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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 [여행]

여행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방식

by 박서현 에디터
2026.08.3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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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타인은 몰라도 나 한 사람에게만은 절대적인 문장이다.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성향은 절대 바뀌지 않고 그것은 때로 제약이 된다. 여행,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현지에서 사용할 것을 제외한 고정경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그런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생각이 점차 강박으로 자리 잡는다는 점이다.


    여름휴가로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다.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가깝고 일본 내에서도 공항과 도심이 가까운 도시다. 모든 탈 것에 멀미하는 편이고 자주 탈이 나는 탓에 장시간 이동 자체에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하지만 후쿠오카는 우선 그러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이동 시간이 짧으니 여행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몇몇 요소를 제외한다고 해도 여행은 스트레스를 감내한 채 다녀와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했다.


    후쿠오카는 웨이팅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웨이팅을 안 하는 곳이 없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웨이팅 시간을 계산하기보다는 기다리지 않아도 될 시간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관광객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이치란 라멘의 총본점이 후쿠오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새벽에 라멘을 먹기로 했고, 유명한 함바그 가게에는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기로 했다. 척척 쌓여가는 일정을 보면서 설렜지만, 한편으로는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첫째 날부터 급하게 식당을 바꾸게 되면서 일정을 전폭 수정해야 했다. 벌써 불안감이 피어났다. 다 못 가보면 어떡하지 싶었다. 단순하게 즐기기만 할 수 없었다.


    그러다 타워레코드에 방문했다. 타워레코드는 일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반 판매사다. 쇼핑 목록에 적어둘 만큼 반드시 사야 하는 음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나고야 여행에서 일본 영화의 OST 음반을 현지에서 사 왔던 기억이 특별하게 남아서 다시 들러 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타워레코드는 컸고, 음반은 다양했다. 그곳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가수의 음반, 계속 즐겨 듣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OST 음반이 모두 있었다. 바구니를 들지 않아 손에 가득 든 채로 고민을 이어갔다. 무엇을 사 가는 것이 좋을까? 무엇을 사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깊게 고민했다.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구매했다. 한 번의 특별한 기억이 두 번이 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이로써 일본에 가면 음반을 하나씩 구매해 모으는 것이 나의 새로운 즐거움이자 목표로 자리 잡았다.


    첫째 날 일정을 엎어 버린 탓인지 세세한 일정 조정에 더는 스트레스 받지 않게 되었다. 반드시 지켜야 할 몇 가지 목표를 제외하고는 발이 닿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고 쇼핑했다.


    둘째 날에는 부탁받았던 것을 구매하러 일찍이 서점으로 향했다. 외국어를 통달한 것이 아니라면 외서를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외서가 가득한 해외 서점에 갈 생각을 해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탁으로 근처 서점에 방문했고 조금 공부한 일본어로 유아용 그림책을 읽어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았다. 따지고 보면 그저 우연일 뿐이다. 일본어를 공부했던 것을 활용해 보겠다는 생각도, 외국 서점의 분위기를 느껴보겠다는 목표도 없었다. 부탁받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 들른 곳에서 우연히 책을 읽게 되었다. 서점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는 익숙하면서도 한국과는 다른 매대 배치와 진열, 어디를 보든 모두 외국어인 낯선 환경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냉방기 덕분에 쾌적하면서도 수많은 책에서 풍겨 오는, 어딘지 모르게 쿰쿰한 종이 냄새가 가득한 공간을 잊을 수 없을 듯하다.


    맛있을 것 같아서 찾아갔고, 예약까지 해서 간 곳도 있었다. 예상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에 감동이랄지 만족감 같은 것이 기대에 못 미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특별하고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것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불안감이 아니라 불시에 찾아오는 행운 같은 행복이었다.


    우리의 계획적이면서도 허술한 여행은 끝까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다. 마지막 날에는 특별한 계획보다는 여행 중에 아쉬웠거나 부족했던 것들을 채우는 일정으로 잡았었다. 방문했던 곳을 다시 한번 찾아갔고 그러다 보니 식사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지나가듯 들렀던 잡화점에 방문한 후 그 앞에 있던 식당에 들어갔다. 주문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방황하는 것도 잠시, 곧잘 터득하여 자리를 잡았다. 식사하던 중에 옆자리의 누군가가 일본어로 말을 걸어왔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내 한국어 발음을 물어보기도 했고,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기도 했다. 간단한 단어, 문장으로만 떠듬떠듬 이어지는 대화였다. 식사 중에 외국인과의 대화가 긴장되어 불편하기도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직전에 했던 일본어 공부가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니 그것까지 뜻깊은 경험이었다.


    여행은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추억과 행복을 선사한다. 며칠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 시간을 기억할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 해외로 떠나게 된다면 바다 건너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고 그 영역을 넓혀갈 수 있다. 여행 내내 행복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깐의 방황이나 불안, 스트레스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도 그저 내 세상을 넓혀가는 과정의 일부다. 스트레스가 수반된다는 사실 때문에 이행하지 않기에는 여행에서 얻는 것이 많다. 또 한 번 성장했고 추억을 쌓았으며 행복, 뿌듯함과 같이 많은 것을 느꼈다. 영원히 스트레스와 공존한다고 하더라도 그 설렘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여행은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비로소 사랑하게 될 수 있다. 여행이 싫은 사람들도 다시 한번쯤은 들여다 봐주기를, 그렇게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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