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메마른 땅에서 발견한, ‘너’ [드라마/예능]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보여주는 사랑에 적응하는 방법
글 입력 2022.11.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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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세상이 빨갛게 타오른 하늘 바라보면 유난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을 노을 속에 그려낼 때면 온몸에 열기가 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노을빛에 가려져 붉어진 얼굴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눈빛에 사랑이라는 글자가 남아있다. 문득 찾아온 사랑은 뛰는 심장을 멈추게 할 수 없어 손으로 가슴을 쥐게 만든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요란한 심장이 멈추기를 바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우연히, 아무렇지 않게, 살며시 찾아오는 사랑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 누군가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성별 제한을 두지 않고 사랑할 힘을 가진 사람들은 오늘도 누군가를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아간다.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것이 익숙한 세상 속에서 남자 동성 커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락성 장르라고 여기는 BL(Boys Love)에서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며 삶에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색적인 작품이다.

 

변화하는 사회에 따라 세상 밖을 나오는 ‘동성애’는 성별과 관계없이 사랑하는 마음은 동일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경각심까지 내어준다. 메마른 땅에서 발견한 사랑을 어떻게 적응하는지 알려주는 웹드라마 <시맨틱 에러>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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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시맨틱 에러>는 큰 성공을 거둔 동명의 BL 웹소설을 원작으로 둔 웹드라마다. 음지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BL 장르를 양지로 끌어올려 BL 웹드라마 최초로 극장판을 개봉하였다.

 

왓챠에서 두 번째로 공개한 오리지널 웹드라마가 BL이라는 점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스위트홈, 킹덤과 같이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은 양지의 장르를 가지고 와 오리지널 작품을 만드는 타 OTT 플랫폼과 다르게 평범한 로맨스도 아닌 남자들의 로맨스를 그려낸다는 것은 힘든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평범한 대학생 커플과 같은 사랑 이야기는 동성애를 알게 되는 발판이 되었으며 한국의 장르의 다양화 시대를 열어 주었다고 확신한다.

 

이 작품은 교양 강의에서 조원으로 만난 시각디자인학과 인싸 장재영(박서함 분)과 컴퓨터공학과 아싸 추상우(박재찬 분)의 현실적인 사랑 과정을 그린다. 재영이 졸업 작품을 이유로 조별 과제에 참여하지 않자 화가 난 상우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재영의 이름을 빼어버렸고, 과제 불참여로 교양 강의를 이수하지 못해 졸업이 유예된 재영과의 갈등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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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

 

 

모든 생각을 이과적으로 해결하며 감정보단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상우는 자신과 다르게 모든 행동을 감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재영을 이해하지도 못 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살아오며 쌓은 데이터베이스는 올바른 결과만 내온다고 생각한 상우는 자신을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재영에게 화를 내다가도 무시로 일관한다.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남자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핫초코 가루와 같다. 차가운 물과 함께라면 잘 섞이지 않는 핫초코 가루처럼, 드라마가 진행되는 초반에서는 서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서로 섞이지 못한다. 하지만, 상우를 짝사랑하는 지혜에게 재영이 질투를 느끼고, 동기와 후배들에게 동경을 받는 재영을 상우가 평소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멀어지던 마음의 발걸음을 멈춰 서로를 관찰하게 된다. 그렇게 차가운 물 같았던 서로에 대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결국, 섞이게 되는 두 사람의 마음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사랑은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동성애와 이성애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든 사랑에 빠지게 되면 상대방을 위해서 변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여느 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던 평범한 일상이 단 한 명 때문에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은 사랑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나타나는 ‘사랑의 힘’은 웹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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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BL은 남자들의 로맨스인 만큼 일반적인 로맨스 구조를 동일하게 가지고 있지만, 이성과의 상황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들이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일반적인 로맨스 장르라면 사랑을 인정하지만 주인공이 처해진 경제적 상황에 대한 거리감 때문에 사랑의 결승선 앞에서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동성애를 담고 있는 이 작품에선 자신이 동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상우로 인해 사랑을 이뤄내기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동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낀 적 없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어려운 장면일 수 있지만, 작품이 진행되는 중에서 보여주는 둘만의 서사는 이야기에 이입하며 동성애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동성애를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성별끼리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성별의 사랑은 우리의 사랑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의미다.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성애자라고 굳게 믿어왔던 재영과 상우가 서로라는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면서 만드는 특별한 시너지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드라마 속 갈등과 사건을 통해 동성애와 이성애가 가진 특성은 조금 다를지라도 결국은 같은 ‘사랑’이라는 것을 시청자가 인정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동성애를 배제해온 사회에 물음표를 남기며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색안경을 벗게 한다.

 

작품 속 재영과 상우의 사랑은 동성애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성별에 따른 연애적 감정이 아닌 한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일반적인 로맨스 콘텐츠를 보았을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고정관념은 성별에 따른 역할이 주어지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은 더욱 듬직하고 멋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면, 여자 주인공은 어떤 일을 마주해도 이겨내려는 자신감이 있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해 남자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클리셰는 이야기를 더욱 극대화하게 만들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주인공들을 성별로 역할을 나누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BL과 로맨스는 사랑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성별로 역할을 나누지 않는다. 서로 같은 성별에서 각자 다른 성격으로 로맨스 장르의 새로운 바람을 불게 만든다. 성별에 따라 부여되는 고유의 역할이 없어 주인공들을 ‘성별’이 아닌 ‘사람’ 자체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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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주장이 강한 두 주인공이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가 주는 변화도 있지만 주인공을 돕는 등장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재영과 상우 외에도 재영의 동기 최유나(송지오 분)와 상우와 같은 학과 후배이자 상우를 짝사랑하는 류지혜(김노진 분)는 두 주인공의 갈등 속에서 해결책을 주는 마법사 역할을 한다.

 

컴퓨터적 사고를 가진 상우는 알고리즘 표를 그리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재영과 엮인 문제는 알고리즘으로도 해결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럴 때마다 같은 학과인 지혜는 상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컴퓨터에 비유를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 과정에서 안하무인에 철옹성 같던 상우도 타인을 탐구하게 되면서 변화를 보인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초반의 상우라면 어떤 고백을 들어도 “나는 연애 같은 거 할 시간이 없다”라며 단호하게 거절을 했겠지만, 마지막 회차에 담긴 지혜의 고백에도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거절하는 순간에도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재영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면서 사람을 탐구하는 방법을 알게 된 상우는 주변을 사랑하는 방법까지 배우게 된다. 두 사람의 노력을 포함하여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일궈낸 사랑은 주변 사람을 돌아볼 여유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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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CHA


 

작품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단순히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것인지, 삶을 함께 걸어가는 이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게 햇살과 같은 웹드라마 한 편이 우리의 곁으로 도달한 것이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였을 때는 ‘재밌기’를 원했다. 그러나, 작품을 보는 내내 함께 사랑할 수 있었고, 함께 배울 수 있었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동시에 사람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되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좋은 점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다.

 

BL이라는 장르를 선호하지 않더라도 이 웹드라마 한 편으로 삶에 환기를 주는 것이 어떨까. 동성애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을 포함하여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누구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지금, 두근거리는 마음을 담아서 왓챠 버튼을 눌러 <시맨틱 에러>를 보자. 드라마 속에서 볼 수 있는 갈등도 우정도 사랑도 결국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원료가 될 것이다.

 

 

[견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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