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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난여름의 플레이리스트 [음악]

가을의 시작에서 지난여름을 돌아보며

by 김희정 에디터
2026.09.0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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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9월, 가을이 시작되었다. 아직 조금 덥긴 하지만, 쾌청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만든다. 영원할 것 같았던 여름이 끝나고 나니, 올해도 어느덧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여름을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가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대로 여름을 보내기 아쉬워, 지난여름 동안 질리도록 들었던 앨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사실 나는 평소에 앨범을 통째로 듣기보단, 랜덤 재생으로 새로운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차곡차곡 모아 듣는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지난 여름, 한 지인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곡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좋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나도 앨범을 통째로 들어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곡 하나하나를 따로 들을 때는 몰랐던 앨범의 흐름이 느껴졌고, 음악을 듣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그렇게 앨범을 듣기 시작한 지난여름, 유독 자주 꺼내 들었던 앨범들이 있다.

       

       

       

      김승주 – 미완성 바이러스



       

       

      김승주는 지난 2025 원더리벳에 가서 처음 알게 된 가수다. 라이브를 듣고 특유의 소년스러운 느낌이 좋아서 종종 들었는데, 지난 6월에 나온 정규 1집 <미완성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들었던 김승주의 음악 중 가장 좋았다.

       

      앨범 이름 <미완성 바이러스>처럼, 수록된 11곡은 미완성의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미완성인 내가 품은 결핍과 불안, 그리고 상처를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그런 ‘나’를 사랑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김승주는 말한다.

       

       

      일기장에도 솔직할 수 없는 나 그럼에도 사랑해

       

       

      맞다. 나도 솔직히 일기장에서조차 결핍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적다 보면 그런 내 모습을 왠지 인정하고 싶지 않고, 모든 사람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는 법이지만 그런 내가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사실 모든 사람은 미완성일 텐데 말이다. 그런 나에게 이 앨범은 큰 위로가 되었다. 불완전한 ‘나’도 결국 나의 모습이고, 그런 모든 것들이 모여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The Golden Age



       

       

      2026 펜타포트를 빛낸 밴드를 딱 한 명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를 고를 것이다. 6년 만에 무대에 오른 술탄과 그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번 펜타의 하이라이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풍경이었다.

       

      술탄의 대표 앨범인 는 신나는 디스코풍의 비트가 돋보이는 앨범으로, 총 12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요술 왕자’다.


       

      터번 속에 감춰둔 빡빡머리
      디스코의 마법으로
      변하는 요술왕자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하지만 그녀에게
      나의 정체를 고백할 수 없네

       

       

      ‘요술 왕자’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정체성과도 같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히잡을 쓰고 춤추고 있는 라이브 영상을 보고 있으면 방구석에 있던 나까지 춤을 추게 되는 마법의 음악이다. 펜타에 다녀와서 술탄 후유증이 너무 심해져서, 하루 종일 앨범을 반복 재생하고 있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는 최고의 앨범이다. 듣고 있으면 신나는 감정 외에는 그 무엇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술탄의 단독 콘서트가 열릴 날만을 고대하며 오늘도 술탄 앨범을 듣는다.

       

       

       

      봉제인간 – 12가지 말들



       

       

      봉제인간도 이번 펜타포트에서 무대를 본 이후 앨범을 더 열심히 찾아 듣게 된 밴드다. 봉제인간의 곡들은 독특한 기타 코드 구성과 개성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특히 기타 사운드가 정말 좋고, 곡마다 봉제인간만의 색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각 멤버의 뛰어난 연주력도 빼놓을 수 없다. 술탄의 베이시스트 지윤해, 혁오의 리드 기타리스트 임현제,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러머 전일준이 결성한 밴드인 만큼, 세 멤버 모두 탄탄한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이번 펜타포트에서 처음 라이브를 봤을 때도 무엇보다 뛰어난 연주력이 인상적이었다. 앨범으로 들었을 때도 좋았지만, 실제 무대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생생한 연주는 음원만으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다.

       

      <12가지 말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BABY’와 ‘Guitar Hero : Dreams Come True’다. ‘BABY’는 나른한 분위기에서 기타 솔로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쾌감이 느껴지는 곡이고, ‘Guitar Hero : Dreams Come True’는 시작부터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타 사운드에 정신을 잃게 되는 느낌이다. 이번 펜타포트에서 라이브를 들으며 실시간으로 락의 기운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봉제인간의 라이브를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다. 락의 기운을 채워넣기 위해…

       

       

       

      해서웨이 – lover



       

       

      해서웨이는 평소에 좋아하던 밴드인데, 6월 말에 새로운 앨범이 발매되어 질리도록 듣고 있다. 해서웨이 음악은 베이스 라인이 참 좋다. 나른한 멜로디와 해서웨이의 담백한 사랑 노래를 듣고 있으면 왠지 늦여름의 살랑이는 바람이 떠오른다. 그리고 앨범 커버처럼 낮 시간대의 푸른 바다 풍경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우리가 늘 안녕을 말하던’이다. 2025년에 이미 EP로 발매가 됐던 노래인데, 도입부의 시원한 기타 소리에 꽂혀서 한동안 자주 들었다. 해서웨이 특유의 청량한 분위기가 내 취향이다.

       

       

      수많은 손짓들 그 속에 너와 나
      어느새 까매진 하늘엔 비구름이

      늘 너는 물었지 나에게 왜 너만 보면 웃음을 짓곤 하는지
      그럴 때마다 난 그저 네 손을 꼭 잡곤

      내 마음은 언제나 여기 있어 우리가 늘 안녕을 말하던
      계절이 흘러도 여기 있어 우리가 늘 다음을 말하던

       

       

      레트로한 분위기와 해서웨이만의 청량함이 가장 잘 느껴지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연인과의 이별이라는 주제를 어둡지 않게 표현한 가사도 마음에 든다.

       

      해서웨이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아직 라이브를 본 적은 없지만, 꼭 공연을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부산 공연장에서!

       

       

       

      Peach Truck Hijackers – Peach Truck Hijackers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지인이 추천해 준 밴드인데, 노래가 좋아서 여름 내내 들었다. 앨범 첫 곡부터 강렬한 느낌에 반해서 전곡 재생을 해버렸다. 날것의 느낌이 드는 곡의 구성과 펑키한 사운드가 정말 좋고, 세련된 기타 사운드로 이어지는 10곡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에너지가 라이브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한 밴드다. (사실 글을 쓰는 오늘 오후, 라이브를 보러 간다! 정말 기대된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음악들은 왠지 분노가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가사를 보면 세상을 향한 부조리한 것들 투성이다. 락의 근본적인 저항 정신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다. 강렬한 보컬의 목소리와도 곡의 분위기가 참 잘 어울린다. 대부분 영어 가사라 80년대 록밴드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난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은 ‘Fuck You’와 ‘뒤틀린 입이라도’다. 기타 사운드가 정말 좋고, 앞서 말한 저항 정신이 제대로 느껴지는 곡이다. 두 곡은 각각 4번, 5번 트랙이라 연결해서 들었을 때 정말 좋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멤버들은 전부 디자인과 학생이라고 한다. 국민대 대학교 밴드로 시작해서 데뷔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왠지 이 부분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피치트럭하이재커스의 음악이 좋은 이유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

       

      이렇게 여름 내내 질리도록 들었던 앨범 5개를 소개해 보았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공연을 너무 보고 싶어졌다.

       

      내가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곡을 발견하고, 그 곡을 찾아 듣게 되는 과정이 좋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을 한 번 다녀오면 플레이리스트에 앨범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데, 새로운 곡들이 채워지면 왠지 일상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번 가을에는 또 어떤 새로운 곡들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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