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언어로 글쓰기의 효능을 알려주는 책, <생활 글쓰기>
친구와 함께 연남동의 한 서점을 구경하던 중이었다. 나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책을 구경하던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너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며, 이 책은 어때?”
친구의 손끝은 알록달록한 초록빛 표지에 <생활 글쓰기>라는 제목이 적혀있는 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의 말처럼, 나는 '매일 일기 쓰기'가 취미일 만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또한,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서서 바로 몇 페이지 읽어보았고, 짧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
“응, 재밌어 보인다. 나 이거 살래!”
<생활 글쓰기>는 일기, 회고록 같은 아주 사적인 글부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편지, 리뷰, 자기소개 글, 에세이까지 생활 글쓰기의 모든 것에 대한 책이다.
글쓰기에는 필연적으로 평가가 붙기에 사람들은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글쓰기를 취미로 삼기 어렵다고 여길 수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자주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다. 이 책에서는 편지, 일기, 문자, 메시지, 리뷰처럼 생활 속 글쓰기를 즐겁게 쓰기 위한 방법을 말해준다.
본론의 첫 번째 파트 ‘1. 삶에는 생각보다 글쓰기가 좀 필요하다’에서는 자기 소개글, 편지, 블로그 일상 기록, 리뷰, 에세이, 취미 기록, 제목 짓기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글쓰기를 할 때 도움이 되는 팁을 알려준다. 두 번째 파트 ‘2. 쓰는 만큼 내 인생이다’에서는 자신을 위한 글쓰기 방법과 그 효능에 관해 이야기한다.
1. 삶에는 생각보다 글쓰기가 좀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에 대해 설명할 때 ‘취미’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또 다른 아이디어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일’을 써보는 것을 제안한다. 최근의 관심사를 가볍게 보여줄 수 있고 내가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일을 적어 보며 내 최근의 관심사를 소개해 보려 한다.
내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일은 매일의 ‘의식주’, 날씨, 몸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평상시에 주로 내 생각이나 감정과 같은 내적인 부분만을 글로 정리해서 기록해 왔다. 식사도 대충 때우기 위해 아무거나 먹거나, 어떤 날은 충동을 참지 못해 과식하기도 했다.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도 따로 기록을 해두지 않았기에 원인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고자 내 몸의 상태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노트에 오늘 입은 것(의), 먹은 것(식), 머문 곳(주)과 날씨, 몸무게,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일, 나쁜 일을 간략히 적는다. “외면은 곧 내면이고 내면은 곧 외면”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도 소중히 여기자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노트이다. 외적인 부분과 주변 환경이 내 컨디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2. 쓰는 만큼 내 인생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회고’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가는 회고를 통해 인생을 구체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뭘 못하는지, 시간을 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자기 자신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십 대 중반에 ‘진짜 나’를 찾고 싶어서 종종 여행을 떠났었다. 그런데 사실 ‘진짜 나’라는 건 새롭게 경험하는 미지의 것에 있지 않고, 내가 경험한 것 안에 있었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여행을 갈 것이 아니라 책상에 차분히 앉아서 내가 쓴 일기를 다시 읽고, 휴대폰 사진첩을 정리했어야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뜨끔했다. 나도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장소와 그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통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나에게 뜻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나의 모습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나의 모습과 의미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을 관찰하고 리뷰하기 위해 주간 회고, 월간 회고, 연간 회고라는 세 가지 주기로 회고한다고 한다. 또한 하루 30분 동안 한 문단을 쓰는 챌린지도 권유한다. 한 문단에 보통 다섯 문장 정도 들어가니 넉넉잡아 30분 정도면 완성할 수 있고, 이렇게 글 쓰는 습관을 기르면 운동 근육처럼 글쓰기 근육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모닝 글쓰기, 대중교통에서 글쓰기, 점심시간 활용하기, 특정 요일을 글 쓰는 날로 정하기와 같은 방법을 제안한다.
나도 6월부터 아침 일기를 매일 꾸준히 쓰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인 채로 펜을 잡고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적는다. 깨기 직전에 꾸고 있던 꿈, 요즘 중독된 K-pop의 가사, 오늘 해야 할 일들, 그리고 쓸 말이 딱히 없으면 ‘쓸 말이 없네……’ 라고 적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나의 아침 일기의 일부를 공개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어느 겨울의 새벽이었다. 할머니는 웬만하면 나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시는 일이 없었는데, 그날은 춥고 졸려서 가기 싫다는 나를 깨워서 목욕탕에 데리고 가셨다. 막 영업을 시작한 목욕탕의 물이 깨끗하다며, 오랜만에 같이 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자고 하셨다. 목욕이 끝나면 바나나 우유를 내 손에 쥐여주시고는 “개운하지? 할머니 따라 나오길 잘했지?”라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새벽 일찍 일어나면 바람이 조금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비몽사몽한 순간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오래전 그 겨울 새벽의 목욕탕이 문득 떠올랐던 것 같다.

이건 한창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에 꾼 꿈이다. 기념품으로 일본 과자를 너무 사 오고 싶었나 보다. 아침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기 전까지 내가 이런 꿈을 꿨었다는 걸잊고 있었다.
또한, 작가는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시간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짤막한 글을 쓴다고 한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면 앉아 있어도 풍경이 바뀌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관찰해서 그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꽤 재밌는 작업이 된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도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휴대폰 메모장에 짧은 글을 작성해 보았다.

이동하던 순간에 쓴 짧은 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꽤좋은 기록이 되어 있었다. 폰에 저장되어 있던 메모장을 켜서 읽으니 대중교통을 탔던 날의 분위기가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다정 대출’이라는 표현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인간은 자신이(해) 준 것만 기억하고 받은 것은 쉽게 잊는다. 호의가 계속되면 받는 걸 권리처럼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기록해 두는 것이 ‘다정 대출’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에게 뭘 받으면 잊기 전에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켜서 적어둔다. 왜 ‘대출’인가, 계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게 닿는 다정들이 다 빚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는 이 위기를 극복할 에너지가 없으니까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빌려다 쓴 셈이다. 다들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내게 애정을 쏟아주었다는 게 너무 고맙고 그 마음은 꼭 이자까지 쳐서 갚고 싶다. 친구들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당연한 듯 나를 찾아와 오래전에 빌려준 다정을 받아 갔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이 나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두 손 가득 다정을 들고 대기하고 있어야겠지만.
나는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베푼 호의를 금세 잊는 편이다. 가끔은 나만 마음을 쏟는다는 착각에 빠져 쉽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다정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생각을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들이 나에게 건넨 다정함을 잊고 살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처음에는 굳이 기록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곧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받은 마음들을 꼭 잊지 않기 위해서 나도 노션에 ‘다정 대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마무리하며
글을 잘 쓰는 방법과 효능을 설명해 주는 실용 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글쓰기 기술보다는 글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태도에 관한 책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작가의 다정함에 위로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글쓰기 방법을 실천해 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더 알아가고, 함께 한 추억을 회고하고, 건네진 마음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나는 세상을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