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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우비가 내렸다.

    

기상예보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이번 주 내내 비소식이 있어 얼굴을 찡그렸었다. 하지만 여름이 시작됐는지 해가 길어져 퇴근시간에도 하늘이 밝았다. 적색으로 물들기 전, 푸른 하늘에 비가 내리는 건 꽤나 기분이 좋은 경험이었다. 아직 여름이라기엔 습하지 않은 공기였지만, 드디어 여름냄새가 물씬 나는 비가 내렸다. 환절기동안 비염으로 냄새를 잘 맡지 못한 듯한데 풀냄새가 코를 뚫고 머릿속까지 퍼진 느낌.

 

마침 내가 읽고 있던 책 『수빈이가 되고 싶어』의 주인공 이름이 여름이기도 했고, 다 읽자마자 눈에 들어온 책이 『아무튼, 여름』 이라는 것까지 내가 여름에 대해서 글을 쓰기에 완벽한 서사다. 운명을 믿으시나요? 전 믿어요.

 

본론으로 가자면, 어렸을 적부터 여름을 좋아해온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싫어했다. 유난히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습한 공기에 유독 얼굴에 붙는 머리카락들이 여간 신경쓰인 게 아녔고 땀에 대한 짜증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며칠 전 아, 나 여름 좋아하네! 외친 적이 있었다.

 

 

 

i Luv Summer Vacation!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여름 휴가다. 운전이 자유로워지고 숙소 걱정이 해결되면서 여름마다 꼭 휴가를 두 세번씩 가게 됐다.

 

더운 나라, 일명 휴양지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2시간 30분이면 해외여행 남부럽지 않은 강원도에 도착한다.

 

새삼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거라고 느낀다. 적지 않지만 비행기를 타는 시간보다는 짧은 거리의 그곳에는 내가 꿈꾸는 미래가 있다. 휴가동안 그 ‘한여름 밤의 꿈’을 생생하게 꾸고 온다.

 

짧으면 2일, 길면 1주일 정도를 강원도에 머무르고 오는데, 새벽이 걷히고 뜨거운 해가 떠 방 한가득 편백 나무향이 배여있다. 평소 같으면 한걸음 옮기기도 무거워하면서도, 이곳에 오면 눈뜨자마자 한눈에 보이는 초록 마당으로 눈 비비며 나간다.

 

밤 사이 마당엔 별 일이 없었는 지, 오늘의 수확 거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 시간대가 벌레가 제일 없기에 저녁 메뉴를 고민하면서 쌈 채소를 따고, 밤새 익은 블루베리를 딴다. (최근 알게 된 사실인데 블루베리는 진짜 빠르게 익는다. 어제도 땄는데 오늘 아침에도, 내일 아침에도 또 익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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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물개였나


 

전날 들른 시장에서 사온 재료들로 간단한 점심을 챙겨먹고, (피부는 소중하니까!) 선크림에 떡이 되어선 바다로 나간다.

 

성취감에 미쳐있는 인간이라, 사실 해수욕보다 해루질에 목적이 있다. 매번 가는 바닷가에 큰 바위를 돌다보면 해삼, 전복, 돌게를 발견하는데 그 중에서도 고둥, 비단조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이소에서 산 스노쿨링 장비와 서투른 해루질 실력으로 잡은 나름의 해산물?들로 간단한 요리를 해먹기도 하는데 이 쾌감은 해본 사람만이 알거다.

 

이 생활이 시작된 지는 3년 정도가 됐는데, 제작년부터는 어민전용구간이 아닌 성게스팟을 찾아서 깊은 잠수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

 

조금 지치면 바다에서 나와 갓잡은 성게를 근처 아무 돌이나 주워서 깨먹는다. 내가 우니를 이렇게 좋아했다니. 여름이 될 때쯤엔 성게를 잡을 생각에 신이 난다.

 

아 그리고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수상구조사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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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코어에 탑승하세요


 

올해 뉴스레터 중에 '제철 코어'라는 게 유행이라는 것을 본 적 있다. 유행을 따라가려던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유행을 따라가고 있었나 싶었다. 아닌가 그들이 날 따라하는 것인가(?).

 

뭔들 제철 음식이 건강에 좋다던데 다들 건강해지고 있다니 다행인 셈이다. 나는 원래도 밥보다 과일을 좋아했지만, 제철 과일에 눈을 뜨니 겉잡을 수가 없다. 수박. 복숭아. 살구. 등등 평소 좋아하던 과일들이 다 여름 제철 과일이었다니. 최근에는 망고와 망고스틴이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제주 애플망고는 정말 요물이다.

 

하긴 요즘 하우스에서 너무 잘나오니까 제철 과일을 찾아먹을 일이 없긴 하다. 그럼에도 제철에 나오는 과일들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크게 깨달았다. 사실 이건 제철 과일 뿐 아니라 제철 모든 음식이 다 그렇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옆에 둬서 그런걸까. 제철 음식에 눈을 떠버렸다!

 

여름이 좋은 이유에 대해 말하라면 위 세 가지를 제외하고도 여름 옷 쇼핑, 주말에 창문 열고 틀어놓는 선풍기 바람, 퇴근 후의 맥주 등등 계속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싫은 이유를 대라면 뜨는 화장, 땀? 정도일 것이다.

 

싫은 이유보다 좋은 이유가 너무 많아진 지금. 나는 이제 여름을 좋아한다 당당히 고백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고들 하지만, 일상을 완전히 즐길 수 없기에 한정된 자유를 빼곡히 담아놓았다가 지친날 하나씩 들춰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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