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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가 도둑맞은 것은 그림 한 점이 아니었다 - 도둑맞은 미술관

빈 액자가 말해주는 것들

by 이소희 에디터
2026.10.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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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들어가 그림을 바라볼 때면 이상하리만큼 그 작품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는지, 누가 지켜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미술관에 도착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유명한 작품이니 이곳에 있고, 나는 운 좋게 그것을 보러 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만약 그 작품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그랬다. 1911년 8월 21일,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졌다. 당시 루브르에서 일하던 29세의 이탈리아인 잡역부 빈첸초 페루자는 박물관이 문을 닫은 뒤 청소 도구 보관함에 숨어 있다가 빠져나왔다. 그는 나무와 유리로 된 액자를 벽에서 떼어내고 그림을 액자에서 빼낸 뒤 작업복으로 감쌌다. 박물관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아 당황했지만, 지나가던 배관공의 도움으로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이었다.

       

      <모나리자>가 도난당한 뒤 루브르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림이 걸려 있던 빈 벽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 도난당했다는 사실이 작품의 명성을 폭발적으로 키운 것이다. 책은 이 역설을 두고 “진정한 걸작은 도난당하며 완성된다”고 표현한다.


      훔치면 걸작이 되는 걸까? 그리고 <모나리자> 말고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미술품이 도난당했을까.

       

      수지 호지의 『도둑맞은 미술관』은 바로 이 흥미로운 질문을 따라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유명한 명화의 뒷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24건의 미술품 도난 사건을 하나의 사건 파일처럼 따라가며, 작품이 어떻게 사라졌고 범인은 어떻게 움직였으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 작품이 미술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설명한다.

       

      1부 「LOST」에는 끝내 행방을 찾지 못한 17건이, 2부 「FOUND」에는 극적으로 되찾은 7건이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미술사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정말 사건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미술품 도난이 단순히 ‘비싼 그림을 훔친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CASE 01. 나치의 예술품 대량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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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사건은 개인의 절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치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12년간 집권하면서 유럽 전역에서 미술품 약 65만 점을 강탈했다. 이는 유럽 대륙 전체 미술품의 20퍼센트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들이 빼앗은 보물 가운데에는 빈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알베르 글레이즈, 라파엘로, 얀 페르메이르, 렘브란트 판레인, 프란츠 마르크,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등 당대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술에 대한 히틀러의 태도였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 빈 미술 아카데미에 두 차례나 입학을 거부당한 뒤 성공한 화가들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가 선호한 미술은 단조롭고 폭이 좁은 구상화 양식이었고, 현대미술과 추상미술을 ‘퇴폐적’이라고 폄하했다. 나치는 실제로 ‘퇴폐미술전’을 열어 이러한 작품들을 쓰레기처럼 취급했고, 일부 작품은 파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서 약탈은 더욱 노골적으로 확대됐다.

       

      나치는 침공한 국가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작품을 빼앗았고, 민간 수집가들의 소장품까지 약탈했다.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프랑스,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우크라이나는 물론 과거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에서도 우피치 미술관과 피티 궁전의 미술품을 절반 가까이 가져갔다.

       

      특히 풍부한 문화예술 유산을 가진 오스트리아는 주요 피해국이었다. 빈 분리파 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작품 역시 표적이 되었다.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 1세의 초상>은 긴 재판 끝에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든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수천 점 이상의 작품이 원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 있거나, 행방 자체가 묘연한 작품도 많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오스트리아에서의 여행을 떠올렸다.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며 유명한 여행지 중 하나로 벨베데레 궁전에서 우연히 마주친 에곤 실레의 그림에 빠졌다. 그때부터 그의 작품을 더 찾아보게 되었고, 미술 자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더욱 커졌다. 당시에는 '내가 보고 있는 이 작품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도둑맞은 미술관』을 읽고 나니 내가 보고 있는 작품들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작품이 약탈과 도난으로 사라진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아 내가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누군가는 작품을 빼앗으려 했고, 실제로 수많은 작품이 사라졌다. 어떤 작품은 반환을 위해 오랜 재판을 거쳐야 했고, 어떤 작품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미술품을 추적하고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단순히 도난당한 물건을 되찾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 시대의 문화와 각국의 전통을 복원하고, 인류가 함께 공유하는 역사의 한 부분을 되찾는 일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미술품의 ‘소유’보다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누구의 소유인가를 넘어, 우리가 그것을 다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였다.

       

       

       

      CASE 07. 빈 액자가 걸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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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보스턴의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 책에서 특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경찰로 위장한 두 남자가 미술관에 들어와 경비원을 제압하고 작품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액자째 작품을 가져간 것이 아니었다. 귀중한 캔버스를 액자에서 직접 잘라냈다. 그 과정에서 손으로 작품을 잡자 캔버스 조각과 얇은 물감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절도를 하는 과정에서 작품 자체가 손상되는 순간이었다.

       

      범인들은 렘브란트가 그린 유일한 바다 풍경화로 알려진 <갈릴리 바다의 폭풍>과 <검은 옷을 입은 남녀>, 그리고 여러 점의 스케치를 포함해 총 13점의 미술품을 훔쳐갔다. 이후 비디오 녹화장치까지 뜯어내고 영상을 삭제했다. 사건 이후 수사는 길게 이어졌다. 용의자는 7명으로 좁혀졌지만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사망했고, 증거 부족으로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수많은 제보와 증언이 이어졌고 범인 측에서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답이 없거나 거짓인 경우도 있었다. FBI의 끈질긴 추적에도 체포된 사람은 없었고, 작품 역시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그렇게 사상 최대의 미술품 절도 사건 가운데 하나는 미해결 사건으로 남았다.

       

      이 미술관을 세운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는 수집가이자 후원자, 자선가였다. 남편과 함께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여행하며 2,500점이 넘는 유물과 미술품을 수집했고, 그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사립 미술관을 만들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녀의 감독 아래 르네상스 양식의 베네치아 궁전이 보스턴에 세워졌고, 그녀가 사망한 뒤에는 공공기관이 되었다. 

       

      한 사람의 꿈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에서 13점의 작품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빈 액자가 남았다. 이 미술관의 빈 액자는 단순한 빈자리가 아니다. 언젠가 작품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도둑맞은 미술관


       

      『도둑맞은 미술관』은 예술계의 사건 파일을 펼쳐 보는 듯한 책이다. 작품이 어떻게 사라졌고 범인은 어떻게 움직였으며 수사는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쫓다 보면, 어느새 그 작품이 지닌 예술적 가치와 역사적 배경에 닿게 된다. 처음에는 미술품 도난 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건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작품 하나를 잃는다는 건 그 그림 앞에서 감동할 기회와 시대의 기억, 우리가 함께 쌓아온 문화의 한 조각을 잃는 일이었다.


      에곤 실레의 작품도 약탈의 대상이었다. 나는 벨베데레 궁전에서 그의 그림을 보고 그 그림에 빠져 미술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늘 있던 자리의 작품이려니 하며 지나쳤다. 만약 나치의 약탈로 그 자리가 비어 있었다면, 나는 지금 미술을 좋아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약탈과 도난으로 수많은 작품이 사라진 역사를 알고 나니, 지금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예술은 과거의 유산이자 누군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건네는 길이며,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상상하며 표현해왔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그래서 그 가치를 돈으로만 셈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도둑맞은 미술관』이 끝내 남기는 질문은 범죄보다 깊다. 우리가 정말 도둑맞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빈 액자는 그 답을 말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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