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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두루두루 -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6

‘둘둘’을 펼치면 ‘두루두루’. 여기저기 빠짐없이, 골고루.

by 김주하 에디터
2026.09.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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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6은 올해로 22회를 맞은 한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다.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CGV연남에서 진행됐으며, 올해는 ‘두루두루(DURU-DURU)’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독립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였다. 총 8개 부문에서 116편의 작품이 상영될 정도로 규모도 꽤 큰 영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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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게는 3분 남짓, 길게는 20분이 넘는 작품까지 러닝타임도 다양했고, 그림체와 제작 방식 역시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재미있게 본 작품은 정가희 감독의 <데시메이트>와 최진욱 감독의 <빈캔>이었다.

       


       

      겉으로 보면 닮은 구석은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


       

      두 작품은 겉으로 보면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데시메이트>는 의식을 업로드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버추얼 아이돌이 존재하고,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흐려진 세계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원하는 존재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의식을 업로드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과 디지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다.

       

      반면 <빈캔>은 훨씬 소박하다. 하늘에서 빈 캔 하나가 버스 안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별것 아닌 물건 하나를 두고 승객들 사이에 소란이 벌어지고, 오해와 욕심, 각자의 셈법이 얽히면서 상황은 점점 커진다.

       

       

       

      <데시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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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시메이트>의 세계에는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기술이 등장한다. 의식을 업로드하고 현실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이동하려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꽤 먼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낯설지 않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고, 내가 원하는 세계에 들어가고 싶고,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다른 곳에서 찾고 싶은 마음.

       

       

       

      <빈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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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캔>은 더 직접적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빈 캔 하나가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누군가는 욕심을 내고, 누군가는 상황을 오해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셈법에 따라 행동한다. 그 빈 캔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공통점을 보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우리와도 비슷하다. 그래서 <빈캔>이 재미있었던 이유도 단순히 이야기가 유쾌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데시메이트>를 보면서는 반대로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게 됐다.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정말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될까?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어딘가에 속하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마음까지 완전히 달라질까. 세상은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환경으로 계속 바뀌겠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까진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큰 변화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버스 안으로 굴러 들어온 <빈캔> 하나 같은 아주 작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기술을 활용한 자연스러운 흔적


       

      이번 영화제의 여러 작품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흔적을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움직이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창작 과정에 들어오면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이번에 내가 관람한 독립보행3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과 이야기를 가진 여덟 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독립보행3>에서 만난 작품들을 보면 같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표현 방식과 이야기가 모두 달랐다. 2025년에 완성된 <빈캔>부터 2026년에 제작된 <데시메이트>까지,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한 영화제 안에서 관객을 만났다. 누군가는 작품을 만들고, 누군가는 그것을 출품하고, 심사를 거쳐 상영작이 되고, 또 누군가는 영화관의 한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그 작품을 마주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영화관에서 본 몇 편의 짧은 애니메이션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2025년에 만들어진 이야기가 2026년의 나에게 도착한 것


       

      누군가에게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를 작품을 나는 단 몇 분 동안 보고 지나쳤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도 누군가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산업도 더욱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이미지나 상업적인 작품부터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서 만난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자유롭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작품도,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낸 작품도 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일 것이다.

       

      AI를 비롯한 새로운 기술이 애니메이션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면,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관객에게 닿을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졌으면 한다.

       

      2025년에 만들어진 작품이 2026년에 관객을 만났듯이, 지금 누군가 만들고 있는 작품도 언젠가 또 다른 영화관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도착할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고, 그 이야기를 기다리는 관객도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에 영화관에서 만날 또 다른 애니메이션이 어떤 모습일지 조금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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