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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아트인사이트에 첫 글을 기고한 게 2022년 여름이니, 벌써 4년이 다 되었다. 중간에 1년 정도 쉰 기간을 제외하고도 벌써 82편의 글이 이곳에 쌓였다. 내 삶에서 이토록 꾸준히, 오래 한 일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내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시간이다.

    

마이페이지 속 작성된 글들을 기웃거리듯 들춰보다가, 두 편의 글에 유독 마음이 쓰인다. 시선이 오래 머문다. 오랜 꿈이 이루어진 순간, 무력감을 고백하던 나('23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 보겠다는 마음을 담은 글('25년)이라니.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에세이] 매일을 숙제같이 사는 삶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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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이 이루어진 순간, 시작의 설렘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힘들 걸 알면서도 시작한 일이었다. 그 정도의 어려움쯤이야 견뎌낼 수 있다고 믿었다. 내게는 오래도록 간직해 온 열망이 있었으니까.


 

하고 싶었던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하지 않다는 마음을 가질 때도 죄책감이 드는 요즘이다.

 

(매일을 숙제같이 사는 삶, 2023.03.03)

 

 

하지만 그런 비장한 다짐으로 시작한 일이라도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있다는 걸, 부끄럽지만 그때 처음 알았다. 기쁠 때면 자주 그 존재를 잊곤 했던 일기장이 유난히도 빼곡했던 시절이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짜증이 늘었다. 여유를 잃은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쁜 사람이 되어갔다.

 

해 보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이었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하면서도 기쁘지 않은 감정과, 이 정도는 견뎌야 한다는 다짐 사이에서 자주 흔들리던 날들.

 

그 괴로움의 시간을 가감 없이 담았다.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마음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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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던 나는, 내게 불어오는 모든 바람이 나를 무너뜨리려는 훼방꾼이라 여겼다. 바람에 맞서 꼿꼿이 서 있으려니 금세 지치기 일쑤였고,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내 등을 떠미는 바람을 원망하기도 했다.

 

1년간의 계약이 끝나고 작가 일을 그만두었을 때도, 나는 그 시절의 힘듦이 무색해질 만큼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있는 나를 상상하곤 했다. 미련 속에서 휘청이다 끝내 주저앉은 줄만 알았는데,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바람은 나를 또 다른 길로 이끌고 있었다.

 

이제는 내게 불어온 바람을 애써 거슬러 서 있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나도 안다. 사실 나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되게 잘 쓰고 싶었던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매일 남과 비교하고, 심지어는 도망까지 쳤으면서 다시 글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마음, 2025.08.03)

 

 

해당 게시글에서 나는, 앞선 에세이(매일을 숙제같이 사는 삶) 속 꿈을 내려놓은 선택을 '도망'이라 표현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해 보니 도망이라 명명하기보다는 내게 불어온 바람에 몸을 맡긴 일이었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Opinion] 우리가 재능이라는 벽에 직면할 때 [드라마/예능]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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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유튜브, SBS Drama

 

 

두 편의 글에서 나를 가장 끈질기게 괴롭힌 건 다름 아닌 '좋아하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게 많아질수록 본인의 세계가 넓어진다고 말했지만, 내게는 좀처럼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무언가 좋아하면 할수록 내 세계는 근시안적으로 좁아져만 갔다. 왜 나에게는 이 일에 재능이 없을까 자책하며 한탄하는 데에 온 시간을 쏟았다.

 

재능이라는 게 참 얄궂어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 마치 스스로가 녹슨 쇠붙이처럼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분명 어제까지는 단단하게 쌓아 올렸던 마음이 파도를 맞은 듯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순간도 있다는 걸, 목 깊은 곳이 울렁이는 기분을 느끼며 삼켜야 하는 때가 온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SBS, 2020)> 속 송아가 그렇다. 어렵게 입학한 음대에서 끊임없이 동기들과 비교당하며 끝내 스스로 재능이 없음을 인정하고 바이올린을 포기한다.

 

물론 다른 선택도 있다. <페이지 터너 (KBS2TV, 2016)>의 진목은 같은 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유슬을 죽도록 미워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피아노를 끝까지 연주하겠다고 다짐하는 인물이다.

 

지금 나는 어디쯤일까? 이 글을 쓰고 3년 반이 지난 지금, 신기하게도 나는 앞선 두 편의 글에서 송아이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보겠다는 진목이 되기도 했다.


 

나 역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이 갈림길에서 한 명의 진목, 또 한 명의 송아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때 나는 무슨 말이 가장 듣고 싶을까?

 

세상의 모든 진목과 송아들에게. 삶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나는 단지 너의 결정을 응원한다고, 그 마음에 힘을 보태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도 언젠가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아마 이것일 것 같다.

 

(우리가 재능이라는 벽에 직면할 때, 2022.09.13)

 

 

지난날의 기록을 뒤적거렸을 뿐인데, 카페 구석에서 홀로 주책맞게 코를 훌쩍이게 된다.

 

한때 내가 남긴 문장은, 지금의 내게 가장 유효한 위로가 됐다. 때로는 무용하게만 느껴지던 이 일을 통해 내가 걸어온 길을 가장 먼저 걸어본 이는 다름 아닌 과거의 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기록은 길을 잃은 나를 다시금 앞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된다.

 

그러니 오래 글을 써야겠다. 애정하는 드라마 속 인물에게 건넨 응원이 오늘의 나에게 닿은 것처럼. 지금 내가 써 내려간 글을 언젠가의 내가 다시 빌려 쓸 날이 온다면, 그보다 든든한 일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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