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를 돌아보면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은 아니었다.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팀에 합류했고, 운동 방식도 바뀌었고, 재테크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쏟았으며, 서울에서 내가 살아갈 집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쁘게 살았고, 고민도 많이 했고, 나름대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상반기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성장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보냈다. 한동안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상반기를 천천히 되짚어보니 내가 가장 많이 잃어버린 것은 시간도, 돈도, 체력도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중심이었다.
이상하게도 올해 상반기는 회사 생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졌고, 건강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겉으로 보기에는 작년보다 더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마음만큼은 늘 조금씩 흔들렸다. 무언가를 이루면 괜찮아질 것 같았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지만, 막상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데만 익숙해졌을 뿐, 지금의 삶을 충분히 살아내는 방법은 잊은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새로운 팀에서 다시 초보가 되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팀으로 이동한 일이었다. 같은 회사 안에서의 이동이니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무도 결국 비슷할 것이고, 회사 문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새로운 팀에서 일을 시작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도 달랐고, 회의 분위기도 달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도 달랐다. 몇 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해왔지만,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질문 하나를 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루가 끝나면 '오늘은 잘한 걸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업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내가 맡은 일이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보였다. 무엇보다 '내가 이 조직의 일부로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오히려 작년보다 높아졌다. 새로운 환경은 분명 낯설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다. 나의 부족함도 발견했고,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들도 배우게 되었다. 상반기 동안 가장 안정적이었던 영역을 꼽으라면 오히려 회사였다는 점이 조금 의외이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가 안정되어 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밖의 나는 조금씩 방향을 잃고 있었다.
몸을 바꾸려 했지만, 사실은 기준이 흔들리고 있었다
운동도 비슷했다. 작년에 열심히 다니던 골프를 그만두었고, 꾸준히 이어오던 요가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대신 헬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동 종목을 바꾼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바뀌고 있었던 것은 운동이 아니라 내가 몸을 바라보는 기준이었다.
어떤 날은 마른 몸이 가장 아름다워 보였다. 조금이라도 체중이 줄어들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고, 반대로 숫자가 올라가면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가 또 어느 날은 수영선수 정유인님처럼 건강하게 근육이 잡힌 몸을 보며 '저런 몸이 훨씬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다시 단백질을 챙겨 먹고 운동 루틴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또 다른 마음이 생겼다. '이렇게까지 참으면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식욕은 다시 커졌다. 상반기 초반 열심히 감량했던 몸무게는 어느새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계속 기준을 바꾸고 있었다. 어떤 몸을 원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때그때 좋아 보이는 기준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만족할 리 없었다. 하반기에는 몸무게를 줄이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숫자보다 습관이, 결과보다 꾸준함이 결국 나를 더 오래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이제야 조금 든다.
돈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었다
상반기를 가장 많이 흔든 것은 단연 돈이었다. 주식 시장은 일주일 사이에도 몇 번씩 분위기가 바뀌었고, 부동산 시장은 내가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에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처음에는 '예산 안에서 괜찮은 집을 찾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현실은 달랐다. 마음에 드는 집은 예산을 훌쩍 넘어섰고, 예산 안에 들어오는 집은 내가 상상했던 삶과는 조금씩 거리가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이 아니라 후회였다. '왜 그때는 결정을 못 했을까',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달라졌을까',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고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날이 많았다.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나는 제자리인 것 같았고, 그런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다. 정말 울고 싶은 날도 있었다. 돈이라는 것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 숫자가 내 미래와 가능성을 모두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돈이 아니라 평온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를 확인하고, 뉴스를 찾아보고, 비교하며 스스로를 압박했다. 그 시간 동안 정작 내 삶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돈을 더 잘 벌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돈 때문에 내 하루의 기분이 결정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있었다
상반기에 가장 아쉬운 것을 하나 꼽으라면 책을 읽지 못한 일이다. 예전에는 책을 읽고, 메모를 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하루 안에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퇴근하면 유튜브를 켜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보다 하루가 끝나는 날이 많았다. 정보를 얻는다는 핑계는 있었지만, 정작 생각은 점점 얕아지고 있었다. 짧은 영상들은 재미있었지만 오래 남지 않는다. 많이 본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것은 없었고, 하루는 분명 지나갔는데 남은 것은 피로감뿐인 날도 적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던 시절에는 한 문장을 붙잡고 하루 종일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런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도, 글도 예전보다 쉽게 흩어지는 것 같았다.
하반기에는 책을 많이 읽겠다는 목표보다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생각을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내 생각을 천천히 만들어가는 시간을 다시 일상 안으로 가져오고 싶다. 어쩌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루틴은 운동도, 재테크도 아니라 조용히 책을 펼치는 저녁 한 시간일 것 같다.
중심을 다시 세운다는 것
상반기를 돌아보며 가장 많이 떠오르는 감정은 '기다림'이었다. 살이 빠지면 괜찮아질 줄 알았고, 돈이 조금 더 모이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고, 좋은 집을 구하면 안정될 줄 알았다. 새로운 팀에 완전히 적응하면 여유가 생길 것이라 믿었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면 활력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겼고, 행복은 늘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졌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목표를 조금 바꿔보려고 한다. 몇 킬로를 감량하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얼마를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보다 매일 조금씩 읽는 사람이 되고 싶고,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는 사람보다 내 속도를 믿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반기의 나는 많은 것을 이루려고 애썼지만, 정작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은 잘 몰랐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더 많이 해내는 삶보다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을. 아마 올해가 끝났을 때 가장 뿌듯한 변화는 연봉이나 자산이 아니라, '이제는 조금 나답게 살고 있다'는 마음 하나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