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라면 잠들기 전 잠깐만 보려고 켠 숏폼 영상을 한참 동안 보고 있거나, 특별히 확인할 것이 없는데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순간이 있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데도 SNS를 확인하고, 새로운 알림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화면을 켠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특별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행동들이다.
<도파민의 함정>은 바로 이 익숙함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왜 끊임없이 자극을 찾는지, 왜 그것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왜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멈추기 어려운지를 도파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들여다본다.
심리상담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 따웨이는 이 책에서 도파민을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숏폼 중독의 원인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중독’ 그 자체보다, 우리가 왜 그런 자극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도파민 너머
숏폼 콘텐츠를 습관적으로 소비하는 행동을 두고 흔히 ‘도파민 중독’이라고 말한다. 이는 짧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집중력이나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감을 의미한다.
<도파민의 중독>에서도 역시 이러한 중독의 메커니즘을 다룬다. 하지만 책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투자와 소비, 인간관계와 사랑, 감정 조절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내리는 수많은 선택에 도파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
예를 들면 우리는 왜 MBTI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묘한 친밀감을 느끼는지, 왜 끝난 관계를 쉽게 놓지 못하는지, 왜 사랑할수록 오히려 불안해지는지 등, 삶 전반에서 한 번쯤 겪어봤을 경험들이다.
이 질문들은 언뜻 보면 스마트폰 중독과는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은 이 서로 다른 행동들 뒤에 있는 공통된 심리적 욕구를 들여다본다. 결국 우리가 반복적으로 찾는 자극의 밑바닥에는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결핍을 채우고 싶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파민의 함정>은 흔히 이야기되는 ‘도파민 디톡스’에 관한 책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읽힌다. 자극을 무조건 끊어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내가 왜 그 자극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도파민을 원하는가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도파민을 줄이는 방법’보다 ‘나는 왜 도파민을 원하는가’를 아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었다.
어떤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그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밤마다 숏폼을 보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단순히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피하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얻고 싶어서 계속 화면을 들여다보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파민의 함정>은 원인과 해결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인간의 보상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너진 보상 회로를 회복하고 반복되는 행동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도 함께 이야기한다.
예컨대 인간관계에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해로운 영향을 주는 걸 알면서도 선뜻 정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스스로 안전함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스스로 만든 새장에 자신을 가두는 것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현재의 관계들을 바라보며, 내가 정말 이 관계를 원해서 유지하는 것인지, 아니면 익숙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저하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모두 실천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현대 사회에서 즉각적인 도파민을 얻는 방법은 너무나 쉽고 많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영상, 쇼핑, SNS, 뉴스, 게임 등 수많은 자극에 몇 초 만에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모든 자극을 완벽하게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유독 자극을 찾는 사람인지, 어떤 감정이 들 때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지, 그리고 그 행동 뒤에 어떤 결핍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의 결핍은 나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도 바로 ‘결핍’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평소 나의 결핍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내가 가진 부족한 부분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받거나 불편해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문득 ‘나의 결핍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생각 자체도 하나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보다 끊임없이 통제하려는 마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 역시 결국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물론 모든 행동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런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반복하고 있는 행동을 단순히 ‘나쁜 습관’으로 규정하는 대신, 그 행동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파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에 이끌려 행동하는 순간의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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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숏폼을 덜 봐야겠다’라는 생각만 있었으나, 책을 덮을 땐 오히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나는 왜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가’라는 질문만 남았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만 읽기에는 아쉽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부족하며, 그 결핍이 나의 선택과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자극을 끊는 것은 어쩌면 그다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먼저 내가 왜 그 자극을 찾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번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면, 『도파민의 함정』은 그 질문을 시작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나는 왜 늘 같은 선택을 하는가?’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