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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생계형 밥벌이 호러 시리즈가 등장했다 - 꿀알바 [드라마/예능]

꿀알바, 수락하시겠습니까?

by 장수정 에디터
2026.11.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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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 오피니언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꿀알바'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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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YNOPSIS

      빚에 쫓기던 20대 청년 혁준 앞에 나타난 수상한 인력사무소.

      시급은 최소 50배, 살아서 퇴근하면 다음엔 더 많이 준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그는 알바 자리를 수락한다.

       

       

      누군가가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 누군가가 평범하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새벽 4시에 쓰레기통 가득 쌓인 일반쓰레기 봉투를 트럭에 실어 가고, 그래서 누군가는 평범하게 아침에 쓰레기를 내놓는다. 누군가는 길바닥에 널브러진 은행을 치우고, 그래서 누군가는 평범하게 그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흡연실의 찐득한 가래침과 담배꽁초를 치우고, 그래서 누군가는 평범하게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는다. 그래, 첫 문장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겠다.


      누군가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굴러간다.


      새로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꿀알바’는 이 문장을 가장 극단적인 곳까지 끌고 간다. 이 드라마에서는 누군가가 죽어 저쪽 세계의 제물로 바쳐져야, 이쪽 세계의 누군가가 평범하게 살아간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


       

      제물의 공급을 맡은 곳은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이고, 그 ‘사장’(이희준)은 말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고. 목숨이 걸린 알바를 대체 누가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씁쓸하게도 설득력이 있다. 거미인력의 손님은 돈이 목숨보다 궁한 사람들, 인생이 막다른 곳에 몰린 사람들이다. 사장은 그들을 여러 테마의 알바로 보낸다. 운 좋게 살아 돌아온 이에게는 더 높은 보수로 노동을 이어 가게 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는 제물로 바쳐진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이 평범하게 살도록 세상의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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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사장의 논리 끝에는 선민의식이 놓여 있었다. 그는 이렇게 쏟아낸다. “너희들 어차피 죽으려고 했었잖아! 가망 없어진 인생 쓸모 있게 만들어 줬잖아!” 제물을 바쳐야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그것이 세상 굴러가는 이치라는 것이다. 너희 같은 사람들의 목숨으로 다수를 살렸으니 쓸모를 찾아 준 셈이라는 태도는, 2화 삐에로 에피소드의 ‘갑’이 내뱉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역시 세상을 지탱하는 노동자 중 하나이지만, 같은 말을 하는 순간 갑의 자리로 건너가 버린다. 흰 셔츠와 검은 셔츠만 입는 그는 겉은 사람이지만 속은 괴물에 가깝다.


      이 말에 혁준(이재욱)은 이렇게 답한다. “목숨 버리려고 일한 게 아니라, 살려고 일한 거라고.” 이 한마디는 사장의 논리와 부딪친다. 제물이 된 사람들은 쓸모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살아 보려고 온 사람들이었다. 이 드라마가 ‘꿀알바’라는 이름 뒤에 숨겨 둔 가장 아픈 문장이 아닐까 싶다.


       

       

      세상을 바꾸려던 노동자


       

      사장의 가장 큰 대척점에 선 인물은 바로 혁준에게 접근하는 의문의 여성, '연주'(고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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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연주를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은 노조 대자보를 붙였다가 인부들에게 폭력 탄압을 당한다. 이 장면은 1978년 동일방직에서 노조 선거를 준비하던 여성 노동자들에게 인분이 뿌려진,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 한 조직적 폭력을 떠올리게 한다.


      사물함에 숨어 있다 나온 연주 앞의 세상은 변해 있었고, 자신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저쪽 세계(음)의 것들을 이쪽 세계(양)로 끌어와 떵떵거리며 사는 이들에게 이 세계의 현실을 보여 주고, 다 같이 망해 버리는 것이다. 연주는 혁준에게 당하고만 있지 말고 살려고 발버둥이라도 치라고 가르치고, 결국 거미인력의 사장을 저쪽 세계로 밀어 넣고 자신도 함께 추락한다. 세상을 바꾸려다 다 같이 망하는 쪽을 택한 노동자, 연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혁준은 동생 '지윤'(김민하)과 힘을 합쳐 열려버린 저쪽 세계의 문을 닫는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리고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다. 사장의 말처럼 문이 열렸다고 세상이 망하지도 않았고, 연주의 바람처럼 세상이 변하지도 않았다. 혁준 같은 사람들은 노동을 계속하고, 지윤 같은 취준생들은 면접을 본다. "살려고 일한 거"라는 혁준의 말은 드라마 밖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이토록 반복되는데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살려고 일하러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이 사회를 두고 '꿀알바'의 제물 이야기를 마냥 허구로만 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꿀알바’는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일당 알바가 시작되는 구성이다. 편의점 야간 근무, 행사 전문가 삐에로와의 동행, 우유 배달, 영화관 야간 근무, 건설 현장 주야간조, 임상시험, 테마공원 야간 퍼레이드 알바까지, 낯익은 알바 현장마다 괴이한 일들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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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에피소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일부러 적지 않으려 한다. 그 속도감은 직접 보며 따라가는 편이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르의 외피를 걷어 내면 모든 에피소드는 결국 노동의 이야기라는 것만은 말해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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