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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오래 듣던 노래와 처음 만난 음악 사이에서 -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6, 여러 개의 무대를 돌아다니며 보낸 하루

by 이수진 에디터
2026.09.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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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6일,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을 보러 파라다이스시티에 갔다. 9월이면 그래도 가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날은 예상보다 꽤 더웠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페스티벌을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버거울 정도였다. 그래도 실내외에 공연장이 나뉘어 있어 중간중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오히려 여러 공간을 옮겨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게 하루의 동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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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좋았던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무대가 다섯 개나 있었고, 규모와 분위기가 모두 달랐다. 무엇보다 한두 장르에 치우치지 않은 라인업이라 내가 보고 싶은 공연을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유명한 뮤지션의 큰 무대를 보기 위해 기다렸다가, 그 사이에는 작은 공연장에 들어가 처음 보는 밴드의 음악을 듣기도 했다. 하루가 하나의 공연처럼 흘러가기보다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공연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름을 모르고 들어도 좋은 음악은 남는다

       

      특히 기억에 남은 곳은 파라다이스시티 내부에 마련된 CMYK 스테이지였다. 다른 무대에 비하면 규모가 작았는데, 공연장이 놓인 공간 자체는 넓어서 작은 무대에서 시작된 밴드의 소리가 건물 안으로 꽤 멀리 퍼져나갔다. 다음 공연을 찾아 이동하다가도 음악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무대 쪽을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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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는 내가 잘 알지 못했던 밴드들을 많이 봤다. 그중 D82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페스티벌에 가기 전부터 기다렸던 공연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별다른 기대 없이 음악 자체를 듣게 됐다. 넓은 공간에 밴드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 순간에는 관객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이 팀을 원래 알고 있었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지금 들리는 음악이 좋으면 잠시 서서 들으면 됐다.

       

      사운드캠프 스테이지의 AxMxP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밴드였다. 활동한 지 1년 정도 된 비교적 새로운 밴드였는데 자신들의 음악뿐 아니라 익숙한 커버곡도 들려줬다. 처음 보는 밴드의 공연에서는 아는 노래 하나가 반갑다. 낯선 음악을 듣다가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진다. 나도 자연스럽게 공연에 빠져들었고, 그 뒤로는 처음 듣는 곡들도 조금 다르게 들렸다. 이런 순간들이 있어서 무대가 많다는 것이 좋았다. 보고 싶은 가수만 골라서 봤다면 아마 이런 음악들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페스티벌에서 공연과 공연 사이의 시간은 흔히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사이에도 계속 다른 음악이 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오래 들었던 것처럼

       

      김나영의 무대도 그랬다. 노래를 잘한다는 이야기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노래를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라이브를 듣자마자 왜 이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노래에 힘이 있었다. 단순히 고음을 잘 내거나 성량이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목소리가 감정을 밀고 나가는 힘이 좋았다. 가창력이 좋은 가수의 공연을 보면 가끔 노래를 듣는 동시에 ‘어떻게 저렇게 부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김나영의 무대가 그랬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가사를 따라가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노래의 감정 안에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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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원으로 먼저 알게 된 가수를 공연장에서 확인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라이브를 먼저 보고 음악이 궁금해진 경우는 오랜만이었다. 집에 돌아가면 이 사람의 노래를 다시 찾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십 팀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에서 처음 보는 가수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이 생긴다는 것도 여러 무대를 돌아다니는 재미였다.

       

      그렇게 이날은 모르는 음악을 꽤 많이 만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루가 뒤로 갈수록 정반대의 경험도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듣는 노래가 마음에 남는가 하면, 너무 오래전에 들어서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노래가 갑자기 기억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있다는 것

       

      체리필터는 내가 뮤지션 선생님들을 의식하며 좋아했던 팀은 아니었다. 그런데 노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 노래방에 가면 마지막쯤 꼭 부르던 노래들이 있었고, 체리필터의 곡들도 그중 하나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익숙했고, 신나게 부르고 나면 노래방에서 놀 만큼 놀았다는 기분이 들던 노래였다. 그래서 공연장에서 그 음악을 다시 듣는데 묘했다. 가사를 따로 외우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노래가 시작되면 다음 부분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찾아 듣지 않았는데도 몸은 리듬을 기억했고, 주변에서도 익숙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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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문득 오랫동안 기억되는 음악을 만든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노래가 발표된 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것을 듣던 사람들의 생활도 계속 달라진다. 학생이었던 사람은 직장인이 되고,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한다. 노래를 듣던 기기도 바뀌고 음악을 찾아 듣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어떤 노래는 그 모든 변화와 상관없이 남는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노래가 특별한 날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소리를 지르던 평범한 밤처럼 당시에는 별것 아니었던 순간과 붙어서 기억된다. 음악을 만든 사람은 그 노래가 누군가의 어느 시절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몇십 년 뒤에도 사람들이 첫 소절만 듣고 반가워한다. 그런 음악을 하나라도 만든 사람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MP3 속에 있던 사람이 눈앞에서 노래할 때


       

      그리고 이날 가장 개인적인 기억과 맞닿았던 무대는 김준수였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좋아했던 연예인이고, 음악을 MP3에 넣어두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듣고 싶은 음악을 언제든 스트리밍할 수 있던 상황도 아니어서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기기에 넣는 일 자체가 작은 선택이었다. 그 안에 들어간 노래들은 자연스럽게 더 많이 듣게 됐고, 그래서인지 그 시절의 음악은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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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좋아했으면서도 이상하게 가수로서 김준수의 공연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 모습은 몇 차례 봤지만, 가수 김준수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공연을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무대가 시작됐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감흥이 올라왔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공연도 아니었고, 어린 시절처럼 열심히 음악을 찾아 듣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한때 MP3에 넣어 몇 번이고 돌려 들었던 노래를 그 사람이 직접 부르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기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몸 가까이에 남아 있다는 느낌이었다. 머리로는 이미 지나간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목소리 하나, 전주 몇 초만으로 다시 살아났다. 특히 「사랑은 눈꽃처럼」을 직접 들었을 때 그랬다. 오래 알고 있던 노래와 지금의 목소리가 겹쳐지니 내가 그 노래를 처음 듣던 시절까지 함께 따라오는 것 같았다. 여기에 최근 발표한 신곡까지 이어지니 오래전 좋아했던 가수의 과거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이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한 무대에서 보게 됐다. 이상하게 마음이 설렜다. 뮤지컬에서 김준수를 봤을 때와도 전혀 달랐다. 뮤지컬에서는 배역을 통해 배우를 만나지만 이날에는 내가 오래전 좋아했던 가수가 그대로 무대 위에 있었다. 같은 사람의 목소리인데도 그것을 듣는 나의 기억이 달라지니 전혀 다른 경험이 됐다.

       

       

       

      처음 만난 음악과 오래된 음악 사이에서

       

      돌아보면 사운드 플래닛에서 보낸 하루에는 서로 반대되는 순간들이 계속 섞여 있었다. 김나영처럼 제대로 처음 들어보고 좋아진 목소리가 있었고, CMYK 스테이지의 밴드들처럼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았지만 공연을 통해 기억하게 된 음악이 있었다. 반대로 체리필터와 김준수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내 기억 어딘가에 들어 있던 음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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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아티스트가 출연한다는 것이 단순히 ‘볼거리가 많다’는 의미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다섯 개의 무대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쪽에서는 새로운 음악을 만나고, 조금 뒤 다른 무대에서는 십수 년 전의 내가 듣던 노래를 만났다. 한 장소에서 이렇게 서로 다른 시간의 음악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 페스티벌의 재미였다.

       

      평소 음악을 들을 때는 대개 목적이 있다. 듣고 싶은 노래를 검색하거나 이미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재생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음악 안에서 계속 움직이게 된다. 반면 페스티벌에서는 이동하는 길에도 음악이 들리고, 기다리는 시간에도 다른 공연이 시작된다. 굳이 찾아보지 않았을 음악과 마주칠 가능성이 훨씬 많다. 그리고 가끔은 새로운 음악보다 오래된 노래가 더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너무 오래전에 좋아해서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라이브로 들으면 그 시절의 감정이 생각보다 온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지금의 소리를 듣는 일이면서 동시에 그 노래를 들었던 시간까지 다시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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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플래닛에 가면서 거창한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공연을 몇 개 보고, 새로운 밴드도 구경하고, 하루 신나게 놀다 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보냈다. 예상보다 더웠고, 공연장을 계속 옮겨 다니느라 다리도 아팠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 하루에 내가 음악을 들어온 시간도 조금씩 섞여 있었다. 처음 듣는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 순간과 아주 오래된 노래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 같은 날 있었다. 아마 다음 페스티벌에서도 나는 보고 싶은 가수들을 먼저 체크하되 그 사이 몇 칸 정도는 비워둘 것이다. 그곳에서 처음 듣는 음악을 만날 수도 있고, 잊고 있던 어떤 노래가 뜻밖에 오래전의 나를 데리고 올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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