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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의 사랑이 공포다 – 옵세션 [영화]

"그녀가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 주세요"

by 윤선주 에디터
2026.09.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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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할 용기는 없고, 마음을 접지도 못한 베어는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신비한 장난감 ‘원 위시 윌로우’로 소원을 빈다. “니키 프리먼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날 사랑하게 해 주세요” 그러자 그를 그저 친구로만 대하던 니키가 갑자기 사랑을 고백한다. 너를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한다는 니키의 말에 베어는 위화감을 느끼지만, 어쨌든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니 연인이 되어 함께 살기 시작한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여자친구. 그 사랑은 집착이 되어 공포로 변한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스포일러를 할 수밖에 없다. 영화에 관심이 있고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여느 공포영화가 그렇듯 어둠 속에서 많은 일들이 펼쳐지니 깜깜한 극장에서 보길 추천한다. 집에서 보면 액정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공포긴 하다.

       

       

       

      베어는 정말 니키를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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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공포가 아니었다. 너무 괴로웠다. 어서 주인공인 베어가 죽고 영화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사랑에 미친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니키를 보고 있기 힘들어서 그랬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객석에선 비명이 아닌 탄식이 터져 나왔고, 곳곳에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비겁했던 베어 때문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영화를 보았다. 니키를 사랑한다더니, 그게 정말 사랑이긴 했을까.


      니키는 연애가 아닌 '사랑'이 하고 싶은 여자다. 밀고 당기고 계산을 하며 게임처럼 마음을 떠보는 그런 연애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사랑을 원했다. 2년 동안 아르바이트 동료인 이언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했던 니키는 결국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한다. 작가 지망생인 그녀가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일을 그만두는 거라고 말했지만, 이언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해로운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니키에게 베어는 ‘연애 이야기’를 쓰고 싶은 거냐고 묻는다. 그는 사랑과 연애가 다르다고 말해줘도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연애가 아닌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와 연애와 사랑의 차이를 모르는 남자의 결합. 그러니 이 이야기는 비극이 될 수밖에 없다.


      니키는 베어의 감정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에게 고백할 기회를 주기까지 했다. 몇 번이고 고백의 타이밍을 놓쳤던 그는 기회가 주어져도 고백하지 못한다. 묘하게 선을 그으려는 듯한 니키의 태도에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사랑한다는 말은 못 하면서도 니키가 싫어하는 별명인 ‘프리키 니키’라고 부르며 ‘플러팅’을 한다. ‘괴롭히고 장난치는 것’이 플러팅이라는 친구 이언의 조언대로 말이다. 하지만 그의 플러팅 시도는 오히려 니키를 화나게 하고 만다. 좌절감에 휩싸인 그는 니키에게 선물하려 했던 ‘원 위시 윌로우’를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

       

       

       

      거절이 두려웠던 남자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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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키가 달라졌다는 걸 베어가 정말 몰랐을까. 고백하기 두려울 정도로 친구로만 지내왔던 니키가 갑자기 사랑을 고백하고 성관계를 원하는 게 이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키스하는 순간 ‘진짜 니키’가 튀어나와 ‘거절 의사’를 표현해도 자기 좋을 대로 상황을 해석한다. 니키가 울었다 웃었다 널뛰며 불안정한 감정을 드러내도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다’는 말에 수긍하고, 니키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그는 연애의 달콤함을 즐기며 자신이 느낀 위화감을 외면한다.


      이언과 사라는 니키가 변했음을 바로 알아차린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그런다’라는 베어의 말에도 부녀 사이가 나쁘단 걸 아는 두 사람은 의아해한다. 오랜 기간 친구로 지냈으면서도 그는 니키와 아버지의 사이가 어떤지를 몰랐던 것이다.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말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 베어는 그제야 자신의 소원 때문에 니키가 변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는 니키를 놓아주지 않는다. 니키가 집착으로 병들어가도 ‘연애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니키의 진짜 영혼이 깨어나서 ‘제발 나를 죽여줘’라고 괴로움을 호소해도 ‘나랑 연애하는 게 그렇게 싫은 거냐’고 묻는다. (이때 객석에서는 탄식이 터졌고 나는 이마를 짚었다.)


      베어는 자신의 자유가 억압되는 걸 견디지 못해 소원을 취소하고 싶어 한다. 아니다. 취소가 아니라 수정이었다! 니키가 집착하지 않고 평범하게 사랑하게 해 주기를, 원래의 진짜 니키 같은 니키가 되어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란 거다. (이때 또 한 번 이마를 짚었다. 이 미친 소유욕과 집착. 제발 좀 니키를 놔줘라.)


      여자와 사랑을 주고받은 경험이 없어 보이는 베어가 경험한 ‘깊은 애정 관계’는 고양이 샌디와의 관계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그는 죽은 고양이를 망설임 없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사람이다. 그것도 자신이 부주의해서 벌어진 사고 때문에 죽은 고양이를 말이다. 사랑으로 키운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동물조차 제대로 사랑해 본 적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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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어의 시선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사랑에 미친 여자친구가 내게 집착(Obsession)한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니키의 시선에서 본다면 어떨까.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사랑을 강요하고 나를 소유하려 한다.’

       

      그의 죽음은 인과응보에 가깝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을 강요한 대가를 치렀고 죽음으로 모든 공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되찾게 된 니키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집착 때문에 몸도 마음도 망가진 니키는 왜 죄를 덮어써야 하는가. 그 어떤 장면보다도 영화의 마지막 순간이 가장 공포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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