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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인생은 터키 아이스크림 - 뮤지컬 ‘다이브’ [공연]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우린 결정할 수 없어.

by 이진 에디터
2026.09.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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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소중한 사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슬픔의 강도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이를 보낸 후 생활을 못 할 정도로 무너지는 사람도 있지만, 장례식장에서도 꾸역꾸역 밥을 먹으며 눈물과 고통을 함께 삼키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살기 위해 버티는 경우가 더 많지만, 상실의 무게에 짓눌려 스스로 삶을 놓아버리는 이들도 존재한다.


      ‘인생은 터키 아이스크림. 실수로 놓치면 바닥에 떨어져 버려.’


      뮤지컬 <다이브>의 넘버 ‘터키 아이스크림’ 가사 중 일부다. 터키(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은 상인이 아이스크림을 줄 듯 말 듯 장난치며 애태우는 걸로 유명하다. 그래도 결국 받을 수 있는 터키 아이스크림과 달리 인생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다. 소중한 것들을 지켜낼 수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게 삶이다. 뮤지컬 <다이브>는 다양한 형태의 상실, 그것을 수용하는 이들의 마음과 삶을 다뤘다.


      11월 8일까지 링크더스페이스 1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다이브>는 단요 작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초연 작품이다. <다이브>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서울 배경의 SF 소설이다. 뮤지컬 <다이브>는 폭격으로 물에 잠겨 산봉우리 몇 개만 남은 2057년 서울 노고산에서 사는 물꾼 ‘선율’과 기계 인간 ‘수호’,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이자 노고산의 유일한 어른인 ‘경’을 중심으로 상실의 아픔과 회복, 성장과 연대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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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솔지 작가가 집필하고 민찬홍 작곡가가 곡을 쓴 뮤지컬 <다이브>는, 본래의 서울과 수몰된 2057년의 서울을 교차하며 진행한다. 작품은 노고산 물꾼 선율이 물에 잠긴 서울에서 기계 인간 수호를 발견해 수면 위로 건져 올리는 장면, 물이 도시를 집어삼키는 장면을 묘사하며 다양한 배경 영상을 활용했다. 또한 안무와 움직임을 통해서도 캐릭터들이 물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극에선 물이 시각적으로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물의 특성 또한 작품에 녹아 있다. 물 없인 생명이 자랄 수 없지만, 수많은 목숨과 평화를 단숨에 앗아가는 것도 물이다. 작품엔 ‘추락’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관객의 정서도 밑바닥까지 가라앉힌다. 2038년에서 기억이 멈춘 기계 인간 수호가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에선, 배경 영상과 되감기 연출을 통해 하강의 이미지를 더 극적으로 구현했다.


      경(서문경)이 노고산의 유일한 ‘어른’이 된 건, 수몰 도시가 된 서울을 못 견딘 어른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물에 파묻힌 서울은 찬란했던 과거를 잊고 황폐한 무덤이 됐다. 원래의 서울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옛집으로 돌아가며 고통스러운 삶을 내려놓았다. 스스로 물에 뛰어들었단 뜻이다. 수몰되지 않은 강원도에서 구호 물품을 받아 생계를 연명하고, 물질을 하며 쓸 만한 물건을 건지는 청소년들이 노고산을 지킬 뿐이다.


      수몰된 서울은 어른들에겐 무덤이지만 청소년들에겐 생명을 지탱하는 공간이 됐다. 나쁜 어른, 이기적인 어른, 도망친 어른들 사이에서 꿋꿋이 버텨내는 청소년들이 자립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청소년 문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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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다이브>는 부모님이 원해서 기계 인간이 된 수호가 자식 역할을 수행하던 과거·서울이 수몰되던 순간·노고산 봉우리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까지 세 시간대가 번갈아 나오며 전개된다. 배우들의 연기, 특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 캐릭터의 변화하는 감정선이 시간대 구분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에 소설을 몰라도 이해가 어렵진 않다.


      세계관이 탄탄한 원작으로 작품을 만들었단 부담 때문인지 초반의 설명적인 대사들은 아쉬움이 남지만, 소설 문장과 대사를 활용한 넘버 가사는 공들여 쓰였다. 민찬홍 작곡가 특유의 색깔이 담긴 따뜻하고 감성적인 넘버들 또한 극 분위기와 어우러진다.


      로봇이나 AI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성공한 뮤지컬 작품들의 선례는 뚜렷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오즈>, <로빈> 등의 작품들이 그렇다. 인외 존재나 관념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욕망을 실현하는 뮤지컬들은 더 많다. 여기엔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엘리자벳>, <팬레터> 등의 작품들이 있다. 이들은 사랑하거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존엄성을 지키려 하며, 소중한 존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건다.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이들의 마음은, 인간성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더욱 뜨거운 울림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다이브>의 기계 인간 수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수호에게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로봇 아들 데이비드가 연상된다. 데이비드와 수호 모두 자식 역할에 충실했지만, 둘 다 부모에게 직간접적으로 버려졌다. 수호는 기계 인간이라 비행기 좌석에 앉지 못해 위탁수하물 취급당하며 부모와의 여행에 끌려다녔다. 수호는 믿었던 어른 경에게도 외면받으며 스스로 추락했지만 20여 년 후 선율에게 발견되며 살아났다. 수호와 선율 모두 어른들, 혹은 이전 세대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고통받은 희생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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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는 억지로 기계 인간으로 살았고, 선율은 기후 위기와 전쟁으로 물에 잠긴 서울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간다. 뮤지컬 <다이브>의 청소년 캐릭터들(수호·선율·우찬)을 보며 좋은 어른이자 인간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후손들이 살아갈 지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것이 <다이브>의 기계 인간 수호가 전하는 메시지이자 작품의 주제 의식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홍수가 일어나고, 수많은 목숨을 떠나보내는 일은 인류가 오늘날 겪는 뼈아픈 현실이다. 하루아침에 찾아온 재난으로 어른들은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만 남는 것, AI가 인간성의 영역마저 대체하고 인간들은 기계보다 차가워지는 것 또한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 중 하나다. 따라서 <다이브>는 SF 뮤지컬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2038년도, 2057년도 곧 다가올 미래다. 수많은 SF 작품이 그렇듯, <다이브> 또한 우리가 곧 살아갈 인생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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