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NS를 보면 멈칫하게 되는 영상들이 있는데 실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AI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단순히 사람의 얼굴이나 풍경을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하나의 영화처럼 이야기가 있는 장면까지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특히 영상의 분위기와 미감, 짧은 서사가 결합된 AI 영상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누군가는 AI로 엉뚱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누군가는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영상으로 구현한다. 또 어떤 영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영화나 웹툰의 장면처럼 만들어져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영상은 어느새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AI 콘텐츠에 열광하고 있는지 최근 눈에 띄었던 네 가지 사례를 통해, 트렌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카이가 AI로 만든 독일어 숫자송
출처: 전과자 독어독문학과
가장 최근에 눈에 들어온 것은 유튜브 채널 ‘전과자’에서 공개된 엑소 카이의 AI 활용 콘텐츠였다. 카이는 독문과 수업을 들으며 AI를 활용해 독일어 버전의 숫자송을 만들어냈다.
힙합 느낌이 강한 독일어 노래에 카이 특유의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웃기고 중독성 있는 영상이 됐다.
반응도 상당히 뜨거웠다. “역시 쇠맛 최고 SM식 노래다”, “너무 웃겨서 여러 번 봤더니 거짓말 안 치고 이제 독일어 숫자 3까지는 외운 것 같다” 같은 반응이 이어졌고, 무엇보다 “엑소라는 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다” 같은 댓글까지 달리면서 카이의 정체성이 AI 노래 안에서도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아이돌이 AI를 이용해 사랑의 세레나데 숫자송을 독일어로 만든다는 것부터 조금 황당하고 재미있는데, 이 콘텐츠가 더욱 흥미로웠던 이유는 AI를 거창한 기술로 다루지 않고 제법 간단한 프롬포트를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AI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이걸 AI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장난스러운 발상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예전에는 AI가 얼마나 사람처럼 그림을 그리는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서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내느냐도 하나의 콘텐츠 능력이 되고 있다.
2. 자기야 만약에 내가 00가 된다면?
출처: @swayroom_studio
AI의 또 다른 재미는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상상을 영상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풍선이 되면 손 놓지 마.”
“내가 아이스크림이 되어도 사랑해?”
“그럼 내가 모기가 되어도?”
말만 들으면 연인끼리 장난스럽게 주고받는 질문이다. 그런데 AI는 이 단순한 상상을 실제 영상으로 만들어낸다. 사람이 풍선이 되고, 아이스크림이 되고, 모기가 되는 장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짧은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완성된다.
이 영상이 특히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쓸데없는 상상을 영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갑자기 모기가 될 수는 없지만, AI 속에서는 가능하다.
무엇이 되어도 사랑하겠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아주 단순한 말이다. 하지만 댓글에는 “나도 이런 연애를 했을 때가 있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영상 속 대화를 보며 자신의 지난 연애를 떠올렸고, 누군가는 영상의 분위기와 미감을 두고 “AI 영상 중 최고다”라고 반응했다.
영상 자체의 자연스러움과 예쁜 색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 이유다. 과거라면 머릿속으로만 상상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을 장면을 이제는 몇 초짜리 영상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
출처: @dreamfall
세 번째로 눈에 띄는 AI 영상 중 하나는 마치 미국의 1990년대 로맨스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영상이다.
영상 속 남녀가 길을 걷다 서로 부딪히고, 여자가 들고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와르르 쏟아진다. 남자는 미안하다는 듯 물건을 주워주고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아주 단순한 만남의 장면이지만, 쌀쌀한 날씨와 흐릿한 하늘, 빈티지한 색감이 더해지면서 묘하게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상의 소재가 마냥 아름다운 로맨스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후 불륜을 다루는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수천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자극적인 줄거리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실제 영화에서 한 장면을 잘라온 것처럼 느껴지는 영상의 미감과 분위기가 강하게 시선을 끌었다.
AI가 만들어낸 것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영화지만, 사람들은 그 짧은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가 실제로 있다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AI는 단순히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를 넘어,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영화의 한 장면을 실제로 보여주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4. 존재하지 않는 학교를 실제 영상으로 만든 ‘선오고등학교’
출처: @seono_official
네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웹툰 《44교시 생존수업》의 ‘선오고등학교’를 실제 영상처럼 구현한 콘텐츠다.
《44교시 생존수업》은 평범한 학교가 정체불명의 ‘검은 원’에 빠지면서 괴물과 이상현상이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고, 학생들이 그곳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다룬다.
웹툰에서만 존재하던 선오고등학교가 AI를 통해 실제 학교를 촬영한 듯한 영상으로 구현되면서 더욱 흥미로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이런 느낌으로 넷플릭스나 OTT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다’는 반응이나 영상미를 칭찬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단순히 웹툰을 영상으로 옮긴 것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에는 독자가 그림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했던 공간을 AI가 먼저 시각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평범한 학교 복도와 교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면서, ‘내가 알던 학교가 갑자기 공포의 장소가 된다면?’이라는 상상을 눈앞에 펼쳐놓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영상이 원작의 새로운 홍보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드라마 제작까지 가지 않더라도 AI를 통해 ‘만약 영상화된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가상의 예고편을 만들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과 영화, 게임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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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발전할수록 영상 제작의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있다. 이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거대한 촬영장이나 배우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짧은 장면 하나가 곧바로 영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요즘의 AI 영상 트렌드를 보면 사람들은 단순히 ‘AI가 얼마나 진짜처럼 만들었는가’에만 감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상상했고, 그것을 얼마나 그럴듯한 장면으로 보여주었느냐에 있으며, AI 영상은 새로운 기술의 유행이라기보다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