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병으로 뒤덮인 세상,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생각했다. 서영철의 연구 결과를 훔쳐 간 강우철의 행동이 없었다면 이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 이전에 서영철의 아버지를 권세정이 내부고발 하지 않았다면 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 모든 질문이 사실은 의미가 없다. 이 모든 일들은(심지어 좀비 전염병이 확산된 일도) 인간만이 가진 인간성으로 인해 시작되고, 인간성으로 인해 끝나기 때문이다.
서영철은 감염 사태를 일으킨 본인이다. 그러면 그는 완벽한 빌런인가? 그는 과거에 바이오 회사에 근무하던 천재 생물학자였지만 어느새 미친 생물학자가 되어 있었고, 어느새 강우철에게 연구 결과까지 뺏기고 만다. 이후 자신만의 낡은 연구실에서 동물을 활용해 인간의 의사소통을 하나로 동일시할 '군체'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끝내 연구는 성공(당시 서영철의 입장에서)했고 그는 마치 백신과 같은 존재이자 감염자들 중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서영철이 정말 완벽한 백신이었는지, 완벽한 존재였는지는 알 수 없다. 권세정이 이끈 앤트밀 작전으로 인해 서영철은 불타 죽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불에 타죽기 직전까지 그는 다른 감염자들에게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전달하고, 감염자들의 물림을 피하고,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는 여왕개미의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에게 외로움이 있었고, 끔찍함을 겪었으며 권세정과 다른 인간들에게 이것을 겪도록 만든다. 여기서 서영철의 '군체' 연구가 완전히 성립되지 못한 이유에 인간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서영철이 권세정 앞에서 '외로움'을 말하며 그것을 직접 겪어보라고 하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눈물까지 흘린다. 서영철이 단순히 지능이 떨어지고 생존의 욕구만 가진 채로 달려드는 좀비가 아닌, 그들을 조종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여전히 그의 목표(군체를 만들기 위한)가 인간성을 기반으로 한 외로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성,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던 이유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서영철의 군체 연구과 완벽할 수 없었던 이유인 인간성에 대해 조금 더 파고들어 보자. 영화를 보는 내내 한숨이 나왔던 인물이 있다. 가장 먼저 채서은 배우가 맡았던 일진 여고생 역할. 영화를 분석적으로 보는 나 또한 그녀가 나오면 한숨부터 나왔던 것 같다. 사실상 이 인물이 영화 속에서 한 행동이라고는 다른 인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이소은을 계속 괴롭히며 영화의 전개를 끊어내는 것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인물이 등장했을까? 이 사회에서 완벽하게 이성적이기만 한 인물은 없다.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을 깔고 가지만, 여전히 그 장소는 현실 세계다. 그렇기에 이러한 인간 군상도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의 요소로 작동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이봉석. 이중옥 배우가 연기한 서울경찰청 대테러팀장 역할이다. 사실 이 인물이 가장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 인물이 되어 생각했을 때가 아닌 현실에서 생각했을 때 이만큼의 이성을 끌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다. 영화에서 전염병이 서울 밖 지역으로 퍼지지 않은 것은 강우철이 서영철을 방에 가뒀기 때문도 있겠지만, 사람들을 구하고 주요 인물을 체포하는 일 - 스스로를 구출하는 일 사이에서의 균형을 지키려고 한 이봉석의 역할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기심이 바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건물을 봉쇄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큰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권세정-공설희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다. 공설희는 한규성의 현 아내이자 두 사람은 아래에 아이도 두고 있다. 또한 권세정은 한규성의 전 아내이다. 현실적으로 전 아내와 현 아내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위치가 다른 곳에서 자신의 활약을 하며 어느새 조력자가 된다. 서영철은 권세정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또 자신이 겪었던 외로움을 한번 겪어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아버지-자신의 흐름으로 떠내려온 외로움을 다른 사람이 겪기를 바랐던 것이다. 권세정은 이내 개미들의 중심인 서영철을 죽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모두가 그녀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권세정 또한 외로움을 겪고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사람들 속에서 서서히 죽어갈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를 공설희가 믿기 시작한다. 사실 공설희가 어떻게 권세정을 믿고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 것인지 정확한 과정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을 위한 장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인간성은 가장 현실적인 인간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가끔 이상하게도 희망을 향해 달려갈 때가 있다. 앤트밀에서 벗어난 하나의 개미처럼 말이다.

인간에게는 있으나 좀비에게는 없는 것
글의 앞에서 끊임없이 인간성에 대해 말했으며 좀비에게는 없으나 인간에게는 있다고 말한 것이 인간성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있다. 가족애. 조금 더 넓게 말하면 사랑, 이해... 아무튼 폭넓은 긍정적 의미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군체>에서 지창욱과 김신록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원래는 형제였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으나 최현석과 최현희 두 인물은 남매이다. 앞에서 언급한 권세정-공설희도 넓은 시각으로 보면 일종의 가족애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최현희-최현석 남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실 둘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남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현희는 자신보다 남을 더 챙기는 인물이고, 최현석은 그런 누나를 보며 안쓰러워하고 어쩔 줄 몰라 하기도 한다. 영화에서 아쉽다고 생각한 지점이 두 번 있었다. 최현희가 무리의 배신으로 인해 좀비들에게 공격당했을 때와 최현석이 그런 누나 때문에 무리와 서영철을 전부 죽여버리겠다는 열의를 띄다가 결국 자신의 누나에게 물려 전염되었을 때. 김신록과 지창욱의 연기를 이런 식으로밖에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에 조금 서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 두 사람을 개개인의 역할로 보지 않고 하나의 집단(하나의 역할)으로 봤을 때 영화의 의도를 조금 더 이해한 것 같기도 하다.
최현희가 감염되어 서영철의 지시 아래 최현석을 물었을 때, 사실 물기 직전 최현희가 어떤 각성이나 감정의 변화를 자신도 모르게 느껴서 최현석을 물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최현희가 최현석을 감염시켰을 때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상호는 사람-좀비의 성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이미 감염이 되어버린 최현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족애도 잃어버린 것이다. 만약 감염이 되어버린 최현희가 인간성을 아직 지니고 있었다면 '군체'의 설정 자체가 무너져버리기 때문에 최현석-최현희의 최후는 가장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좀비들과 앤트밀, 그 속을 빠져 나오는 유일한 인간
영화의 후반부에서 권세정은 좀비들을 앤트밀 상태로 바꾸고, 서영철을 불 타 죽게 만든다. 글의 초반부터 이들을 좀비라고 부르는 것에 약간의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들은 흔한 좀비라고 부르기엔 완벽한 사람의 흉내를 내기도 하고, 점점 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르게 부를 방법을 찾기 못했다. 영화가 전개되면 전개될 수록 이기적인 인간들 때문에 오히려 서영철을 응원하게 되기도 했다. 어느새부턴가 나 또한 그들과 인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앤트밀 상태에 돌입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놀랐던 것 같다. 마치 연상호가 이 하나의 장면을 위해서 이 긴 이야기와 모호한 정체성의 굴레 속에 사람들을 밀어 넣었구나, 싶기도 했다. 좀비와 사람 사이를 떠돌던 이들이 지능이 사라진 개미들처럼 빙글빙글 돌기만 할 때, 명확하게 이들과 사람은 구분되었다. 그리고 서영철이 죽고 난 후 멈춘 개미들 사이로 권세정은 유유히 빠져나온다.
물론 영화의 끝에서 시즌 2가 나올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지만, <군체> 자체의 흐름만을 봤을 때는 완전한 기승전결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2가 나왔을 때 과연 이들은 완벽한 군체를 이룰까?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의사소통의 충돌이 사라진 세상에서 그들의 완벽한 진화가 이루어질까? 아마 아닐 것이다. 영화 자체가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기 때문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성은 현실과 희망이 뒤섞인 혼합체이기 때문이다.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그들이 인간성에서 튀어나오는 희망이나 빛을 헤아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