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메인포스터) 무하포스터.jpg

 

 

알폰스 무하 원화전에 다녀왔다.


알폰스 무하는 체코 출신의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아르누보(Art Nouveau)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아르누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을 뜻하며, 특정한 체계나 원칙을 따르지 않는 독창적인 예술 운동을 말한다. 그의 작품은 아르누보 양식의 절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세기말 유럽은 정치·사회·기술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낡은 질서를 벗어나 새 시대를 받아들이려는 흐름 속에서 탄생한 아르누보는, 무하의 독창적 스타일인 ‘르 스타일 무하(Le Style Mucha)’를 통해 더욱 화려하게 꽃 피웠다.


이번 전시는 관람자의 동선에 따라 총 네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1부 [뮤즈가 건넨 붓, 화가가 그린 전설], 2부 [아르누보의 꽃], 3부 [무하 오디세이], 그리고 4부 [슬라브의 화가]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공간은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아르누보의 꽃’ 섹션이었다.


이 공간에는 무하가 제작한 광고 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었다.

 

무하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상업광고와 같이 과장된 제품 부각이나 기능 중심의 문구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예술적인 포스터를 만들어냈다.

 

 

모엣 샹동 MOET & CHANDON.jpg


 

예를 들어, '모엣&샹동' 샴페인 광고 포스터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우아한 여성을 통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

 

무하의 포스터는 오늘날의 브랜딩 문법과 닮아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성을 시각적으로 녹여내어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전시를 절반쯤 본 시점에는 무하 특유의 짙은 외곽선과 세밀한 묘사가 ‘르 스타일 무하’라는 이름으로 각인된다.


뿐만 아니라 그의 포스터는 도시 공간과 어우러지며 예술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했다. 실제로 무하는 자신의 포스터가 예술적 오브제로써의 역할을 하자, 장식성을 강조한 패널 작업도 함께 진행하였다.

 

이 패널들은 인쇄 판화 형식으로 제작되어 일반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었고, 이는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크기변환]KakaoTalk_20250429_204536730.jpg

 

 

무하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통된 모티프는 ‘여성’과 ‘꽃’이다. 그의 작품 속 여성은 언제나 자연의 일부처럼 꽃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특히 ‘사계’를 주제로 한 시리즈는 계절의 정취를 생생하게 형상화한다. 각 계절을 상징하는 꽃에 둘러싸인 여인의 초상은 액자 너머로 눈을 마주하는 느낌마저 들게 하고, 그 안에 담긴 무하의 섬세한 터치는 잊고 있었던 계절의 내음을 불러온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무하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슬라브 서사시>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체코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그의 고뇌와 열망을 찬찬히 느껴본다. 지금까지 보아온 작품들과 더불어 무하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번 마이아트뮤지엄의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전]에서는 오리지널 포스터는 물론, 판화, 드로잉, 유화 등 무하의 다양한 작품 30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그의 인생이 녹아든 작품 속에서 무하가 포착한 찰나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일은 따스한 봄날,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