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찰리와 엠마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커플이다. 특별할 것 없는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던 진실과 성격이 드러나면서 작은 문제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영화보다 먼저 시작된 ‘연인 테스트’
이 영화에서 먼저 흥미로웠던 것은 마케팅 방식이었다. 청첩장 형식의 홍보물부터 메가박스에서 진행한 ‘연인 유형 테스트’까지, 영화의 이야기를 관객의 현실로 끌어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직접 테스트를 해봤는데 고백 지수는 80%가 넘게 나온 반면 용서 지수는 48% 정도였다. 웃긴 결과였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도 결국 자신의 과거를 어디까지 고백할 것인지, 그리고 상대의 고백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이 테스트 역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관객에게 먼저 경험하게 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나는 연인에게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상대의 과거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 자신의 문제로 가져온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해볼래요?
찰리(로버트 패틴슨)와 엠마(젠데이아)의 관계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행동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볼래요?”라고 말하며 정말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다. 찰리는 엠마에게 첫눈에 반해 주변의 소음이 사라질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엠마에게 말을 걸었지만 처음에는 엠마가 제대로 듣지 못해 대화가 흐지부지되자, 엠마는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고 한다. 그러자 찰리는 정말로 제자리로 돌아가 처음 만난 사람처럼 다시 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 장면은 단순히 귀여운 연인의 놀이처럼 보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에게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다시 관계를 시작해보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쌓이고, 결혼을 앞둔 찰리는 엠마를 자신의 드라마 같은 인생을 코미디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에는 연기와 고백이 함께 있었다.
나에게는 과거였지만, 너에게는 현재가 된 것
문제는 친구 커플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서로가 평생 알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르는 과거와 치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이미 지나간 일들이 현재의 관계를 흔들기 시작한다.
특히 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사람이다. 한 번 의문을 품으면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그 문제를 붙잡고 늘어진다. 알게 된 사실을 덮어두기보다 계속 확인하고 파헤치면서 문제는 점점 더 커진다.
여기서 내가 흥미롭게 느낀 것은 과거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 시간으로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나에게는 이미 지나간 과거였던 일이 상대방에게 알려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상대에게 과거로 남아 있지 않는다. 상대가 그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 일은 상대에게는 현재의 사건이 된다.
엠마에게는 이미 지나온 일이었던 것이 찰리에게 알려지는 순간 다시 현재로 끌려 나온다. 엠마는 자신이 이미 지나온 일을 다시 설명하고, 해명하고, 판단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과거의 사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알게 된 찰리의 현재가 변하면서 두 사람의 현재까지 달라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의 치부인가
그래서 나는 영화 속에서 공개되는 ‘치부’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더 눈이 갔다.
특히 엠마의 치부가 정말 다른 사람들의 치부보다 그렇게 심각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다른 인물들의 잘못이 더 지독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엠마는 세상으로부터 계속 억울한 일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계획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고, 이후에는 사람의 손길을 통해 회복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지나간 일이었던 그녀의 과거는 찰리가 알게 되는 순간 다시 현재가 된다. 결국 영화는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과거를 알게 된 뒤에도 그 사람을 같은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를 묻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었던 것이 나에게는 처음 알게 된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다시 앤디스로
그런 의미에서 결혼식이 엉망진창이 된 뒤 두 사람이 다시 앤디스에 나타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드레스와 정장을 그대로 입고 그 위에 평소에 입던 편안한 외투를 걸치고 있다.
결혼식이라는 특별한 날의 옷과 평소의 옷이 한꺼번에 겹쳐진 모습이다. 나는 이 모습이 마치 두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들이 너무 많이 입혀져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결혼이라는 형식, 서로의 과거에 대한 판단, 주변 사람들이 만들어낸 시선까지 두 사람 사이에 하나씩 덧입혀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결국 다시 앤디스로 돌아온다. 결혼식이 끝나고 둘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한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를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하며 다시 연극을 시작한다.
이 장면이 좋았던 것은 이것이 영화 마지막에 갑자기 등장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볼래요?”라고 말해왔다. 처음 만남에서 엠마가 그 말을 했고, 찰리는 실제로 자리로 돌아가 다시 말을 걸었다. 두 사람에게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것은 관계가 잘못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러니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을 없던 일로 만들고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알고 난 뒤 다시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를 선택한 것이다.
결국 사랑은 둘이 하는 것
이동진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이 영화는 보고 난 뒤에도 계속 서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영화다. '나라면 고백할 수 있을까', '상대의 과거를 알게 된다면 용서할 수 있을까', '이미 지나간 일을 현재의 관계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같은 질문은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답을 만들어낸다.
외국영화임에도 이 이야기가 어느 나라에서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연인이 사랑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흔들리는 일은 특정한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랑은 상대의 과거를 모두 아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가 나에게 현재가 되었을 때에도 이 사람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둘이 하는 것이다. 남들이 그 사람의 과거를 어떻게 판단하는지와 별개로, 다시 시작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두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두 사람이 다시 앤디스에 처음 만난 사람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모든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다시 처음처럼 상대를 선택해보는 것. 어쩌면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