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의 가장 깊은 약점을 알게 되면, 그 사람은 둘 중 하나다. 나를 가장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 혹은 누구보다 든든한 편이다. 화려한 아침 뉴스 프로그램의 이면을 다루는 드라마 <더 모닝 쇼>는 권력의 시작점을 인간의 취약성에서 찾아낸다.
주인공 알렉스(제니퍼 애니스톤 분)는 약 20년간 방송국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베테랑 아나운서다. 그녀는 공동 진행자 미치 케슬러(스티브 카렐 분)와 함께 '더 모닝 쇼'로 미국 사람들의 아침을 연다. 모두가 그들의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를 사랑했으며 시청률 또한 이를 증명했다.
그런데 그녀의 세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미치가 내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고발로 인해 쇼에서 강제 하차하게 된 것이다. 알렉스는 한밤중에 미치를 직접 만나 울부짖으며 배신감을 호소하나, 결국 실추된 이미지를 수습하는 건 그녀의 몫이 되었다.
이 무렵 보도기자 브래들리(리즈 위더스푼 분)의 거침없는 발언이 담긴 유튜브 영상이 바이럴 된다. 방송국이 브래들리를 눈여겨본다는 걸 알게 된 알렉스는 브래들리가 자신의 새로운 공동 진행자라고 공식 석상에서 먼저 폭탄선언을 해버린다. 얼떨결에 둘은 새로운 '더 모닝 쇼'를 꾸려 간다.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울고 웃고 싶어 하는지 영민하게 파악하고 있는 알렉스와, 보지 못하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브래들리는 계속해서 부딪힌다. 이때 미치의 성추문 사건은 계속해서 파장을 낳고, 알렉스와 브래들리는 가장 중요한 뉴스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다다른다.
<더 모닝 쇼>는 미투 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간혹 미투 운동을 성별 간 갈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은 정확히 말하자면 '권력'에 대한 운동이다. 미치가 여직원들에게 했던 말들과 드라마 초반, 알렉스가 브래들리에게 하는 말들은 무척이나 닮아 있다. '내가 당신을 데려왔고, 나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것이다'는 심리적 압박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인다.
그럼에도 미치와 알렉스가 지나가듯이 던지는 위로와 작은 칭찬에 후배들은 울고 웃는다. 또한 동료들과의 술 한 잔으로 의지가 생기고 새로운 기회 또한 열린다. 결국 권력 구조는 취약성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나의 취약성을 알게 된 사람은 둘 중 하나가 된다. 가장 위험한 적 혹은 누구보다도 든든한 아군. 어떤 의미에서든 힘은 취약성에서 생겨난다. 누군가의 취약성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취약성을 서로 공유하며 생긴 연대는 권력 구조를 오히려 타파하기도 한다.

사람은 연약한 존재다. 리즈 위더스푼이 연기하는 브래들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녀의 발목을 유일하게 움켜잡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무너져 있던 가족이다. 취약함이 없는 사람은 없으며, 사랑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면 그 취약성은 왜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모이고 분위기가 형성되는 자리에서는 '평판'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더 모닝 쇼>는 허구이지만 더없이 현실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2017년 폭로된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은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 동안 업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와인스타인은 배우들의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그 권력으로 수많은 성폭력을 저질러왔다.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은 이를 둘러싼 침묵의 기간이었다. 소문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사람들은 관계와 평판, 생존을 이유로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더 모닝 쇼>는 회색 지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고, 권력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의 침묵과 공모로 강화되는지 보여준다. 악은 가해자 한 명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이다.

<더 모닝 쇼>는 애플TV+의 개국공신이라 불리는 드라마다. 2020년 첫 방영된 시즌 1은 그중 최고라 꼽힌다. 촘촘히 짜인 10개의 에피소드는 매회 명장면을 낳았다. 주연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는 오히려 <더 모닝 쇼>를 강렬하게 비춰주었다. '아메리칸 스윗하트' 이미지로 유명한 두 배우들,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톤,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은 발랄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배우들이다. 브래들리를 연기한 리즈 위더스푼은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에 대해 깊이 후회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더 모닝 쇼>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제니퍼 애니스톤 역시 기존의 사랑스럽고 친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성공과 평판을 지키기 위해 위태로이 흔들리는 알렉스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리고 코미디와 정극 연기 둘 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스티브 카렐이 성추문으로 추락한 미치 케슬러를 맡아 드라마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부여한다.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는 왜 이 작품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잘 알지 못했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모습들에 피로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더 모닝 쇼>는 정의를 가리기 이전,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인물들에 대한 공감을 앞세운다. 자명한 진실이 있다면 누구나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취약성을 하나쯤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