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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에세이] 보행자 눈길 마실 일기
산책에 실패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가
며칠 동안 눈이 함빡 내리더니, 청단풍나무가 양옆으로 그늘을 만드는 산책로가 깡깡 얼었다. 길의 앞뒤로 흰 주단 몇 필을 깔아놓은 모양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줄타기하는 광대처럼 두 팔을 장대 삼아 몸통을 뒤뚱거리며 중심을 잡는데, 주황색 야광 바람막이를 입은 할머니는 등산 스틱을 얼음에 퍽퍽 꽂아 넣고 금세 앞질러 걷는다. 할머니의 속도를
by
양자연 에디터
2025.02.1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라는 상처가 눈에 들어올 때면 그 위로 한 겹의 반창고를 붙여보았으면 한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뭐라고 생각하나?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국어 선생님께서 던지신 질문이다. 기쁨? 슬픔? 동물도 그런 감정들은 느낄 수 있을 텐데. 머리를 굴려 보다 겨우 건져 올린 단어가 있었다. 후회요. 나의 대답이었다. 후회. 인간이 아닌 동물은 후회를 할까? 되어 본 적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인간만큼 후회를 품고
by
김민지 에디터
2025.02.1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글 쓰지 않는 삶에 관하여
나의 화두는 돌고 돌아 다시 글이다.
글은 내 인생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어쩌다 보니 계속 글 쓰는 삶이었다. 글 좀 쓴다는 양반 십중팔구가 의례 그렇듯. 초등학생치고는 좀 쓴다는 이유로 글 쓰는 삶이 시작됐다.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대학교도 군대도, 다른 건 못해도 글은 좀 쓴다며 글은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수단이었다. 글은 내 스스로가 비
by
윤제경 에디터
2025.02.10
작품기고
The Artist
[Snowflakes] 야간촬영
빛이 부족한 밤에 찍는 사진.
밤에 찍은 사진들을 가져왔습니다. 광학장비인 카메라에게 빛이 부족하다는 것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밤의 모습을 놓칠 수는 없죠. 그래서 밤에 여러 사진들을 찍어 보았습니다. 렌즈로부터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운 것들은 플래쉬를 활용하거나, 반사광, 흘러들어오는 빛을 이용했습니다. 피사체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플래쉬를 활용하
by
이상헌 에디터
2025.02.09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정보의 홍수에서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
극단주의자들은 과거에나 앞으로나 항상 존재할 것이다.
친구와 춘천에 위치한 명동에 갔을 때의 기억이다. 춘천의 명동은 서울의 명동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의 명동이 그렇듯 춘천의 명동 또한 번화가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래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각 지방의 번화가에 방문해 선거 유세를 한다. 공교롭게도 친구와 명동을 간 그날 그 시각, 그는 명동 인근에서 선거 유세를 펼
by
박도훈 에디터
2025.02.05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희미해지다
안개 걷어내기
희미해지다 간만에 노트북을 켰다. 사실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 자체가 조금 어색하다. 떠다니는 생각을 문장에 담아내고 또 그것을 다듬는 작업이 영 낯설어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있다. 실은 작년 하반기부터 글을 완전히 놨다. 문화초대 리뷰나 프레스 콘텐츠를 위한 글은 썼지만 그외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은 그만둔 지가 좀 되었다. 마지막 에
by
황수빈 에디터
2025.02.03
리뷰
도서
[Review] Hold or Let it go -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도서]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 당신의 삶은 아름다울 겁니다. 우리가 가진 것들은 모두 빛나는 것들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제 힘을 꼭꼭 숨기는 겨울. 동물들은 겨울잠을 자고, 식물들은 조용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인간은 어떨까. 필자의 경우, 겨울이면 평소보다 조용히 그간의 삶을 반추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 자연스레 그리 되는걸까. 고요함 속에서 지나온 시간을 곱씹어 본다. 삶을 돌아보는 행위 그 끝에는 쓴맛이 자주 입에 남는다. “bi
by
강윤화 에디터
2025.02.03
리뷰
도서
[Review] 모든 사물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 도서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초상화 한 점 한 점에 담긴 우리 각자의 인생
‘모든 사물은 무언가를 담고 있다’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그러나, 과연 영화 같은 삶이 행복하기만 할까란 생각을 한다. 가령 ‘체호프의 총’이라는 개념이 있다. 작품의 1막에서 ‘총’이 등장하는 것이 비춰졌다면, 그 총은 극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는 일종의 문학적 장치이다. 마치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압축된 인생과도
by
박주연 에디터
2025.02.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과거춘몽
끝이 없는 미래는 없고 젊음도 한순간이며 결국 시간이 정해져있는 삶은 유한해서 과거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돌아보면 삶 자체가 봄날의 꿈이겠지.
추억에 잠길 수 있을만한 노래들을 좋아한다. 가사 있는 노래가 아닌 들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가사 없는 음악. 음식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나 멀리서 기차가 오는 소리, 어릴 적 게임에서 흘러나오던 효과음이나 배경음 소리, 새소리나 쨍하지 않은 편안한 악기 소리가 섞인 배경음을 좋아해서 7시간 반복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 때가 많다. 한 가지 재밌는
by
황수빈 에디터
2025.02.0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부수지 않고 살아가는 법 - 공간
누군가의 한 평 방과 쌓아온 시간을 부수지 않고 살아가는 법, 계속 찾아갈 수 있을까.
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안전상의 이유로 통행이 금지된 공사장을 지나곤 한다. 보통은 빠른 속도로 지나지만 유독 갑갑해지는 장소가 있다. 사람 키보다 훌쩍 높은 가림막이 설치된 건축 예정지이다. 그 너머에 혹은 그 너머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벽을 따라 걷다 보면 그 공간에 대한 기대보다 또 아파트를 짓는구나 하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한국에
by
노현정 에디터
2025.02.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2024년 공연 회고록
한 줄 평으로 돌아보는 2024년 연극/뮤지컬 결산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공연 관람'이라고 즉각 답할 정도로 무수하고 다채로운 공연을 향유하고 다녔다. 형형색색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대학로 근처에 회사가 위치한 덕분에 퇴근 후 일상에는 공연이 자리했다. 주말에도 보고 싶은 공연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집을 나섰다. 과거에는 2주에 1편 정도 공연을 찾았다면, 작년에는 일
by
최수영 에디터
2025.02.01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액땜으로 시작하는 새해
트렌드를 놓칠 수 없어서 요즘 유행인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금요일 저녁에 병원 가기를 미뤘다가 밤새 앓았다. 더 아플 수 없단 마음에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갔더니 감기 판정을 받았다. 연차도 쓰고 항생제에 절여가며 몸살 기운을 물리쳤다. 지독한 감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기침이 남았다. 새해부터 연차 반차를 쓰기는 아까워서 악명이 자자한 회사 앞 병원에서 기침약
by
장미 에디터
202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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