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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최근 AI가 스며들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예전에는 AI가 만든 결과물이 어색하고 인간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반발감이 컸다. 글도, 그림도, 영상도 “티가 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그런데 어느새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검색을 할 때 네이버 검색창이 아닌 챗GPT에 묻고, 실무 마케팅이나 기획에도 AI에게 아이디어를 던진다. 심지어 현실감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 “AI 같다”라는 표현이 튀어나올 만큼, AI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으로 일상에 자리 잡았다.

 

이 변화가 의미하는 건 단순히 ‘편리해졌다’가 아니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접근성이다. 예산이 부족해도, 시간이 촉박해도, 어느 정도 “그럴듯한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

 

광고는 본래 제작비와 시간이 크게 드는 영역인데, AI는 그 구조를 통째로 흔들어 놓는다. 그런데 동시에, 그 보편성은 ‘평균화’를 만들기도 한다. 다 비슷한 이미지, 다 비슷한 영상 질감, 다 비슷한 어조가 늘어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느끼기엔 아직 부족한 지점이 분명히 남아 있다.

 

특히 광고처럼 브랜드의 톤과 감정을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콘텐츠에서는, 그 한계가 더 잘 드러난다. 2025년도에 만들어진 AI 광고 3가지를 통해 이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다.

 

 

 

1. 기존 광고에 ‘생성형 AI 캐릭터’를 활용하다 – 로보락 광고


 

로보락의 프리미엄 로봇청소기 ‘사로스 Z70(Saros Z70)’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광고는 ‘먼지 가족’ 캐릭터를 활용해 영화 〈테이큰〉을 오마주한다. 딸 먼지를 데려가기 전에 로보락이 좁은 틈과 문턱까지 끈질기게 쫓아가는 구조는 제품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상황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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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M C&C

 

 

대부분 가전제품의 광고는 자칫 스펙 나열로 흐르기 쉬운데, 이 광고는 기능을 “집요한 추격”이라는 장면으로 번역한다. 특히 ‘아빠 먼지’가 〈테이큰〉의 명대사 “I know who you are”, “I’ll find you and I’ll kill you”를 변주한 카피를 던지는 방식은 시청자가 이미 장르를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집요하게 추격하는 로봇 청소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여기서 AI는 ‘광고 전체를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캐릭터라는 비교적 안전한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AI라서 이상하다”보다 “오마주가 웃기다”, “컨셉이 재밌다”와 같은 이야기 측면의 반응을 먼저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로보락은 AI를 통해 기존 글로벌 광고 재활용을 해 제작비 효율을 끌어올리면서도, 브랜드가 잃을 수 있는 신뢰 리스크는 최소화했다. 이 I HATE ROBOROCK 2 캠페인은 위와 같은 특징을 인정받아 2025년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크리스탈상, 제3회 한국공공브랜드대상 ‘AI 기술 활용’ 부문 대상 등도 수상하게 되었다.

 

 

 

2. 여전히 어색한 AI 광고 - 코카콜라 광고


 

반대로 ‘AI를 전면에 세웠을 때 생기는 손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코카콜라는 2년 연속 크리스마스 광고를 생성형 AI로 제작하며 제작비 절감을 시도했다.

 

문제는 광고가 전달해야 할 감정이 기술적 낯섦에 가려졌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AI가 만든 장면에서 물리적 어색함을 빠르게 감지한다. 바퀴가 굴러가는 듯하지만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 로고의 위치와 각도의 미묘한 흔들림, 컷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트럭의 디테일들은 시청자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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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코카콜라 유튜브

 

 

코카콜라의 크리스마스 광고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코카콜라 병을 든 산타클로스, 그리고 북극곰을 기억한다. 이 상징들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코카콜라가 오랫동안 쌓아온 연말의 분위기 자체였다.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같은 계절에 같은 광고를 보고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함께 있음’의 감정을 공유한다. 코카콜라가 말해온 “Real Magic”은 바로 이런 순간에서 작동한다. 코카콜라가 단순히 탄산음료가 아니라, 연말의 따뜻함과 연결감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남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카콜라가 크리스마스 광고를 생성형 AI로 제작했을 때, 낯선 질감이나 물리적 어색함이 드러나면 문제는 단순히 “완성도가 떨어진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시청자는 광고의 작은 어색함을 ‘기술적 실수’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그 어색함을 통해 코카콜라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신비롭고 따뜻한 연말의 분위기까지 함께 흔들린다고 느낀다. 결국 브랜드가 지켜온 ‘마법(Real Magic)’이 ‘낯설고 기이한 감각’으로 전환되는 순간, 감정 자산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즉 코카콜라에게 크리스마스 광고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AI 특유의 이질감이 보이는 순간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민감한 무대이기도 하다.

 

 

 

3. 어색함을 정면 돌파하다 - 2025 김천김밥축제 AI 홍보 영상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면 차라리 병맛으로 가자”는 선택은 얼핏 도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러한 ‘병맛’을 좋아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을 끌어내는 데 최적화된 전략이기도 하다.

 

김천시는 이 전략을 축제의 정체성부터 활용한다. “김천”이라는 지역명보다 “김밥천국”이라는 프랜차이즈 분식점의 줄임말로 더 많이 떠올린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고, 유튜브 채널명에도 ‘feat. 김밥천국이 아님’ 같은 장치를 붙인다. 김천시는 이 흐름을 더 밀어붙여, 김밥이 ‘원래 유명한 지역’이 아님에도 김밥축제를 열고, 그 말도 안 됨 자체를 콘텐츠의 힘으로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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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천시 공식 유튜브

 

 

홍보 영상에서도 비슷한 태도가 반복된다. ‘김천’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되는 ‘김밥’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두고, 어색한 AI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활용해 이야기를 확장한다. 공룡이 등장하는 시대, 피라미드의 시대, 심지어 호랑이까지 김밥을 즐기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과장이다. 그런데 이 과장이야 말로 메시지가 된다. “진지하게 믿어달라”가 아니라 “어이없지만 각인되라”는 방식으로, 김밥을 주인공으로 세워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큰 화제성을 만들며, 2025년 축제는 첫날 하루 방문객이 약 8만 명을 넘기는 등 유례없는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AI를 광고에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갈린다. 상호 보완되는 장점과 단점이 충돌하는 지금, 우리는 AI라는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창작자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AI를 어떻게 체감하고 해석하는지는, 앞으로의 콘텐츠와 광고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가늠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관찰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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