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의 목숨이 헛되지 않는 책”. 기부트렌드 2026의 앞장을 펴자마자 눈에 들어온 첫 문장이었다. 아직 책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았음에도 그 한 문장에 저릿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AI 없이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만 같은 요즘 세상에 대형 서점을 가보면 어렵지 않게 AI가 주제인 책들을 볼 수 있다. AI를 200%로 사용할 수 있음을 선포하는 책부터, 아예 AI로 만든 책까지. AI가 없었던 시대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대는 인공지능에 잠식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책을 고르기가 더 어렵다는 인상을 받는다.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가까워지고 싶었던 나로서는 AI가 내용의 주로 변해버리는 책은 실망스럽기만 했다. 가끔 책을 구경하다 보면 적잖이 종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던 와중에 이런 문구를 발견한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반면 기부는 나의 일부를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나누어주는 이 행위로써,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리고 나는 이 행위야말로 “정”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모습을 가장 흡사하게 따라 하면서도, 결코 인간일 수 없는 대립적인 존재 AI와 인간다움의 진수를 보여주는 기부는 쉽게 결합될 수 없는 단어처럼 보인다.
기부트렌드 2026은 그 걱정을 쉽게 깨부수기라도 하듯이 AI와 기부를 연관 짓는데, AI시대의 가장 인간다움에 대하여 2026년의 기부에 대해 말한다. AI 기술 활용이 어떻게 기부의 추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상승세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아무리 AI가 발전되더라도, ‘기부’라는 숭고한 행위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행동이다. 본문에서는 이들의 결합을 이렇게 언급한다.
“AI가 최적의 기부 방식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지금 내가 해야겠다’라는 마음의 떨림, 안타까움과 감사, 책임감 같은 감정의 출발점은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인간은 기부를 통해 공감과 온기를 회복하며, 자신이 인간임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기부트렌드 2026은 기부자 트렌드(1, 2장)와 모금조직 트렌드(3, 4, 5장), CSR 트렌드(6, 7장)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일반인들을 대표하는 기부트렌드 패널 3기의 인터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군을 가진 패널들은 사회 전반부에 퍼져있는 일반적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표하며 기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시민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더 실질적인 기부의 문턱을 낮추고 기부율을 높일 방법에 접근할 수 있었다.
기부로 나누는 인간 고유의 감정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을 통한 현시대의 기부 양상, 미래로 향하는 기부, 빅데이터를 통해 낱낱이 파헤치는 기부 현황까지. 대한민국의 기부를 중점적으로 훑어보는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기부 참여 방식 2가지를 이번 글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1. 구독 기부 - 청각 장애인에게 봄이 되는 구독
![[크기변환]titleImg.pn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2/20260217175129_iykqzukl.png)
경제, 일자리,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세대일수록, 일정한 시간에 반복하는 습관을 만든다고 한다. 특히 월급이 적거나 불안정한 사회 초년생의 경우, 소비의 일정한 형태를 정하여 생활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여기에 기부가 정기적으로 포함될 경우, 자기관리의 일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은 금액이더라도 사회에 공헌하는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만족하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에 충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선택한 일정한 기부 패턴이 루틴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양상이 될 수 있는데, 그러한 경우 새로운 기부 형태인 “구독 기부”가 된다.
이러한 구독 기부가 기존의 기부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기부자가 스스로 선택한 방식의 기부를 지속해서 제공하는, 말 그대로의 "구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독 기부는 기부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스며들기에 기존 기부 행위에서 연민의 대상이었던 수혜자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구독 기부의 구체적인 예시로는 세계교육문화원의 캠페인인 “청각 장애인에게 봄이 되는 구독”을 들 수 있다. 해당 구독 기부의 경우 매월 정기적인 기부를 통하여 청각장애 청년들에게 플로리스트 교육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꽃다발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렇듯 매달 꽃을 구독하듯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와 정기적인 기부가 결합해 기부자의 심리 장벽을 낮추고, 재정적인 리스크에 대한 불안함을 줄일 수 있다.
2. 행동하는 기부 - 기부런
![[크기변환]maxmann-running-1944798_1280.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2/20260217175144_dbkvfalp.jpg)
요즘 달리기하는 지인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 인근 공원에만 가더라도 달리기하는 "러너"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전문 장비를 착용하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다른 운동과 다르게 시공간에 크게 유예받지 않으며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나 또한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인기가 나날로 상승하는 달리기는 다양한 형태로 참여를 유도하는데, 그중에서도 기부와 결합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기부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기부런은 전통적인 모금 방식과는 달리, 잠재적인 기부자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참여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기부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 비영리 모금 조직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얻으며 잠재 기부자를 기부자로 전환시키는 데 일환한다. 또한 기부자가 조직 속에서 육체적인 활동을 통해 얻은 감정적인 경험이 더욱 오래 지속되어 기부의 가치를 체득하게끔 만든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기부런은 개발 도상국 어린이가 매일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걸어야 하는 거리인 6km에서 기안한 “글로벌 6K”나 독립 유공자 후손 지원을 연결한 “815런”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기부런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데, 운동과 기부를 동시에 행하며 사회적인 경험을 도모하는 하이브리드 캠페인으로 도모한다. 기부에 대한 관심이 생겼지만 막연한 마음으로 어디에 기부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기부런에 참가하여 건강과 기부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