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아단아, 허균이 꿈꾼 세상
"할 말이 있다"
허균의 마지막 한마디에서 시작된 연극
2022년 제19회 공주 고마나루 국제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연극 [몬스터 허균]이 대학로 무대에 다시 오른다. 자유와 혁명을 꿈꾼 조선의 이단아 허균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오는 10월 8일부터 11월 1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공연된다.
LP STORY가 기획하고 '날선시선 뾰족한 상상뿔'이 제작하는 이번 공연은 박일석·이금구가 대본을 쓰고 김관이 연출을 맡았다. 김승진 음악감독, 김성화 움직임 감독이 참여하며 배우 이형주, 위훈, 남승화, 선정화, 조연진, 권이서, 김가람, 권무성이 출연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홍길동'. 그러나 정작 그 인물을 탄생시킨 [홍길동전]의 저자 교산 허균(蛟山 許筠, 1569~1618)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연극 [몬스터 허균]은 바로 이 작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서자인 홍길동의 이미지 때문에 허균 역시 서자 출신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허균은 조선의 명문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당대의 신분질서와 유교적 봉건체제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졌다. 서자들과 교류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졌으며, 신분을 넘어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 이러한 삶 때문에 그는 당대 최고의 이단아이자 자유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허균의 삶은 비극적으로 끝난다. 1618년, 쉰 살이 되던 해 역모 혐의로 처형됐고, 그의 죽음 직후 광해군은 허균이 사라진 것을 알리는 반교문을 내렸다. 조선왕조실록은 그를 '천하의 괴물'이라고 기록했고, 허균은 이후 오랫동안 금기의 인물로 남았다.
[몬스터 허균]은 허균이 죽음을 앞두고 남겼다고 전해지는 마지막 한마디 "할 말이 있다"에 주목한다.
작품은 '죽여야 하는 광해군과 죽임을 당해야 하는 허균이 마지막으로 독대했다면?'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허균이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극 중 광해군은 처형을 앞둔 허균에게 술잔을 권한다. 죽음을 기다리던 허균은 자신이 목격한 조선 백성들의 비참한 삶과 스승들, 서자 친구들이 품었던 한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왜 서자인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홍길동전]을 썼는지, 자신이 꿈꾼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는지를 직접 이야기한다.
연극은 허균의 삶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26년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상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가능한가. 혁명을 통한 체제 전복은 이상향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지금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그리고 정말 우리 모두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김관 연출은 "시대의 창이자 거울인 연극을 통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유와 평등, 이상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몬스터 허균]은 무거운 역사극에 머물지 않는다. 풍자와 해학을 극대화한 현대판 마당극이자 음악극 형식의 퓨전 사극이다.
극 중 꼭두각시놀음을 활용해 배우들이 인형과 대화를 나누고, 전통 연희의 '산받이' 형식을 통해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과 함께 한바탕 놀이판을 만들어가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김관 연출은 "연극은 연극적이어야 하며 영상이 공연과 무대예술의 현장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몬스터 허균]은 배우와 관객이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며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놀이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00여 년 전 '천하의 괴물'이라 불렸던 허균은 과연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이 오는 10월 대학로 무대에서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