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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법열이 뭐어지? - 2026 서울시향 최수열의 스크랴빈 교향곡 4번 (9.11)

오늘의 예습은 우주까지

by 장유진 에디터
2026.09.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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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 뭔가 ‘시작’을 모차르트로 자주 만나는 것 같다. 8월 서울시향 정기 공연도 그렇고, 9월 6일에 관람한 바이올린 리사이틀도 그렇고! 모차르트가 내게 요새 자주 찾아오더니 9월 정기 공연에서도 또 만난다. 이번에는 피아노 협주곡이구나.


      9월 11일 서울시향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으로 시작해 이하느리의 신작 As if…… II (스크랴빈의 정원)를 지나, 마지막에는 스크랴빈의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가 기다리고 있다. 

       

      이하느리의 작품은 서울시향이 위촉한 신작으로 이번 무대에서 세계 초연된다고 하니, 그 곡만큼은 그날 서울시향에 맡겨보기로 하자. 우리는 미리 들어볼 수 있는 나머지 두 곡부터 슬쩍 살펴보면 되겠다.


      그러고 보니 이 곡을 듣고 있는 지금도 때마침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나 또한 하루의 시작을 모차르트로 연 것이 아닌가? 서울시향의 선택을 내 세상 안에도 들여온 것 같아 마음 한쪽이 꺄르르- 해진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 467



       

       

      서울시향 홈페이지로 들어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의 영문 제목을 능숙하게 복사해 애플뮤직 클래시컬 검색창에 붙여넣기 하면, 어머! 청취 가이드가 있는 버전이 있다. 이게 있으면 구간마다 어떤 포인트가 있는지, 일반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세세한 감상 지점을 때마다 친절하게 일러준다.


      내가 전개부가 어디인지, 단조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도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차분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듯한 피아노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때 ‘아, 이게 그런 말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다.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에는 또 기가 막히게 설명이 붙는다. 이번에는 장조로 돌아온 거란다! 그래, 조금 전보다 한결 밝게 들리는 이 느낌이 이런 변화에서 오는 거구나.


      음표와 나, 둘만 남아 있을 때와는 또 다르게 친절한 문장들이 음악 사이에 작은 이정표를 세워준다. 어떠한 굴곡을 느껴보라고 말해주니 모차르트를 듣는 마음 한쪽이 이번에는 또 발랄해진다.


      1악장 후반에는 피아노의 카덴차가 기다리고 있다. 청취 가이드에서 말하기를 모차르트는 즉흥연주의 대가였다고 한다! 그러면 그가 무대에 직접 앉아 연주하던 순간에는 대체 어떤 표정으로 이런 음악을 만들어냈을까? 천재는 정말 남다르다. 그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신기했을까. 노래도 노래지만 사람 구경하느라 바빴을 것 같다. 프로그램 노트를 보니 이 카덴차를 지나 마지막에는 처음 들었던 주제가 다시 돌아오며 1악장을 마무리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자유롭게 뛰어놀던 피아노도 결국 처음의 자리와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는 셈인가.


      이어지는 2악장은 시작하자마자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아, 들려오는 건 대단히 감미로운데 단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높은 곳의 선율 아래로 함께하는 친구들이 널찍하게 자리한 느낌이 묘하게 특이했다. 너무 평온한데 단순한 형태는 아닌 게 확실한 음표들이 나긋나긋-.


      그냥 내 생각을 끼워 넣으며 듣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음악가가 적어놓은 것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음악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구경하는 맛도 상당하다. 내가 공연 날까지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악장에도 주제 선율이 있구나! 그걸 알았다. 프로그램 노트를 따라 조금 더 들어보니 처음에는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긴 선율을 들려주고, 뒤이어 피아노가 그 선율을 받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 선율을 주고받고 있다.


      관악기와 피아노, 그리고 현악기가 함께 음악을 한다는 건 이렇게나 ‘팀플레이’구나! 아, 평화로워! 하나도 졸리지는 않는데 왠지 다시 들을 때에는 낮잠을 자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먼저 문을 열어주고 피아노가 ‘참여’한다. 나는 처음에 ‘등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여한다고 말하니까 뭔가 더 기분 좋게 느껴진다. 그날의 협연자가 건반을 타건하며 만들어낼 재미난 소리들에 내 멋대로 동사를 붙여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음표의 몸이 되게 가벼워 보이고, 자꾸 어디론가 간다!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꽤 우아하게 신난 모양새가 향하는 길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너, 재주가 상당한 댄서구나?


       

       

      스크랴빈,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 Op. 54


        


       

       

      자, 이제 다음은 스크랴빈이다. 그런데 법열이 뭐지? 서울시향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월간 SPO’ 9월호를 펼쳐봤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법열의 시’에 관한 이야기가 꽤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제목의 ‘법열’은 설법을 듣고 진리를 깨닫는 기쁨을 뜻하지만, 이 곡을 작곡한 스크랴빈이 의도한 것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단순한 깨달음의 기쁨이라기보다 인간이 창조적 정신으로 자신의 신성을 깨우치고, 초월적인 존재에 이르는 ‘무아의 황홀경’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크랴빈이 말하는 법열은 단순한 행복이나 흥분이 아니라, 창조를 통해 인간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황홀이라는 뜻인가? 아, 이렇게 ‘예술’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변모’를 담은 음악이 있다니? 이래서 클래식의 세상은 너무 넓다. 내가 스크랴빈이라는 작곡가가 이런 곡을 썼으리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조금 더 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보면 작품은 ‘사랑의 화염 속에 놓인 영혼’에서 ‘환상적인 꿈의 실현’을 거쳐 ‘자기 예술의 영광’으로 나아가는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사랑의 욕망이 창조적 예술을 통해 ‘자기 신격화의 희열’이라는 절정에 도달하는 ‘변모’의 과정이라고 정리한다.


      그러니까 결국 욕망과 창조가 무럭무럭 자라 초월적인 황홀에 도달한다는 말 아닌가? 남과 비교하면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우리의 일상에 이런 거창한 단어를 불쑥 끼워 넣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니. 그 자체로 신기하다.


      악장도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 않다. 프로그램 노트에 따르면 교향곡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단일 악장이고, 구조 역시 상당히 자유롭다. 이 곡이야말로 그냥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곡의 이야기를 조금 알고 들었을 때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머릿속에 ‘욕망’, ‘꿈’, ‘예술’, ‘황홀경’ 정도의 단어를 알고 들어가면, 서울시향만 실컷 예술하게 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도 저마다 무언가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애플뮤직에서 에디터 추천 앨범으로 뜬 걸 골라 예습하고 있는데, 10분이 되기 전부터 귓청이 벌써 난리가 난다. 귀로 롤러코스터가 다니는 길 위의 열차에 앉아, 거의 하늘을 풍경 삼아 불꽃놀이 사이사이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그러니까 대충 내가 떠올린 시간대만 놓고 보면 절대 아침도, 그렇다고 야심한 저녁도 아니다. 딱 사람을 아주 여유롭게 만드는, 살짝 허기진 때에 와인을 두 잔 정도 걸쳐 마신 석양 타임이겠다.


      뭐든지 평화롭게만 보일 것 같은 주황빛 아래이거나, 온갖 별자리가 수놓인 우주 한가운데에서 손에 잡힐 것 같은 별들을 괴롭히는 꿈을 꾸는 정도의 유희를 만끽하게 해준다. 이게 서울시향의 연주로 들리면 또 얼마나 ‘음표’가 살아날까?


      사실 이 곡은 예습을 완벽하게 해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여기까지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막상 공연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것처럼 받아들여도 재미있을 것 같다. ‘즐겨보겠다’는 생각, 가서 나도 뭐 하나 만들어봐도 좋겠다는 열린 마음 정도만 들고 가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런, 아침에 모차르트로 시작한 예습이 어느새 우주까지 닿았다. 이제 다음은? 공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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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립교향악단은 9월 11일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2026년 시즌 정기공연 ‘최수열의 스크랴빈 교향곡 4번’을 선보인다. 최수열이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가 협연한다.


      공연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1번으로 시작해 서울시향이 위촉한 이하느리의 As if…… II (스크랴빈의 정원)를 거쳐 스크랴빈의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로 이어진다. 이하느리의 신작은 이번 공연에서 세계 초연된다.

       

       

      Program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 467

      Mozart,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이하느리, As if…… II (스크랴빈의 정원)

      Hanurij Lee, As if…… II (Scriabin’s garden)


      스크랴빈,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 Op. 54

      Scriabin, Symphony No. 4, Op. 54, Le poème de l’ext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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