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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날씨가 추워지고 어느덧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 말인즉슨 이제 연말감성에 취할 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다. 얼마 남지 않은 연말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노래 몇 곡을 추천하려 한다.
 
길거리에서 들리는 외국어 섞인 노래들과 빠른 아이돌 노래들이 조금은 지겨웠다면 아마 이 노래들이 반갑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부터 당신의 연말감성을 자극할 5곡의 한국 노래를 소개한다.
 
 
 

1. 이소라 '고백'


 

 
 
이소라의 첫 데뷔는 낯선사람들이라는 그룹이지만 이소라 혼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온 앨범은 이 앨범이 처음이다. 특유의 독특한 목소리와 감성은 재지한 분위기의 곡과 잘 어울리는데 당시 1집의 프로듀서인 김현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는지 1집에는 유독 그런 노래들이 많다.
 
나는 이 앨범을 참 좋아한다. 듣고 있으면 따뜻하고 때로는 끈적이기까지 한 게 연말감성을 자극한달까. 흔히들 이소라 하면 명반으로 눈썹달 앨범을 떠올리지만, 나에겐 이게 최고다.
 
그중에서도 '고백'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어느 추운 겨울 따뜻하고 노란 불빛이 가득한 집에서 아늑하게 노래를 듣고 있을 누군가가 떠오른다. 약간의 설렘과 떨림을 간직한 채 사랑을 고백하려 하는 누군가 말이다.
 
 
 
2. 어떤날 '너무 아쉬워 하지마'

 

 
 
한국 포크의 전설 어떤날의 곡이다. 어떤날은 조동익과 이병우로 이루어진 듀오로 1980년대 활동했다. 그들이 남긴 앨범은 1집과 2집, 2개가 전부지만 두 앨범 모두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높은 순위를 올리고 있으며, 후대의 싱어송라이터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너무 아쉬워 하지마'는 1집에 수록된 곡으로 조동익이 작사, 작곡을 했다. 곡의 앞부분은 어떤날의 느낌을 잘 보여주는 서정적인 연주로 시작한다. 벌써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되는 음악인데 이렇게나 세련될 수 있다니 놀랍다.
 
어떤날의 노래는 깊은 멜로디만큼 가사 또한 깊다. 한 해를 보내며 마주했을 수많은 경험. 그중에는 자랑스러운 기억도 다소 아쉬운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게 우리네 인생 아닐까. 어떤날의 노랫말처럼 기억 속에 그냥 그대로 남아있게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길.
 
 
 
3. 이문세 '깊은 밤을 날아서'

 

 
 
아마 이문세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가 아닐까 싶다. 1987년 발매된 이문세의 4집 앨범 수록곡 '깊은 밤을 날아서'다.
 
이문세의 대표적인 명곡 중 하나로 이문세의 곡 중 몇 안 되는 빠른 박자의 노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환상적인 가사로 표현한 밝고 재밌는 노래다. 이 노래를 들으면 괜히 설레면서 춤을 추고 싶어진다.
 
이 노래는 다양한 버전이 많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버전은 1995년 연말에 방영된 이문세 쇼에서 부른 버전이다. 이 버전은 이영애 배우와 허준호 배우의 연극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중간에 이문세가 나와서 재즈로 편곡된 버전의 '깊은 밤을 날아서'를 부르는 식이다.
 
이 버전을 듣기 전까지는 이 노래가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영상을 본 이후부터는 괜히 크리스마스만 다가오면 이 영상이 생각난다.
 
이 좋은 걸 나만 보기엔 아까우니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이 노래를 아니 이 버전의 '깊은 밤을 날아서'를 꼭 들어보길 권한다.
 
 
 
4. 유재하 '지난날'

 

 
 
유재하. 그 세자만 들어도 괜히 애잔해지는 이름이다. 가요계의 역사를 바꾼 싱어송라이터이자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비운의 천재.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일한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 중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곡은 수록곡 '지난날'이다. 애잔하고 사색적인 노래가 많은 1집 중에서 가장 밝고 템포가 빠른 노래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전주 부분 특유의 악기 소리 때문에 뭔가 추운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밝은 템포의 곡이라 설렘이 느껴지면서도 가사와 유재하 목소리가 주는 특유의 씁쓸함도 느낄 수 있다. 가사는 유재하가 헤어진 연인과의 지난날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날."
 
이 노래 가사 속 유재하의 태도는 한 해가 끝나는 지금 시점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5. 전람회 '삶'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2인조 그룹 전람회가 1994년 발표한 데뷔 앨범의 수록곡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느낌은 서정적인 발라드지만 수록곡 '삶'에서는 재즈의 끈적함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동률이 작사, 작곡을 한 이 노래는 어리지만 벌써부터 완성된 김동률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미 거장이 되어 나이를 지긋이 먹으신 분들이 젊을 적에 만든 삶에 관한 노래를 좋아한다. 한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거장의 깊은 감수성과 함께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청춘의 풋풋함이 삶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만나 풀어내는 하모니는 참으로 아름답다. '삶'이라는 노래는 김동률에게 그런 노래가 아닐까 싶다.
 
그때 그 시절 그들이 꿈꿔왔던 삶의 궤적이 현재 그들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할지는 모르겠으나, 나 역시 젊은 시절 나만의 삶을 그려보며 그 삶이 펼쳐질 거라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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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걸 탐험하며 멋나게 인생을 채워나가고 싶은 폼생폼사 인간, 강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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