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찰나의 찬란을 그립니다, 희레의 세계

감정의 틈새를 그리는 희레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글 입력 2024.09.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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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감정의 쉼터를 그리는 작가, 희레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러스트레이터 희레입니다.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찬란한 감정의 잔상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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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먼저 여쭤보고 싶어요.

 

대다수의 다른 작가님들과 같이, 저도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계획을 갖고 그림을 그려왔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2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은 서양학과로 갔어요. 하하. 고등학생 때는 제가 과연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참 많이 했었죠.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원에서 입시를 준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학교 미술부에서 예술대학 입시를 준비한 케이스인데, 그 과정에서 수채화 계열을 그림을 많이 그리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나는 디자인이 아닌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 하는구나’를 깨닫게 되었고,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아티스트님께서 디자인보다 그림을 더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림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클라이언트가 명확하게 존재할 때가 많잖아요. 실제로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디자인 일을 하면서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전부 반영할 수 없을 때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림을 그릴 때도 외주를 받으며 클라이언트가 존재할 때에는 그분들의 의견에 맞춰드릴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개인 작업을 하며 제가 그려내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크기변환]허들 원본 복사.jpg

 

 

 

우리의 모든 찰나들이 찬란하기에


 

- 작가님의 ‘찰나의 찬란’이라는 정체성은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일상 속에서 느끼는 기분과 감정들, 그 모든 순간들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잖아요. 이것을 일기장에 적거나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금방 기억이 휘발되는 경우가 대다수이죠. 저는 그런 금방 사라지는 순간순간들이 삶에서 더없이 소중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순간을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 찰나에 느끼는 감정들을 그림으로 많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전개하며 많은 분들께서 저의 작업물에 담겨있는 개인적인 감정의 순간들에 공감을 해주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아주 사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보편적인 감정이었던 것이죠. 그 사실을 깨닫고 느끼는 과정에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고, 그 뿌듯함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 ‘사적인 감정이 보편적인 경험이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던 특정 작품이 있을까요?

 

<생각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라는 작품이 특히 그 사실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크기변환]생각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jpg

 

 

제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걱정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그로 인해 불안함이 계속 이어지던 순간들이 참 많이 있었어요. 자고 싶지만 계속 생각의 시선이 나를 떠나지 않는 기분이 들었죠. 그래서 그 기분을 일기를 적듯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에요.

 

그런데 이 그림을 SNS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께서 공감을 해주셨어요. 저는 제 이야기를 한 것이었고, 특별히 많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 그렸던 그림이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께서 ‘지금의 내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공감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던 경험이었습니다.

 

 

- '찬란함'이라고 함은 보통 긍정적인 순간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실제로 작가님의 작품은 위의 작품과 같이 우울감이 표현될 때도 참 많아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찬란함’에 대하여 조금 더 듣고 싶은데.

 

사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항상 행복하지는 않잖아요. 어떤 순간은 기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순간은 굉장히 슬플 때도 있으니까요. 그 외에도 잔잔하게 우울할 때, 사소하게 기분이 좋을 때 등 사람에게는 참 다양한 감정들이 있어요.

 

저는 그 모든 순간들 중에서 긍정적인 감정만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 결국에는 제가 느끼는 것들이고, 그것을 ‘옳고 그르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누기에는 그 모든 감정들이 너무나도 다채롭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모든 순간들이 성장의 자양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들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닌 그 또한 자신의 소중한 찬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희레의 작품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희레의 대표 작품은 무엇일까요?

 

제가 작년에 좋은 기회로 <찰나와 찬란:그 어딘가의 우리>라는 미니 개인전을 했어요. 그 개인전에서 메인 작품으로 소개 드렸던 <오늘의 표류지점>이라는 작품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크기변환]오늘의 표류지점.jpg

 

 

사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계기가 되는 감정들은 긍정적인 감정들보다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오늘의 표류지점>도 제가 앞으로 어디를 가야 할지 방향을 잘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자리가 있는데 저만 헤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순간 그렸던 그림이에요. 소녀가 카누를 타고 어딘지 모르는 숲속에서 혼자 헤매는 모습을 그린 이미지죠. 

 

하지만, 관람객의 시선에서 이 작품으로 봤을 때 이 모든 모습이 마냥 우울해 보이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그 순간이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죠.

 

헤매는 순간이 스스로에게는 굉장히 혼란스러울지 몰라도, 이 또한 멀리서 보면 찬란한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작품입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가 잘 승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대표 작품으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다면 희레 개인의 입장에서, 특히 사적으로 애정 하는 작품도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제가 현재 그리는 그림의 스타일을 확립하게 되었던 시기가 4~5년 전이에요. 그래서 그때의 그림이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언젠가의 꿈 1>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크기변환]언젠가의 꿈 1.jpg

 

 

제가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의 꿈은 항상 화질이 굉장히 좋거든요. 하하. 꿈에서 깨어나고 나서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죠.

 

이 그림의 바탕이 되었던 꿈도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유독 기억에 남는 꿈이었어요. 그래서 저의 그림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렸던 그림이기도 하고, 저의 꿈을 그렸던 그림이기도 해서 이 그림에 애정이 참 많이 갑니다.

 

 

- 저는 작가님의 작품 제목들도 참 좋아해요. 작가님께서 작품 제목을 지으시는 특별한 방법이 있으실까요?

 

저는 그림에 연상이 되는 노래 가사나 책의 문장, 혹은 제가 적어두었던 일기의 조각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말>이라는 작품은 김뜻돌 가수님의 <작은 종말>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그렸던 그림이에요.

 

이 노래의 가사 내용은 태양과 달이 서로 다투어서 용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화해를 하고자 하는 내용이에요. 이 노래에는 ‘내가 아직 용서를 하지 못했다’, ‘나를 용서해 줘’ 등 대화를 하는 듯한 가사가 존재하는데, 그 노래 가사들을 보며 저에게도 무언가와의 관계에서 종말을 맞았던 순간들을 연상하여 제작하게 된 작품이었어요. 관계의 종말 속에서 추억의 파편들이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보고, 눈물을 흐리는 모습을 그렸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말>이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크기변환]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말.jpg

 


그리고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참 좋아해요.

 

<하늘은 사실 격자무늬가 아니다>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의 제목 같은 경우에는 선입견 내지 편견을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에 비유하여 지은 제목이에요.

 

사실 하늘은 특정한 모양이 없잖아요. 하지만 실내에서 보기만 한다면 눈에 보이는 하늘은 언제나 격자가 처진 내모 모양으로밖에 볼 수 없죠.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정해진 모양으로밖에 볼 수 없으니 스스로가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렸던 그림입니다.

 

 

[크기변환]하늘은 사실 격자무늬가 아니다.jpg


 

- '앞으로 더욱 그려내고 싶다'는 그림의 목표나 꿈이 있으실까요?

 

지금까지는 인물을 중점적으로 그렸는데, 앞으로는 그림에서 풍경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 그렸던 작품 중 <언젠가의 꿈 2>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다시 그려보고 싶어요. 이 그림도  앞서 말씀 드렸던 <언젠가의 꿈 1>처럼 제가 꿨던 꿈에서 본 장면을 그린 그림인데, 이 그림을 그렸던 당시에는 꿈속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배경을 희미하게 그렸었거든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배경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그리고 싶습니다.

 

 

[크기변환]언젠가의 꿈 2.jpg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의 작품에는 '감정'이 참 섬세하게 담겨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어떤 작가로 남고 싶으신가요?

 

저는 제 그림이 대중적인 취향에 맞는 그림이라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그림은 보다 화려하고 밝은 그림이라고 항상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밝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죠.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좋아해 줄까’ 걱정도 많이 했었죠.

 

그런데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는 과정에서 그래도 저의 그림에서 감정적 공감과 위로를 받아주는 분들께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제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굉장히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성향을 가진 제가 그린 그림을 보고, 저와 비슷한 분들께서 감정의 틈새에서 위로를 얻으며 휴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크기변환]찰나의 순간 꿈꾸는 영원(원본) 복사.jpg

 

 

- 마지막으로, 작가님을 좋아하는 분들께 말씀 남겨주신다면.

 

스스로도 아쉬운 점들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작품을 좋게 봐주시고 저의 그림에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저의 그림을 봐주시는 분들께서 함께 감정적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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