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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미래에서 기다리는 널 위해, 달려갈게 [영화]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을 보고

by 정진영 에디터
2026.09.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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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합니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서둘러 멋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만, 치아키와 마코토의 사랑에 관해서 깊(은) 생(각)을 하느라 쓸 수 없었습니다. 시간, 희망에 관해서 생각하다가도, ‘아니 근데’ 그냥 치아키랑 마코토가 현실에 남아서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 수 있는 거잖아요… 그냥 내 눈앞에서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요…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흐르네요. 눈물을 닦고 어서 정신을 차려서 글을 쓰겠습니다. 아니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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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3일, 일본에서는 ‘나이스 데이’인 날에 운수가 완전히 엉켜버린 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마코토. 늦게 일어난 마코토는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급하게 내려간다. 그러다가 철도 건널목에서 차단기를 박을 뻔할 정도로! 그렇게 교실에 도착한 마코토는 친구인 치아키와 함께 지각을 면했다고 좋아하지만, 어려운 쪽지 시험에, 불을 지를 뻔한 가정 시간에, 날아오는 남학생 때문에 깔리는 일에, 아주 운수 나쁜 날을 보낸다. 심지어 주번이라 노트를 과학실에 제출하는 것도 까먹어, 뒤늦게 과학실로 향한 마코토.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얼거리던 마코토는 실험실에서 무언가 소리를 듣는다. 실험실의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다. 그때 바닥으로 떨어지는 방울 모양의 무언가, 갑자기 인기척이 들리면서 마코토는 놀라 넘어진다. 동시에 방울 모양의 무언가와 닿게 되고 마코토는 신비로운 일을 경험한다. 마치 차원을 이동하는 듯한 경험. 마코토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다시 실험실로 돌아온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빠르게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마코토. 어, 어, 근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대로 차단기를 박은 마코토의 몸이 붕 뜨고 그대로 철도가 마코토를 치고 지나간다… 동시에 시간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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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시간은 조금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번에는 사고가 나지 않고 그대로 가볍게 넘어지기만 한 마코토. 이게 무슨 상황이지. 처음에는 자기의 능력을 반신반의하던 마코토는 몇 번 뛰어넘고 구르며 자기가 진짜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마코토는 그때부터 자기의 능력을 이용해서 시간을 마음대로 뛰어넘기 시작한다. 과거로, 미래로, 마음대로 왔다, 갔다.

       

      시간을 잘 보낸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시간이란 일종의 자기 ‘관리’의 대상이다. 계좌에 있거나, 투자해야만 하는 재화를 대하듯 ‘시간을 쓴다’.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란, 효율적으로 최대, 최고의 성과를 내며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의미 있어야 하고, 결과의 값이 훌륭해야 한다. 그렇게 사는 게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그렇게 살라고 배운 것 같기도 하고, 그 배움을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세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이모의 대사를 하나 가져와 볼까.

       

      시간이라는 건 불가역, 돌아오지 않아.

       

      시간이라는 자원은 한정적이며 다시 생기지 않고 수습할 수도 없다. 귀중하고도 간절한 자원일 수밖에. 우리는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싶고 후회없이 좋게 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마코토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마코토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자기가 실수했던 일을 좋은 결과로 바꾸는 데에 능력을 활용한다. 망쳤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여동생이 먹은 푸딩을 다시 돌아와 먹으면서, 작은 이익들로 바꿔 간다.

       

      그렇게 순탄할 것 같은 마코토의 앞날은 별안간 치아키의 고백으로 흔들린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던 치아키는 갑자기 마코토에게 고백한다. 마코토는 다시 시간을 되돌리지만, 치아키의 고백은 계속된다. 아무리 빠져나가려고 해도 함께 자전거만 타면 고백을 하는 치아키. 결국 마코토는 시간을 되돌리지 않고 아예 치아키를 피한다. 그뿐일까, 마코토가 가정 시간에 불을 내는 것을 피하면서 다른 친구가 불을 지르게 되었고 그 결과로 그 친구는 왕따가 된다. 왕따가 된 친구는 마코토를 원망하면서 분노를 키워가고 급기야 소화기를 마코토에게 던진다. 이를 막으려다가 치아키가 크게 다치고, 치아키를 지키기 위해서 마코토는 시간을 되돌리지만, 옆에 있던 친구가 더 크게 다치는 결과를 불러온다. 마코토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마코토는 자기 팔에 적힌 ‘90’이라는 숫자를 보게 된다. 이게 남은 숫자라는 걸 눈치챈다.

       

      마코토는 바로 잡아야겠다고 다짐한 걸까. 고스케가 ‘바보인 줄 알았던 친구가 나보다 성적이 올랐어’라며 후배의 고백을 거절했다는 걸 듣고 그 고백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선다. 계속해서 시간을 뛰어넘어 후배의 고백이 성공하도록 해준다. 두 사람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마코토는 어느새 팔에 적힌 숫자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다. 10으로 바뀐 숫자… 아, 뒤집어본다. 자기에게 시간을 건너뛸 기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다시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실험실에 가던 그때, 고스케에게서 문자가 온다. '자전거를 빌려 간다!' 마코토의 머릿속에 고장 난 브레이크와 철도 건널목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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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건널목에 도착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때 걸려온 전화, 치아키다.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에 즐거운 마코토는 치아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치아키랑 야구하는 게 좋은데, 치아키는?” 두 사람 사이에 좋은 기류가 흐르고 치아키 역시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고백이 나올 타이밍에 두근두근하는 마코토, 그러나 치아키는 “너, 타임리프 하고 있지?”  묻는다. 당황한 마코토는 시간을 되돌려버리고 허무하게 딱 한 번 남은 기회를 날려버린다. 허무해하는 마코토의 옆으로 자전거를 탄 고스케와 후배가 지나간다. 내리막길을 빠르게 달려가는 자전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마코토가 자전거를 따라거며 세워보려고 하지만, 마코토는 이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그렇게 자전거가 차단기를 박으면서 고스케와 후배가 철도에 치인다.

       

      마코토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이용해왔지만, 벌어질 일들은 벌어진다. 마코토가 피한 일들을 누군가는 반드시 당한다. 마치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허상이라는 듯 말이다. 영화는 마코토가 사소하게 바꿨던 모든 일이, 다른 사람에게 불행으로, 마코토에게 더 큰 불행으로, 돌아오게 한다. 마코토의 노력은 마치 모래를 주먹에 쥐려는 노력처럼 잡힐 듯하지만, 잡히지 않고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 영화는 말한다. 시간을 많은 것을 앗아간다고. 우리가 그것을 잡을 수 없다고. 그것이 시간의 순리다. 우리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괏값이 올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치 그런 것들이 헛되다는 듯, 영화는 우리가 애써 하려던 노력이 무력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시간 앞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해질 뿐인가.

       

      그때 시간이 멈춘다. 시간을 멈춘 사람은 치아키. 그렇게 마주한 두 사람. 치아키는 자기가 미래에서 왔다고 말하며 미래에는 시간을 오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걸 통해서 이 시대로 왔고 금방 가야 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나머지 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기에게 딱 한 번 남은 돌아갈 기회를 방금 고스케를 살리면서 사용했다는 치아키. 하지만 과거 사람에게 타임머신 장치를 들키면 돌아가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서, 치아키는 그 자리에서 마코토를 떠난다.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고 마코토는 치아키가 있던 곳으로 뛰어가지만, 치아키는 없다. 마코토가 눈물을 흘린다. 이후 마코토는 치아키의 고백을 받아주질 않았던 것을, 치아키가 어렵사리 고백했던 용기를 없던 일로 만들었던 것을 내내 후회한다. 마음을 털어놓고자 이모를 찾은 마코토는 이모에게서 조언을 듣는다.

       

      그치만 마코토, (중략) 친구가 늦게 오면 달려가 맞아주는 게 너 아냐?

       

      치아키가 시간을 되돌렸기 때문에, 마코토의 기회가 하나 살아나면서 마코토는 밤중에 길을 힘껏 달려 시간을 되돌린다. 그리고 7월 13일, 그날의 실험실로 시간을 되돌린다. 방울 모양의 타임머신을 주워서 치아키의 앞에 나타난 마코토. 마코토는 치아키의 손에 타임머신을 쥐여주면서 치아키의 남은 숫자를 확인한다. 숫자가 하나 남아 있다. 강가에 앉아 있는 치아키와 마코토. 멍하니 물수제비를 뜨는 걸 지켜보며 이별을 받아들인다. 치아키는 늘 해주고 싶던 말이 있었다고 하고, 마코토는 기다린다. 그러나 기다린 고백이 아니라, 앞 좀 보고 뛰라는 소리나 하는 치아키. 실망한 마코토는 치아키에게 가라고 등을 떠민다. 그렇게 휙 뒤를 돈 마코토, 눈물이 차오른다. 마코토의 옆으로 자전거 한 대가 지나가고 자전거를 따라서 시선을 옮기면 치아키는 없다. 마코토가 소리내 엉엉 우는데 그때 뒤에서 나타난 치아키가 마코토를 안아준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응, 금방 갈게, 달려갈게.

       

      치아키가 돌아온 김에, 그냥 두 사람이 함께 살면 안 되는 걸까. 하지만 모든 일을 겪고 난 두 사람은 ‘시간의 순리를 지켜야 한다’라는 법칙에 따른다.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치아키와 마코토는 서로를 포기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간을 따라야 하므로. 앞서 말했듯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포기’다. 우리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으며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어떤 일이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반드시 일어나며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영영 만나지 않게 되는 이별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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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시간이 우리의 손에 잡히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는 ‘기대’라는 걸 품게 된다. 치아키와 마코토가 만날 수 없을지라도, 우리가만날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이유는, 둘을 헤어지게 한, 둘이 따라야만 하는 시간이 마코토를 그리고 우리를 반드시 미래로 데려가 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비극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시간이며, 그것이 온전히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역시 시간이다. 이별은 때때로 서로의 잘못이 아니며, 그저 벌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붙잡지 못하더라도, 그 비극이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과 멀어질 것이다. 그러니 모든 아픔은 영원하지 않으며 그것은 일종의 가능성이 되어 내가 다시 살아가고 나아질 기대와 희망 같은 것으로 변한다. 그 모든 사실이 시간이 흘러가기 때문에, 시간이 손에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간이 다시 흐른다. 이별의 아픔을 안은 채로, 마코토의 기대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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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늦었지만,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치아키가 있는 미래에 도착하기 전, 달려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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