차가 아니라 유자조림, 유자탕이 되어버린다.

 

맛있는 유자차가 되기란 꽤 어렵다. 다 적절한 때가 있다. 연인과 좋았던 기억들이든, 실수한 일들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단, 충분히 그리고 적당히 머물러야만 맛있는 유자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겨울날에 우려낸 유자차를 무사히 마셔내고 나면, 이렇게 봄날이 온다.

 

 

 

그들의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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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부담스럽지 않다. 자연스럽고, 솔직하다. 담담하게 말하듯 노래하는 보컬과 영혼을 위로하는 연주는 언제 들어도 나를 익숙한 어디론가 데려간다.

 

샤워할 때 자주 듣던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벚꽃을 보면 머릿속에 맴도는 '봄이 오면', 신나는 비트에 그렇지 못한 '말' 등 수록곡 하나하나에 나의 이야기가 잔뜩 묻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다.

 

수많은 청춘들을 담고 있는 그들의 음악은 다시 또 누군가에게 청춘을 선사한다. 그 순수한 순환에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에 오늘도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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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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