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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꿈은 운동이다 - 제자리에 있다는 것 [도서]

'자리'에 관한 다양한 생각

by 방지수 에디터
2026.09.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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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리에 있다는 것


       

      며칠 전, 처음 만난 사람들과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책 한권을 골라 와야 했다. 내가 고른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였다. 이 소설은 스스로를 색채가 없다고 여겼던 주인공 쓰쿠루가 사실은 자기 안에 색채가 있었음을 발견하는 과정의 이야기다.

       

      나는 늘 제자리를 찾고 싶었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이 분야 저 분야를 기웃거리고, 추구미도 이랬다 저랬다하는, 방황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다. 다자키 쓰쿠루에 나를 빗대어 나를 소개하며, 언젠간 나도 방황의 끝에 나만의 색을 발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마침내 '제자리'를 찾는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그 '제자리'라는 것은 어느 곳을 의미할까? 나는 왜 '제자리'를 찾고 싶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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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제자리를 찾으려 하는 스스로를 ‘미완성’인 상태로 여겨왔다.


      그러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이 정말 존재할까? 자리는 본래 불안정한 것이며,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


      이번 오피니언에서 다룰 책, 클레르 마랭의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자리’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면



       

      사물들에게도 정말 제자리가 있을까? 제자리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삶이 불확실성 속에서 부유할 때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고안된 것일지도 모른다. (...)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라는 생각은 점차 염려스러운 것이 되어 간다. 자리 배치를 생각하는 일은 모두에게 고정된 자리를 할당한다는 것이며, 낡은 자연사박물관에서처럼 상자 안에 가두고 라벨을 붙여 벽에 고정하는 것이다. 또한 자리를 재분배하는 일의 불가능성을 상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페렉의 말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것은 우발성과 차이가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의미다.


      - 클레르 마랭, [제자리에 있다는 것] 중

       

       

      작가는 우리가 현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혹은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위해 분류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리의 본질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옮겨지는 데 있으며, 자신이 한자리에 정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마저도 다시 옮겨 놓는 데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찾는 ‘제자리’는 어떤 곳일까?


      늦지 않게 대학을 졸업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업을 가지며, 늦지 않게 결혼하고, 늦지 않게 아이를 낳는 것. 내게 제자리를 찾는 일이란 어쩌면 이러한 ‘타이밍’을 맞추는 일일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삶의 당면한 목표, 혹은 어쩌면 최종적인 목표를 정해진 타이밍에 맞추는 것으로 삼는다.

       

       

      나는 목록에서 내 이름을 찾는다. 드디어 내 이름이 보인다. 나는 내가 목록에 있고, 목록 중 일부이며, 새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일원일 수 있어서 안도한다. 그러나 거기 기입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왜곡이 필요했을까? 어떠한 가식, 부자연스러운 연기, 책략이 필요했을까?

       

      - 클레르 마랭, [제자리에 있다는 것] 중

        

       

      우리는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적당히 넓은 집을 가진 사람의 목록, 차를 가진 사람의 목록,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의 목록. 그 목록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 비로소 안도한다.


      그렇다면 우리를 목록에 올려 미리 낙인찍고 단죄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자리의 본질



       

      안정적인 자리라는 환상은 끊임없이 전치되고 응축된다. 그것은 시간성과 정체성, 공간을 조롱하는 우리의 밤, 꿈의 활동에 대한 연구 앞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꿈은 운동이다. 그 안에서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할 것인가? (...) 어쩌면 우리는 결코 자기 안에, 자신만의 고유한 자리에 있지 못한다.

       

      - 클레르 마랭, [제자리에 있다는 것] 중


       

      생각해보면 나는 늘 다른 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처음에는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원했다.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한 뒤에는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정규직을 소망했다. 그리고 그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는, 과연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행복하게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는 언제쯤 다른 자리를 소망하는 일을 멈추게 될까?


      어쩌면 멈추는 순간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단 하나의 ‘나의 자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존재는 정착, 정주, 소유가 아니라 도약하는 충동, 운동에 있다.


      나는 이 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나는 나를 방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언제나 운동하는 상태에 있었다. 어떤 자리에 정착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자리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나는 앞으로도 평생 이동하고, 고민하고, 도약할 것이다.


      책에서 말하듯 최종적으로 단 하나의 자리만을 할당받는 것은 오히려 최악의 형벌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면 새로운 우연과 가능성이 끼어들 틈도 사라질 테니까.


      그렇다면 더 이상 방황하는 나를 미완성이라고만 여기고 싶지 않다. 나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중이다.


      아직 내가 도착해야 할 최종적인 자리는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런 자리는 끝내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움직임이 또 다른 자리로 나를 옮겨 놓을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현재 내가 취하고 있는 움직임과 자세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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