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NFL?
NFL이 NBA 안에 속한 거라 알았을 정도로 스포츠에 완전히 무지했었다. (*NBA는 미국 프로농구, NFL은 미국 풋볼 리그) 경기 응원하는 걸 좋아하지만 경기 자체에 흥미가 있던 건 아니고 그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승부욕과 열정, 단합이 좋았다. 그래서 아빠 따라 한국에서 첫 야구 경기 직관을 보러 갔을 때도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응원가에 온몸을 바쳤지, 야구 룰은 하나도 모르고 점수가 쌓일 때마다 옆 사람에게 질문하기 일쑤였다. 응원가가 좋았던 야구 다음은 축구였다. 한 축구 선수에게 빠져 축구 룰도 모르면서 덕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덕질도 엄청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어떤 해외 축구팀이 있는지 정도는 알았으니 쓸모없진 않았다. 그럼에도 오래 좋아하기에는 축구 자체에 큰 흥미가 없었다. 애초에 경기 인원이 많아서 어떻게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부터 어려웠고, 왜 경고를 받는지, 왜 파울인지도 몰랐고 그 흔한 ‘오프사이드’ 용어도 몇 번이나 설명 들었음에도 머리에 각인시키기 어려웠다.
미국에 와서는 학교에 풋볼 팀과 배구팀이 있어서 종종 경기를 보러 갔다. 축구도 어려운데 풋볼은 더 가관이었다. 공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정신 차려보면 몸싸움하고 있었다. 하키의 경우는 더 작은 공이긴 했지만 그래도 풋볼보다는 나았다. 하키 다음으로 볼만했던 건 배구였다. 친구가 배구를 좋아해서 직접 룰 설명도 들으며 흐름을 이해하니 확실히 도움이 됐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인원도 적고 공도 잘 보이니 왜 점수를 얻었는지도 이해가 돼서 조금씩 경기를 보는 희열을 느꼈지만, 그냥 한 번씩 보기 좋은 스포츠일 뿐이었다. 그리곤 뉴욕에 갔다.
몸이 꿈틀거리는 기분, 어쩐지 느낌이 좋다.
농구에 관심이 없어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경기장에서는 꼭 NBA를 직관해야 한다길래 농구 자체보다는 그냥 뉴욕 경험의 일부로 여기곤 경기장을 찾았다. 해당 날짜에는 ‘뉴욕 닉스’와 ‘워싱턴 위저드’ 경기가 있었다. 기다란 줄을 기다려 높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도착해서 본 풍경은 단숨에 나를 압도했다. 약 2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꽉 찬 사람들과 휘황찬란한 파랑, 주황 불빛, 3층이었음에도 워밍업이 잘 보이는 키 큰 선수들, 경기 시작도 전에 두 귀를 가득 채우는 저마다의 함성. 좌석에 착석하기도 전에 이 모든 것을 느끼니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오늘 밤, 농구라는 스포츠에 뭔가 특별한 애정이 생길 거라는 확신.

솔직히 말해서 ‘뉴욕 닉스’라는 팀을 처음 들어봤지만, 홈구장이라는 이유로 응원할 명분이 생겨서 우선 닉스를 나의 팀으로 설정하곤 경기를 지켜봤다.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는 후회는 전혀 들지 않는다. 3층 꼭대기에서 봤기 때문에 선수들 뿐만 아니라 NBA의 열기, 문화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 거의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졸지 않고 경기를 즐겼고 경기장에서 나올 때 뛰지 않았음에도 내 혈관에 흐르는 피는 농구에 대한 흥분으로 범벅이 된 상태였다.
‘정말 좋았다.’ 정도로 막이 내릴 것 같던 농구에 대한 경험이 근래 다시 불이 지펴진 이유는 플로리다 때문이다. 플로리다에서도 NBA를 볼 수 있어서 일정에 끼워 넣을지 고민하던 차였다. 시간도 돈도 현명하게 써야 했기에 플로리다에서 꼭 NBA를 봐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응원할 팀을 먼저 골라야겠다 싶었다. 마이애미 NBA티켓을 알아보러 들어간 창에서 30개의 팀이 한눈에 들어왔다. 늘어져 있는 팀들을 보니 한번 시작할 거 제대로 시작해보자 싶었고 바로 챗GPT를 켜서 모르는 걸 죄다 질문하기 시작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지도 모를 신비한 농구 사전
혹 나와 비슷한 처지의 입문자가 있을까 봐 AI와 합심해 얻어낸 정보를 두서없이라도 나열해 보려 한다. 전문적인 서적이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입문 영상조차 아직 어려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진은 AI가 만든 것.)
우선 NBA는 미국의 프로 농구 리그다. 미국과 캐나다를 합쳐 총 30개의 팀이 출전하고 주 위치에 따라서 동부 15개, 서부 15개 팀으로 나뉘어 있다. 동·서부의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시즌에 있다. 정규시즌, 플레이인, 플레이오프, 파이널 순으로 시즌이 이어지는데, 먼저 정규시즌은 10월부터 4월까지 많은 팀들이 경기를 치른다. 정규 시즌 시작 이후에 경기하면서 각 팀이 열의를 다지고 난 후에는 본선 진출 전이라고도 하는 플레이인 시즌이 온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동·서부 각각에서 순위를 매기는데, 플레이인에서 진출권 경쟁을 두고 이긴 각 구역의 1~8위만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동부 8개, 서부 8개, 총 16개 팀이 경쟁해 각 구역에서 한 팀만이 파이널로 올라간다. 동부 챔피언과 서부 챔피언이 만나서 우승을 겨루는 파이널을 끝으로 6월에 시즌이 종료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팀을 정했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확실히 답하기가 어렵다. ‘드래프트’라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새롭게 팀을 구성하는 기간을 생각해 보면 팀을 고르는 것보다 좋아하는 선수를 만드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팀이나 선수를 고를 만큼의 지식이 쌓이지 않았으므로 좀 더 경기를 찾아보는 수고와 재미를 들여야 할 것 같다.
다음은 규칙이다. 한 경기는 12분씩 4번의 쿼터로 진행된다. 경기를 보다 보면 스코어와 남은 시간 말고도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부분이 있다. 그건 ‘24초 제한룰’이다.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24초 안에 공격해야 한다. 슛으로 낼 수 있는 점수로는 기본적으로 2점이고 장거리 슛인 3점 슛과 자유투 1점 슛이 있다. 이 외에도 무수히 세분화된 다양한 룰이 있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농구하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포지션을 물었었다. 돌아오는 답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생각도 전에 튀어 나간 질문이었다. 처음엔 딱히 포지션이 있나 생각했다. 워낙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스포츠로 인식해서 그런가.
크게 포인트 가드(PG), 슈팅 가드(SG), 센터(C), 스몰 포워드(SF), 파워 포워드(PF)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에 들어서서는 크게 포지션 상관없이 경기를 진행하지만, 그래도 농구 경기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포인트 가드는 경기의 흐름을 조율한다. 직접적으로 슈팅을 하기보다는 공을 적절하게 패스하고 분배해 준다. 그럼, 슈팅가드는 초점을 슛과 득점에 맞춘다. 센터는 골 밑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만큼 골 밑 수비에 중점을 둔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하는 올라운더가 스몰 포워드다. 파워포워드도 이와 비슷하지만 좀 더 리바운드와 골 밑 수비, 몸싸움에 주력한다.
가드와 포워드의 큰 차이를 이해하는 데 내게 도움이 됐던 사례가 ‘스테픈 커리’다. 스테픈 커리는 대부분 가드 포지션을 취한다. 이는 그의 주 스킬인 3점 슛이랑 연관이 있다. 그의 신장은 우월하게 크지 않기에 골 밑쪽에서 수비와 공격하는 것보다는 외곽에서 장거리 슛을 날리는 게 좀 더 효과적이다. 그에 비해 ‘제임스 르브론’ 같은 선수는 포워드 포지션에 더 적합하다. 큰 키와 강한 체격으로 다른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기에 더 효과적이다. 신장에 관한 포지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NBA에 관심이 생기자마자 어떤 플랫폼에서 경기를 챙겨봐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아마존 프라임이나 쿠팡 플레이를 알아봤지만, 입문 단계인 내게는 플랫폼에 올라오는 중계 영상을 대단히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뭐니 뭐니 해도 유튜브가 최고의 수단이었다. NBA 공식 유튜브 계정에는 매일 풀 하이라이트 영상이 잘 정리되어 올라온다. 그러다 보면 하단에 뜨는 관련 영상으로 역대 유명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알고리즘에 뜨는데, 그걸 보며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 연결고리로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코비 브라이언트, 제임스 르브론 등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됐다.

초보 입문자에게 쉬운 경기 해석이나 농구를 주제로 한 콘텐츠만큼 도움이 되는 게 또 영화나 시리즈물이다. 최근에는 애덤 샌들러 주연의 ‘허슬’이라는 드래프트에 관한 농구 영화를 봤고 ‘스타팅 5’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시작했다. 복잡한 용어를 사용해 깊게 들어가기보다는 좀 더 대중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접근해 오기 때문에 농구에 지펴지기 시작한 불씨를 좀 더 타오르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간 공, 그다음 공.
언제까지 이 관심이 유지될지,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의 변덕은 언제나 제어하기가 어려우므로. 그러나 혹 잠깐일지라도 지금 내게 찾아온 이 열정이 좋다. 무의미하게 빠르게 웃고 넘겨버리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온 정신이 그곳으로 가 있어서 찾아볼 수밖에 없는 몰입감이 좋다.
전설적인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을 보면 공통으로 느껴지는 게 그들의 패기다. 실패를 도화선 삼는 건 어떤 스포츠 선수에게든, 크게 보면 어떤 사람에게든 통하는 전술일 거다. 실패는 피할 수 없고 실패가 없는 삶보다 무의미한 게 또 없으니까. 실패를 맛봐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시작하는 사람으로서는 어쩐지 벅차기도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는 처지에서는 이보다 위안이 되는 클리셰가 또 없을 거다.

농구 선수들이 코트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거친 숨소리가, 내면에서 들끓는 분노와 자기 조절이 화면 너머에 있는 나에게도 느껴질 적에는 관객이 나마저도 다음 스텝을 응원하게 된다. 방금 넣지 못했어도 또 다음 골이 있으니까. 지나간 공에는 미련을 두지 않고 오로지 다음 슛에만 집중하는 그들의 멘탈 관리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세대가 교체되어도 변하지 않을 믿을 구석일 거다.
미국에 지내는 동안 나는 몇 개의 NBA 경기에 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