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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콘텐츠가 없는 사람

아무것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by 장미 에디터
2026.08.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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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없는 사람.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어디선가 이야기가 되는 것. 쉽게 따라 할 수도 없고 따라 한다고 될 것도 아니다. 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고 해도 모두가 믿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아무래도 경험과 체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콘텐츠가 따르는 것 같다. 본인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콘텐츠가 생성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당사자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흥미본위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생전 생각해 본 적 없는 개인의 콘텐츠를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라고 생각한다. 요즘 입시는 알지 못하니 취업으로 두자면 콘텐츠가 곧 '쓸만한 거리'가 된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것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나의 경우 콘텐츠 결여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재취직 당시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취미이자 대외 활동이자 꾸준함의 사례로 녹여내었고 면접에서 이야깃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취준생 당시에는 콘텐츠 부족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넘치는 게 취준생이고 모범 사례로 꼽혀 많은 이의 참고 자료가 되는 우수 자소서는 쉽게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세상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보니 아무것도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나만의 이야기가 없다. 누군가 흥미를 느낄 소재가 없다. 듣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없다. 현대 사회인의 삶 이렇게 재미없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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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미없는 사람인 건 괜찮다. 이건 타고난 성향이니까 그럴 수 있고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콘텐츠가 없다는 건 어떤 면에서 인생이 지나치게 단조로운 것 같아 위기감이 느껴진다. 일상에 별문제 없다.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건강 상태 나쁘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 그 자체의 별일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거기서 문제 의식을 느낀다. 흘러가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복에 겨운 상황이지만, 삶이란 건 원래 좀 더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업무적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이나 포부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추구하지 않더라도 삶에서 보람과 성취가 결여되었을 지도 모른다. 도파민은 다양하게 충족하고 있으니 그런 쪽으로 결핍되지 않았을 테고, 루틴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이 상태를 뒤집듯 바꾸려는 건 아니지만 변화를 주어야 삶이 윤택해질 것 같다.

 
그러니까, 자기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체적인 삶을 사는데 나 같은 사람은 관성적으로 살아간다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나는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디폴트 값이다. 친구들이 나를 침대에서 꺼내서 밖으로 부르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말에 일정을 잡지 않는다. 주중에 힘들었으니 주말을 쉬어가는게 아니라 별 생각도 계획도 의욕도 없어서 주말이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게으름이나 체력 부족과는 조금 결이 다른, 몹쓸 관성과 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일상이지만 나는 쇼츠와 릴스를 보며 단순한 도파민을 추구하는 삶을 목표로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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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과 위기감을 느낀다고 해도 내가 콘텐츠를 만들고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걸 지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무런 콘텐츠가 없는데도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관성적으로 사는 것은 지양하려는 것이다.

 
앞으로도 나에게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될 만한 콘텐츠는 아마 나오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면 재미있겠지만 애초에 야망이 없는 삶이라 반짝이는 무언가를 생산해 내기는 어려울 테니까. 다만, 아무것도 없으면 안된다. 적당히 게으르게 보통의 관성을 가지고 티끌 모으듯 나를 채워 나가면 공허를 마주하고 곤란한 순간은 모면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고, 혼자 삽질할 시간이 줄어들 거라 본다.

 
우선은 다 똑같이 텅 비어 있는 주말에 약간의 뉘앙스를 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내년 이맘때쯤, 여전히 콘텐츠가 없더라도 조금은 달라져서 글을 쓰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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