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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공연을 본다는 건 우리들의 심장 박동이 맞춰지는 일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공연]

페스티벌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by 손현진 에디터
2026.09.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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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본다는 건,

      관객들의 심장 박동이 맞춰지는 일이야.

      - 연극 <마우스피스> 중

       

       

      무대에 선 드러머가 무자비하게 킥드럼을 밟는다. 쿵, 쿵, 쿵…… 광활한 부지를 가득 채우는 드럼 소리에 관객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손을 뻗기 시작한다. 멋대로 뛰던 나의 심장이 비트에 맞춰 박동하면,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뛰던 관객들의 심장도 하나로 뭉쳐진다. 바로 그런 순간, 이 찰나를 위해 록 페스티벌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My Sound, My Planet


       

      지난해, 홍대 음악의 성지 '롤링홀'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처음 개최한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26년 9월 5일과 6일, 양일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은 특히 'My Sound, My Planet'이라는 문구를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페스티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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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6일 찾은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5개의 스테이지로 운영되고 있었다. 저마다의 색채를 분명히 한 스테이지들을 살펴보니, 마치 하나의 부지에 5개의 행성이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바로 'SOUND PLANET STAGE'였다. 이곳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스테이지였다.

       

       

       

      5개의 행성을 마음껏 부유하며 록을 외치기



      6일의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을 보며 나름의 루트를 정했건만, 손목에 입장 밴드를 차고 페스티벌 현장으로 들어가면서부터 혼돈이 찾아왔다. 부지는 넓고, 사람은 많고, 어딘가에서는 신나는 연주에 맞춘 환호성이 쏟아지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따위의 감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 정신을 차리라는 듯 기타 솔로가 귀를 뚫고 달려들었다. 시선을 돌리니, 그곳이 바로 사운드 플래닛 스테이지였다. 홀린 듯 뛰어가 사람들 사이에 엉거주춤 섰다. 이미 환호성으로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무대 위에 선 밴드는 질주하듯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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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거핀'은 사운드 플래닛 스테이지의 첫 공연을 장식한 밴드였다. 뒤늦게 도착해 두세 곡만 들었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강렬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이전에 맥거핀의 음악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손을 뻗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음악에 동화돼 있었다. 사실 난생처음 록 페스티벌을 '뛰어본' 것이었기에 마니아들 사이에서 어떻게 즐겨야 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았고, 그저 자신이 느끼는 리듬에 몸을 맡긴 채 마음껏 뛰놀 수 있었다. 록 페스티벌의 묘미가 바로 이런 거였다. 몰랐던 밴드의 좋은 음악을 알게 되는 순간, 눈치 보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놀 수 있는 그런 순간들 말이다. 특히 플래닛 스테이지의 백미는 슬램 존이었다. 슬램은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서로 몸을 부딪치며 공연을 즐기는 방식이다. 넓은 운동장 부지 한편에 마련된 슬램 존에서는 깃발을 든 기수들을 중심으로, 음악이 고조될 때면 사람들이 곧장 뛰어들었다. 흥에 겨워 몸과 손바닥을 서로 부딪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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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플래닛 스테이지에서 앞으로 나아가면 바로 'SOUND CAMP STAGE'가 보였다.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실내로 쭉 걸어 들어가자 밖에서 울리던 음악은 금세 멎고, 새로운 음악이 시작됐다. 그건 마치 새로운 행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운드 캠프 스테이지에서는 마침 '닥터코어911'의 공연이 시작될 참이었다.


      그들의 음악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하드코어한 사운드에 익숙한 편은 아니었기에 상당히 강렬하다는 인상이 먼저 들었다. 멤버 중 한 명이 깃발을 들고 등장하는 오프닝에 이어, 미친 듯이 이어지는 기타 사운드 위로 얹힌 그로울링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도 이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는 밴드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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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OMA STAGE'는 거대한 건물을 온통 금색으로 칠해둔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입장부터 남달랐다. 오직 성인 관객만 입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로 들어가 빙글빙글 꼬인 계단을 올라가 보니 클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주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특히 주로 홍대에서 볼 수 있던 인디 아티스트들을 페스티벌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스테이지인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같은 실내 공연장이었지만 크로마 스테이지는 사운드 캠프 스테이지보다 규모가 작았고, 그랬기에 아티스트의 음악을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었다. 마침 방문했을 때는 몇 번 노래를 들어본 '적란운'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공연 막바지에 도착해 전곡을 듣지는 못했지만, 특히 기타가 잘 들리는 곳에 자리를 잡은 덕분에 사운드를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평소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과 라이브로 직접 음악을 듣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미묘한 변주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음악이 (잠시) 멈춘 자리에도 축제는 계속된다


       

      얼마간 광란의 시간을 즐긴 다음에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는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도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부스부터 '안녕 자두야' 포토존, 드레스 코드에 맞춰 아이템을 착용하고 오면 럭키 드로우에 참여할 수 있는 부스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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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깃발 리페어' 부스였다. 록 페스티벌 하면 빠질 수 없는 '깃발'을 겨냥한 이벤트 부스로, 깃발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기수들을 위한 의자도 마련돼 있었다. 하나의 페스티벌 안에 얼마나 다채로운 요소를 담아내려 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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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B 존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다양한 푸드트럭이 몰려 있는 공간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미리 앱으로 주문한 뒤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페스티벌의 명물이라는 김치말이국수와 반반새우를 골라 먹었다. 목이 터져라 록을 외친 탓에 바짝 마른 입을 시원한 김치말이국수로 적시니 떨어졌던 체력도 금세 회복됐다. 든든히 배를 채운 다음에는 다시 음악을 찾아 'CMYK STAGE'로 향했다.

       


       

      다섯 개의 행성을 돌아, 다시 나의 리듬으로



      CMYK 스테이지는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광장에 마련된 무대였다. 신인 아티스트들이 버스킹 형식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무대였는데, 특히 이곳은 파라다이스시티 투숙객이나 시민, 관광객 등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도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돼 있어 의미가 컸다. 신인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페스티벌 관객을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자 한쪽에서는 휴식을 취하던 투숙객과 관광객들이 때아닌 이벤트에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고, 아티스트를 찾아 이곳까지 온 관객들은 무대 가까이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야말로 '음악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이 스테이지에서는 특히 평소 즐겨 듣던 밴드인 '행로난'의 음악을 들었다. 가끔 지겨운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을 때마다 행로난의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특히 '오디세이'라는 곡에서 "우리는 떠나야 해 장엄한 태양을 향해서"라는 구절을 함께 외칠 때, 일상에서 탈출해 이곳까지 온 관객들이 하나의 행성에서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는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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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날이 저물 무렵, 선선해진 공기를 즐기며 찾아간 곳은 'Brissé STAGE'였다. 이곳에서는 팝·어쿠스틱 계열의 비교적 잔잔한 음악을 만날 수 있었는데, 찾아갔을 때는 한창 '데이먼스 이어'의 무대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운드 플래닛 스테이지에서는 체리필터의 신나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런데 코너를 꺾어 Brissé 스테이지로 들어서자, 마치 행성이 뒤바뀌기라도 한 듯 멀리서 들려오던 체리필터의 소리가 멎고 데이먼스 이어의 잔잔한 음악이 귀를 채우기 시작했다.


      고작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수 있다니. 페스티벌의 묘미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그렇게 다섯 개의 행성을 쉼 없이 돌아다니며 이미 알고 있던,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밴드들의 음악을 마음껏 만끽했다. 그러고 있자니 '나 정말 살아 있구나' 하는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밀려왔다. 특히 관객들에게서 전해지는 에너지가 그러했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인천에 모인 사람들. 그 에너지가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너와 나의 심장이 같은 리듬으로 박동하는 순간. 말로는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이 그곳에 있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 만난 보석 같은 밴드들의 음악을 하나둘 다시 찾아 들으며 마음먹었다. 현실이 지겨워지는 날이 찾아오면, 음악을 틀고 언제든 다시 이 행성으로 탈출하기로. 비록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그날 하나의 리듬으로 뛰었던 심장만큼은 한동안 쉽게 제 박자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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