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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든 영웅의 첫 원정 - 오디세이아 [도서]

오디세우스, 문명을 마무리하는 선지자이자 그 모든 귀환의 첫 영웅

by 양예지 에디터
2026.08.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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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가 개봉하며, 국내에서 이토록 ‘오디세이’라는 아키타입 스토리에 주목하게 된 것은 실로 오랜만일 것이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란 그렇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던 홍은영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등으로 90년생 이후로 전반적인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해도가 이례적으로 높은 것이다.

트로이 전쟁에서의 마지막 해, 특히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다루는 『일리아스』, 그리고 영웅 오디세우스가 이타케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은 『오디세이』. 이것을 다시 살펴보았을 때 이미 아는 이야기임을, 내가 알고 있었음을 알아채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1. 가장 오래된 원형

 

호메로스의 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서구권 문화에 있어 가장 오래된 고전으로, 서사시 형태를 띠고 있다. 서구의 거의 모든 창작물이 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드라마를 원형Archetype으로 삼고 있다. 고로 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 대해 알고 있을 때, 우리 밖의 세상을 이해하는 해상도는 더욱 더 높아진다.


지옥과 연옥, 천국을 관통하는 내세의 여정을 다룬 단테의 『신곡』, 인류의 기원부터 초월적 존재로 거듭나기의 우주적 기원을 다루는 스탠릭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집을 떠나 미지의 영역을 거쳐 다시 본래의 세계로 회귀하는 『인터스텔라』, 『스타워즈』 역시 오디세이를 모티프로 동력 삼아 지어졌다.

영화 오디세이(2026)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트로이의 목마’를 인간(오디세우스)이 저버린 신성과, 그 죄로 형상화하였다. 그리스 신화가 다루는 오디세이까지의 여정은 기원전 16~12세기의 미케네 문명에 해당된다. 즉 마지막 영웅시대, 신성이 세계에 편재하던 마법의 시대였다.

이후 그리스 신화는 로마 신화로 이어지며,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을 통해 또 다른 이변을 얻게 된다. 바로 ‘신성이 인간의 제도, 법률, 국가 권력 속으로 수렴, 도구화하는 세속화와 체계화의 여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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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은 여기서 ‘오디세이’를 미케네 문명에 대한 영원한 안녕, 오디세우스를 시대를 마무리하는 선지자 삼았다. 오디세우스의 19년에 이르는 이타카로의 여정은 목마를 통해 신성을 도구화한 그의 죄책감을 대변하는, 거대한 속죄 서사이다.

앞선 전기 영화 ‘오펜하이머’를 함께 볼 때, 놀란은 원래도 거대한 테마와 메시지를 조율하는데 탁월한 감독이다. 그러나 그 메시지에 대한 야망 탓에, 인물 본연의 인간상이 테마의 도구로 깎여나가는 것은 필연적으로 따르는 아쉬움일 테다. 놀란의 『오디세이』는 미국적인 관점에서 ‘오디세우스’를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영화이다. 그러나 원전의 ‘오디세우스’가 가진 변화무쌍한 면면, 그리고 메시지에 맞지 않는 드라마가 잔가지로 잘려나간 것이 때때로 눈에 띈다.

그 원전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레히너의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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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한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 원작의 오디세이를 레히너가 풀어 지은 것이다. 요컨대 ‘오디세이’ 원전은 고대 서사시 형태로, 현재의 우리가 읽기엔 다소 난해한 점이 없잖아 있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한 지혜로운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 이후 고향 이타케로 가는 10여년의 긴 여정을 그린다. 24권으로 구성된 장편 서사시인 데다, 『일리아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기교적인 구성을 띠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방랑의 모험만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없는 이타케의 일들, 환상의 세계의 일들이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현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신성이 아니라 ‘인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이다. 한 영웅의 모험과 생존, 오랜 방랑과 응징, 그 긴 영웅의 여정을 따라 인간의 궤적을 발굴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우구스테 레히너는 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길고 복잡한 여정을 순차적으로 재구성하고, 3인칭 시점으로 일관되게 서술하였다. 복잡하고 난해한 서사시를 더듬지 않고, 하나의 정돈된 드라마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원작이 다루었던 소재와 시대적 배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쉽게 소화하고 적용할 수 있는 미덕들을 전달한다.

영화 오디세이의 개봉을 통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관심이 생긴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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