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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인외를 아시나요? 아뇨, AI가 만든 그거 말고요 [문화 전반]

인외 유행을 정색하고 바라보기. 오타쿠와 AI의 예술성을 중심으로.

by 정진영 에디터
2026.10.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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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외’를 아십니까. 인간이 아닌 존재를 의미하는 그 단어. 오타쿠라면 한 번쯤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심장이 뛰어 본 적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바로 롯데월드로. 롯데월드의 가로등 신사 ‘베스퍼’를 시작으로 인외 대유행이 시작되었다. (정확한 구분으로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인외는 ‘오브젝트 헤드’ 즉 물건의 머리를 한 존재이지만, 이 글에서는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 나누기보다는 인외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상에 집중하였다.)


      이런 인외 유행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유튜버 ‘진돌’이다. 진돌은 처음에 인외 유행을 이해해 보려는, 아니 놀리려는 의도로 ‘까스난로 3세’를 그렸고, 이는 어마어마한 반응을 이끌었다. 아니! 이 사람 완전 재능 넘치네! 이렇게 인외의 유행에 불을 지핀 진돌은 진정한 인외-재능러로 인정받았다. 이후 진돌은 인외에 관한 여러 콘텐츠를 기획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대기업들의 인외를 수정해 보는 콘텐츠였다. 인외가 유행하니, 여러 기업이 수저를 얹고 싶었던 듯하다. 각 기업의 SNS를 통해서 바이럴을 노리고 AI가 만든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런데 뭔가 좀… 진돌은 자기가 그렸더라면, 하면서 그들의 인외들을 수정해주었다. 이 콘텐츠는 진돌의 ‘재능’을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걸 증명하는 듯했다. 이 글은 그것에 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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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 인외.. 치즈를 앞머리로 썼다)

       

       

      이야기의 시작은 오타쿠다. 무언가를 깊고 깊게 좋아하는 사람들. 그 정도가 좀 지나친 사람들. 예전에는 오타쿠를 대외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기업의 A라는 캐릭터가 오타쿠에게 인기가 많다면, 기업은 그걸 굳이 홍보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이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조금 달라진 듯하다. 기업들이 오타쿠를 반긴다. 홍대의 AK플라자나 잠실 롯데타워의 '애니메이트' 등 오타쿠를 저격하는 공간이나 캐릭터, 기획이 생겨난다. 오타쿠들아! 보고 있니! 외쳐되는 듯하다. 기업들이 눈치를 챈 것이다. 오타쿠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이다.


      진돌의 말은 인용하자면, 오타쿠는 ‘비합리적’으로 소비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거나 취향만 맞으면, 그것의 가격이 적정한지, 실용적인지 계산을 하지 않고 구매한다. 이런 소비력은 아마 분야를 가리지 않고 취향만 맞으면 헥헥 좋아하는 그들의 ‘비이성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오타쿠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사랑 앞에서 제정신을 차린다면, 오타쿠가 될 수 없다. 그들의 지갑은 ‘사랑’만 있다면 열린다. 적어도 기업이 분석한 오타쿠는 그런 듯하다.


      그러니 사실 오타쿠를 향한 기획이나 공간은 오타쿠를 향한 인정이나 존중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오로지 그들의 소비력 때문이다. 오타쿠는 돈이 있기 때문에 환영받고 공간을 허락받는다. 반대로 말해볼까, 그들은 소비력이 없으면 드러날 수 없다. 돈을 쓸 수 없는 공간에서 그들은 허락받지 못한다. 오히려 경관을 해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여기서 여성의 비율이 어떻게 늘어났을지도 궁금해지는 바이다. 오타쿠를 향한 시선에 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루겠다.)


      뭐, 오타쿠를 존중까지 해야 하나, 싶을 여러분들을 위해서 다시 인외로 돌아가 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소비력을 갖춘 오타쿠들은 기업의 눈에 ‘바이럴’의 대상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인 존재로 보였을 테다. 홍보의 최고 비결인 바이럴은 쉽게 입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은 어떻게 낼 수 있을까? 그때 기업들의 눈에 롯데월드가 보였으리라. ‘인외’라는 저것, 오타쿠를 저격하는 저것을 우리도 만들자. 그래서 오타쿠를 모으자. 돈을 벌자. 그렇게 그들은 AI로 인외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어떤 건 로판, 어떤 건 정장, 어떤 건 한복. 너희 이런 거 좋아한다며, 어때 좋지? 우리가 너희랑 관계없는 뭐를 팔든, 너희는 좋으면 장땡이잖아,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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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춤추는 베스퍼..)

      [출처: 행복아롯데월드가자]

       

       

      여기서 진돌이 나타난다. 많은 인외러(인외를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인정한 진돌의 재능을 살펴보자. 진돌은 웹툰 작가다. 그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림 못 그리는 사람이 어떻게 썰을 풀면서 동시에 빠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단 말인가… 어쨌건 그는 그런 이유로 웹툰에서 스토리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해왔다.


      인외는 사람이 아니다. 캐릭터다. 그러니까 인외란 비주얼로 출발할지라도 그 안에서 설정이 쌓여야 진정한 '인외'가 된다. 진돌이 인외에 접근할 때, 비주얼로 시작하더라도 설정을 추가하면서 디테일을 쌓는다. 일종의 캐릭터 구축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가령 ‘까스난로 3세’는 단순히 가스난로를 로판의 의상과 합성한 이미지를 넘어선다. 손으로 불을 지필 능력을 갖추고 있고 삼 형제 중 첫째라서 든든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만드는 것. 그것이 진돌의 ‘재능’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볼까, 진돌의 재능에 대적 되는 저편에는 무엇이 있나. 바로 AI가 있다.

       

      손쉽고 편리하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조금 모자라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딸깍’ 한 번으로 이미지를 생산해 내는 AI는 마치 언제 내 직업을 죽일지 모르는 사냥꾼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편리한 AI 앞에서 예술성에 관한 질문들은 무의미해 보인다. 아니, 예술성 그 자체가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예술성을 평가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이 AI와 현실 이미지를 구분해 내는 여부로 심판대에 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AI 앞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아니 창작은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창작자들은 어떻게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나.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AI에게 잡아먹히지 않을까, 덜덜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다시 인외 유행과 진돌을 보자. 진돌이 AI 이미지를 수정하는 그때, 우리는 AI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본다. 그런 것들을 단순히 기획과 디테일이라는 말로 납작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아이디어를 연관시키면서 확장하는 것, ‘느낌’을 디테일로 만들어내는 것,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예측하는 것. 이 모든 것을 이미지 너머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떠올리는 고민과 시간으로 요약해볼까. 좀 웃기게도, 진돌의 재능을 보면서 단순히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니라, 일종의 간질간질한 가능성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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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요석 작가님과의 라이브.. 감동이 있다)

       

       

      이를 감지한 존재들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만족할 줄 알았던 오타쿠라는 점 역시 잊지 말자. 오타쿠는 자기가 사랑하는 존재들에 관해서 가장 깊게 고민해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순히 쉽게 만족하는 게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 만족한다. 작은 것에도 크게 사랑한다. 사랑하는 대상에 관한 분석으로 쌓아올린 오타쿠들의 ‘미감’과 ‘감도’는 그들에게 사랑할 만한 이유를 감지하는 하나의 센서다. 사랑 앞에서 제정신이 아닌 그들에게 아직 AI 이미지는 조금 멀었다. 그들은 깊게 사랑할수록 더 민감하게 감지해 낼 것이다.


      오타쿠가 있는 한, 아직 사람이 한 창작이 제일 재밌지 않을까? 창작자와 오타쿠는 제정신이 아닌,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랑으로 통하는 관계니까. 제정신이 아닌 사랑이, 인간을 AI에게서 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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