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과 사랑의 애매한 지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동궁>은 <킹덤> 이후로 넷플릭스가 가장 공들여 만든 오컬트 사극이다. 게다가 <손 the guest>의 권소라, 서재원 작가가 투입되었기에 눈여겨볼 만한 오컬트 사극이다.
드라마는 궁궐의 오래된 악귀의 저주를 풀어헤치고 끊임없이 그 저주 탓에 사망하는 왕의 아들 중 마지막 남은 세자를 지키고자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흔히 말해 과거-현재(혹은 귀의 세계-현실 세계)가 연결되어 두 세계가 얽혀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선을 놓으면 그 세계관들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하지만 두 세계의 차이와 공통점보다는 작품 속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구천(남주혁)과 생강(노윤서)의 관계다. 구천은 애초에 어머니가 무당 출신으로, 죽음을 통해 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존재다. 또한 생강은 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궁에서 내쫓긴 옹주다. 두 사람 모두 귀와 접점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신분의 차이가 난다는 것에서 벽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구천과 생강은 궁궐에 오랫동안 존재하던 연못 귀신의 저주와 한 명 남은 세자를 구하기 위해 귀의 세계로 기꺼이 뛰어든다. 이 지점에서 둘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공유된다. 누구에게 쉽게 밝힐 수 없었던 이야기, 서로를 살리기 위해 주고받았던 양기 같은 것 말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연못 귀신을 알아내는 것(이후에는 세자 귀신을 막는 것이었으나)이었지만, 어느새 목적은 서로를 구원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천것인 구천과 옹주인 생강이 귀의 세계와 접점이 있다는 공통분모로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는 연인 사이의 관계와는 미묘한 차이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는 ‘너 없으면 안 돼’가 <동궁> 속 세계에서 형상화되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관계에서 그들은 사랑보다는 구원에 조금 더 가깝다.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암투 속에서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상대방을 살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다만 이 관계의 미래에 혼인과 같은 형식적 맺음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천것인 구천과 옹주인 생강의 신분 차이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현실에서 벗어난 환상적 관계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부재와 악의 근원
반면 사랑의 기준에서 먼 관계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구천과 생강은 그들만이 지닌 비밀을 통해, 정상성을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으로 구원의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왕(조승우)와 세자(곽동연)의 관계는 어떠한가.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가족 안에서 사랑은 무조건 존재하는 요소인가?
세자는 생강처럼 귀의 세계와 연결된 사람이다. 연못 귀신의 저주라는 틀을 쓰고 귀의 소리를 듣는다는 이유로 아비인 왕에게 죽임을 당했으며, 이제는 왕의 목숨뿐만 아니라 궁궐 안 사람들과 이승의 모든 산 자들을 해하려고 한다. 물론 시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상성은 아주 중요하게 여겨지는 규칙이다. 그렇기에 왕의 시선에서 세자가 어긋나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규칙이 세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때 악의 화살은 궁궐 전체와 이승 자체로 향하게 된다. 단순히 세자가 귀신이기 때문에 공격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끝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왕에게서 비롯된 복수심이 그 시대의 질서로 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은 정상성에서 벗어났기에 집단에서 배제되었더라도 악의 존재가 되지 않는 인물도 있다는 것이다. 생강 역시 세자와 같이 귀의 소리를 듣고, 궁녀의 모습으로 옹주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세자의 억울함을 알고 귀의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의 질서를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생강이 귀의 세계와 처음 마주했던 순간, 자신의 이마에 붉은 피를 바르던 장면을 떠올린다.
왕의 핏줄로서가 아닌 귀의 세계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귀의 세계의 상징인 붉은 피를 이마에 바르며 오롯한 자신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흐릿한 경계를 걸어가듯이
과연 악의 근원이 사랑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관계의 기준을 ‘사랑’으로 나눌 수 있을까?
어떤 사랑은 남을 구원함으로써 자신을 하나의 개인으로 만들게 하고, 어떤 사랑은 악의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는 미련한 결과를 맞이하게 만든다. 이 모양도 색도 없는 감정은 시도 때도 없이 모습을 바꾼 채로, 마치 귀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무언가처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