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자.”라는 문장이 주는 힘은 크다. 건물로서의 House가 아닌 마음속의 Home. 단순히 집이 아닌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 여기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20년이 걸린 남자 ‘오디세우스’가 있다. 트로이 전쟁이 10년, 이타케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 10년. 합해서 무려 20년, 갓난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이타케는 아카이아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북쪽 바다에 위치한 척박하고 바위가 많은 섬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 섬을 이 세상의 그 어느 기름진 옥토를 가진 화려한 나라보다 더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그곳은 내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 문학과지성사, 『오디세이아』 p.382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 자신의 집인 왕궁을 구혼자들로부터 되찾기까지의 약 10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문학 작품은 기원전에 창작된 고전임에도 지금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 ‘오디세이’는 ‘오디세이아’의 영어식 발음이다. 현재는 ‘오디세이’라는 명칭 자체가 ‘경험이 가득한 긴 여정’을 이야기하는 보통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게임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등이 대표적이다. 텔레마코스에게 도움을 주는 등장인물인 ‘멘토르’에서 선생을 의미하는 ‘멘토’라는 단어가 파생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작품을 영화화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스크린에서 연일 흥행 중이다. 성공한 영화 덕에 원전 『오디세이아』 역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평역본에서부터 원전을 최대한 따른 완역본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전 입문자에게 완역본은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평역, 풀어지은 판본이 제격이다. 문학과지성사의 『오디세이아』는 호메로스의 원작을 오스트리아의 청소년 문학 작가인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풀어지었고, 그 평역을 다시 한국어로 옮겼다. 완역보다 읽기 쉬우면서도 원작의 내용과 감동은 유지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면, 영원한 생명과 젊음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지금껏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역경을 견뎌왔소. 만약 신들께서 아직도 내게 내리실 고난이 더 남아 있다면, 내 그 나머지도 모두 기꺼이 견뎌낼 작정이오!
— 문학과지성사, 『오디세이아』 p.202
또한 등장인물 그림 및 소개와 관계도, 오디세우스의 이동 장소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 영화를 보고 읽는 사람과 고전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약 600쪽으로 상당히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만, 문장이 어렵지 않아 읽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원전 완역본과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아우구스테 레히너는 시간 순서대로 엮었다.
원전에서는 텔레마코스의 여정을 먼저 다룬다. 오디세우스가 없는 이타케 섬에서 왕비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는 구혼자들은 궁전을 점령하고 재산을 탕진한다. 이때 아테네 여신이 오디세우스의 오랜 친구의 모습으로 나타나 텔레마코스가 오디세우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여행하게 한다.
텔레마코스의 여정 이후에야 오디세우스가 등장한다. 7년간 있던 칼립소의 섬에서 스케리아 섬으로 떠난 오디세우스는 이곳을 다스리는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에서 그동안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바로 이 내용이 오디세우스가 이타케로 돌아가는 긴 여정의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타케 귀향 후의 이야기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아우구스테 레히너는 이 액자식 구성과 시점 혼합에 의해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치했다. 시점은 3인칭으로 모두 통일했다. 트로이 전투가 끝난 후 오디세우스가 많은 시련을 겪으며 이타케까지 가는 여정, 텔레마코스의 여정과 성장, 이타케에서의 구혼자 처단이 순서대로 배치되었다.
Briton Riviére, Ulysses and Argus(1885)
브리튼 리비에르, 오디세우스와 아르고스(1885)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여정 안에는 인간의 수많은 감정이 들어있다. 성장, 충동, 분노, 사랑, 기다림과 감동, 귀향을 향한 갈망까지. 수많은 역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타케로 돌아와 구혼자들까지 처단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 기원전의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아직도 위로받는다. 고전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임이 틀림없다.
오디세이아
문학과지성사. 호메로스 원작, 아우구스테 레히너 풀어지음, 김은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