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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든 여정은 결국 집으로 향한다 - 오디세이아 [도서]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소설처럼 풀어 쓴 <오디세이아>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을 편하게 읽게 해준다. 그리고 올여름,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가 이 오래된 이야기를 스크린 위로 다시 불러냈다.

by 김지현 에디터
2026.08.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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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가 이야기가 될 때


 

고전을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오디세이아> 같은 책 앞에서는 늘 머뭇거리게 된다. 운문으로 된 서사시, 낯선 이름들, 수많은 각주. 완역본을 펼쳤다가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덮어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오디세이아>는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책이다. 오스트리아 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소설처럼 읽히는 산문으로 풀어 썼기 때문이다. 레히너는 평생 고대와 중세의 신화와 영웅 이야기를 다시 쓰는 작업을 해온 작가다. 그래서인지 원전의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한 편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읽힌다.


덕분에 나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봤다. 외눈박이 거인의 동굴, 세이렌의 노래, 칼립소의 섬. 어디선가 한 번씩 들어봤던 장면들이 하나의 긴 서사 안에서 비로소 연결됐다.


읽다 보면 <오디세이아>가 조금 특이한 영웅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통의 영웅 이야기가 승리로 끝난다면, 이 작품은 승리한 다음부터 시작된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이 긴 이야기가 다루는 것은 전쟁보다 그 이후의 귀향이다.

 

 

 

계속 실패하는 영웅


 

책을 읽으며 의외였던 것은 오디세우스가 생각보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지혜로운 인물로 불리지만 계속 실수한다. 호기심 때문에 위험한 곳에 들어가고, 자만심 때문에 괴물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가 신의 분노를 산다. 유혹에 흔들리고, 부하들을 잃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바닷가에 앉아 운다. 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영웅이라기보다, 신들에게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사람에 가깝다. (책을 보며 들었던 재미있는 생각이 있는데, 간장과 아메리카노 사이에서 아메리카노를 골라야 하는 복불복 게임에서 계속 간장을 고르는 것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런 실패들이 오디세우스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든다. 그는 수없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대가를 치르지만, 결국 다시 길을 찾는다. 폭풍을 만나면 견디고, 한동안 다른 곳에 머물더라도 끝내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겨내는 영웅이 아니라, 계속 실패하면서도 목적지를 잊지 않는 영웅인 셈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오디세우스 못지않게 중요한 인물이 있다. 이타카에서 20년을 기다린 아내 페넬로페다.


그녀의 기다림은 단순히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다. 왕좌를 노리는 구혼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낮에 짠 베를 밤마다 다시 풀며 시간을 번다. 오디세우스가 바다 위에서 기지를 발휘한다면, 페넬로페는 이타카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자리를 지킨다. 떠난 사람의 여정과 남은 사람의 시간이 함께 진행된다는 점도 <오디세이아>를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책으로 읽은 이야기를 극장에서 다시 만나다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했다. 책으로 따라갔던 여정을 이번에는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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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무엇보다 이 모험의 규모가 눈에 들어왔다. 외눈박이 괴물과 거인들, 포세이돈이 뒤흔드는 바다, 인간의 운명에 개입하는 신들.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들이 극장의 큰 화면과 사운드를 통해 펼쳐진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오히려 책에서 읽었던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다. 영화가 오디세우스가 통과해야 했던 세계의 크기를 보여준다면, 책은 그 세계를 지나가는 한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게 한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는 가운데 지나치기 쉬운 머뭇거림과 후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책에서는 천천히 따라갈 수 있다.


같은 서사를 다루고 있지만 두 매체에서 받는 인상은 꽤 달랐다. 그리고 한쪽을 경험한 뒤 다른 쪽을 접하면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장면이나 인물이 새롭게 보이기도 했다.

 

*

 

<오디세이아>를 읽고 나면 ‘오디세이’라는 말이 왜 긴 여정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이 거대한 여정의 목적지는 더 넓은 세계도, 새로운 영광도 아니다. 온갖 섬과 괴물, 신과 유혹을 지나온 오디세우스가 끝내 향하는 곳은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는 자신의 집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화려한 모험담인 동시에 돌아가는 이야기다. 어디까지 갔는지보다 결국 어디로 돌아가려 하는지가 이 긴 서사를 움직인다. 수천 년 전의 영웅 이야기인데도 그 목적만큼은 의외로 단순하다.


영화 <오디세이>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극장에 가기 전이든, 영화를 본 뒤든 이 책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야기를 미리 알고 스크린에서 장면을 확인하는 재미도 있고, 영화를 본 뒤 책으로 돌아와 인물과 사건을 조금 더 천천히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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