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KakaoTalk_20260831_20010794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8/20260831200444_bgzfrehz.jpg)
햇빛이 가감 없이 내리쬐는 푸르른 하늘과 끝없는 초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염소와 양 떼를 뚫고 길이라고는 없는 들판을 달리는 차 한 대. 이건 일생동안 보아왔던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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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휴가를 맞아 몽골로 여행을 다녀왔다. 몽골을 가보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몽골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짧게는 하루에 5시간, 길게는 8시간. 물론 이동하는 동안 지나는 길이 모두 포장도로라는 것은 보장되지 않는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멀어질수록 아스팔트 길은 줄어들고, 초원을 달릴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내게 되는데, 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노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왕 보내야만 하는 시간, 즐거운 노래를 다 같이 들으면 좋지 않겠는가. 음악은 여행자가 이 아름다운 여정을 더 길이 기억하도록, 그리고 오랜 이동 시간에 운전자가 지치지 않도록 일종의 버프 역할을 해준다.
물론 우리 일행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몽골에 왔다. 한국에서부터 틈틈이 다운로드했던 케이팝 플레이리스트를 틀며 몇 날 며칠을 보냈다. 그러나 생각보다 길어지는 운전 시간에 똑같은 노래는 지겨워지고,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 몽골에서 인기 있는 노래는 뭐지? 한국에서 막 떠나온 여행자인 우리는 몽골의 노래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우선은 쉽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뮤직에 “몽골 노래”라고 단순하게 검색해 본다. 가장 상단에 뜬 노래는 Wolf Totem. 그런데 조회수가 무려 1.3억 회에 이른다. 현재 몽골의 인구는 대략 350만 명인데, 약 4배에 육박하는 인구가 이 노래를 들었다는 것이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초원을 달리던 차량의 스피커에 연결했다. 그러자 운전만 하던 무덤덤한 기사님이 음악 볼륨을 최대치로 키웠다. 그리고 시작된 독수리의 울음소리, 이거 제대로다!
이번 글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몽골의 국민 밴드 The Hu의 노래 추천이다.
![[크기변환]2019_RiP_The_Hu_-_by_2eight_-_ZSC203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8/20260831201541_gigsipie.jpg)
Photo: Stefan Brending,
Yuve Yuve Yu
몽골을 여행하다 보면 반복해서 듣게 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자연과 칭기즈칸이다. 몽골은 국토의 약 80%가 목초지에 해당하며, 그중 절반은 초원 지대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1년 중 250일 이상은 맑은 날이 유지되어 푸른 하늘을 보기가 쉽다. 끝을 알 수 없는 초지는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져 있고, 몽골 5대 가축에 해당하는 소, 양, 말, 염소, 낙타는 이동하는 도중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웅장한 대자연과 수많은 동물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자아내는 나라, 몽골은 한때 세계 최대의 단일 대륙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의 터전이기도 하다. 드넓은 몽골 초원을 통일한 칭기즈칸의 용맹함을 물려받은 몽골인들은 민족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인 자긍심을 가진다.
이러한 몽골 특유의 색채는 The Hu 만의 색깔이 된다. 과거 세계의 중심에 올랐던 선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자신들 만의 고유한 문화를 이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음악으로 전이되고, 그 독창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다.
![[크기변환]The_Hu.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8/20260831201805_hytyduty.jpg)
Photo: Elekes Andor, CC BY-SA 4.0
울란바토르에서 결성된 The Hu는 몽골의 전통적인 음악 요소와 현대 포크 메탈/ 헤비메탈을 결합한 락밴드로, 음악 장르에 대하여 스스로를 훈느 락(Hunnu Rock)이라 정의한다. 여기서 '훈느(Hunnu)'는 고대 몽골어로 '사람' 혹은 '인간'을 뜻한다. The Hu 밴드의 음악은 몽골의 전통 창법인 흐미와 전통 악기 연주를 결합한 것이 돋보이는데, 실제로 모린후르, 토브슈르, 투무르 후르, 츠루와 같은 고유의 악기를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며 일반적인 록밴드와는 차별화된 면모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사이다. 한때 전 세계를 장악했던 조국에 대한 긍지, 그러한 배경을 만든 선조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현대화되는 현재의 몽골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에 대해 The Hu는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The Hu의 데뷔 싱글인 “Yuve Yuve Yu”는 활처럼 날카롭게 몽골의 형세를 겨냥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의 “Yuve”는 몽골어로 “어찌하여”라는 뜻을 가진 감탄사이다. 한국어로 “어찌하여, 어찌하여, 또 어찌하여” 정도의 뜻을 가진 제목은 가사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가 된다. 선조들의 가르침과 아름다운 자연을 등진 채, 도시화를 추구하며 과거 명성을 잃어가는 몽골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는 가사는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한다.
Дээдсийн заяаг удамлаж төрчихөөд унтаж хэвтээд
Сэрдэггүй юм бэ, юу вэ юу вэ юу
조상의 귀한 운명을 타고나서 태어났으면서
잠만 자고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대체 어찌하여?
Дэлхийд ганцхан Монгол гээд л амаа хаттал
Худлаа ярьдаг нь юу вэ юу вэ юу
세상에 하나뿐인 몽골이라 입이 마르도록 말하면서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은 대체 어찌하여?
Дээдсээр амьдрах заяанд төрсөн Монгол түмэн минь
Нэгдэж чаддаггүй нь юу вэ юу вэ юу
위대하게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우리 몽골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지 못하는 것은 대체 어찌하여?
가사는 칭기즈칸이 다스렸던 칸의 나라에 대한 열망을 힘주어 토로하는 동시에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지 스스로 되묻는다. 이처럼 자국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모습은 뮤직비디오에서도 볼 수 있다. 서부 몽골 지역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야생이 살아있는 몽골의 풍경을 비춘다. 더욱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며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그러나 록 밴드답게 가죽 재킷을 입고 자유롭게 노래를 부른다. 과거 조상의 유산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현대의 음향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그들의 행보에서는 몽골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출처: 유튜브 'The HU' 공식 채널 (The HU - Yuve Yuve Yu (Official Music Video))
Wolf Totem
Yuve Yuve Yu와 달리, 강인한 전사의 표본을 보여주는 Wolf totem은 The Hu가 발표한 두 번째 싱글이자 밴드를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몽골 민족의 신화에서 늑대는 신성한 상징으로 여겨진다. Wolf totem이라는 제목처럼, 늑대를 상징하는 이 노래는 전통 악기인 모린후르와 몽골 전통 창법인 흐미의 결합이 도드라진다. 감상하다 보면 드넓은 초원을 뚫고 기마군단이 땅을 세차게 울리며 다가오는 듯한 상상이 저절로 든다.
인상적인 것은 노래 속 가사이다. 13세기 전성기를 이루었던 몽골 제국의 군대를 떠올리게 하는 가사는 상대가 누구든 전력을 다하겠다는 전사의 각오가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칭기즈칸의 시대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였던 군사 체계 십호제를 넣어 전장의 긴장감과 강렬함을 드러낸다.
Арслан ирвээс алалдан уралдъя
Барс ирвээс байлдан уралдъя
Заан ирвээс жанчилдан уралдъя
Хүн ирвээс хүчилдэн уралдъя
사자가 쳐들어온다면 죽을 때까지 맞서 싸우리라
호랑이가 쳐들어온다면 맞서 겨루어 싸우리라
코끼리가 쳐들어온다면 격렬하게 박살 내 주리라
인간이 쳐들어온다면 힘으로 그들을 말살하리라
...
Өдөөд ирвээс өрсөлдөн тэмцье
Аравт болон аянгалан ниргэе
Зуут болон зүрхэнд нь ниргэе
Мянгат болон мөргөлдөн ниргэе
Түмт болон тэнгэрээр ниргэе
도발하며 도전에 응해온다면 맞서 싸워 주마
십호가 되어 벼락처럼 내리칠 것이요
백호가 되어 적의 심장을 꿰뚫으리라
천호가 되어 사정없이 부숴버리고
만호가 되어 하늘의 심판을 내리리라
오로지 싸움과 승리만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사실 여타 가요에서 찾아볼 수 없기에, 충격을 넘어 되려 새로운 신선함까지 느껴졌다. 적이 불순한 의도로 공격을 감행한다면 물러서지 않고 용맹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는 칸의 시대에서 몽골인의 투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느끼게 만든다. 몽골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진입 및 하드 록 디지털 판매 1위의 역사를 쓴 Wolf totem은 미국의 록 밴드 Papa Roach의 보컬 Jacoby Shaddix가 참여한 영문 버전으로도 발매되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곡 중 하나로 손꼽힌다.
출처:유튜브 'The HU' 공식 채널 (The HU - Wolf Totem (Official Music Video))
Horsemen
적들을 향한 격투 각오에 가까운 Wolf Totem과 달리, Horsemen은 말을 타고 전장에 나가는 몽골 기병을 묘사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몽골의 기마 군단은 유라시아 대륙을 초토화로 만들 만큼의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며 몽골을 단일 대륙 제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The hu는 소속사 Better Noise Music을 통해 발표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Horsemen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Horsemen은 한때 인류가 알고 있던 세계의 대부분을 달렸던 전설적인 몽골 전사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탁월한 이동성과 기동력, 압도적인 힘 때문에 당시 '하늘의 군대(Army of the Heavens)'라 불렸던 이들의 규율, 지혜, 용기, 그리고 단결력을 찬양하는 곡입니다."
이 곡에서의 묘미는 바로 말을 몰 때 내는 소리인 “츄(Chuu)!”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박에서 벗어난 4박자의 리듬으로 묘사한 말발굽 비트의 드럼은 금방이라도 말들이 전력 질주하며 달려오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격양되는 드럼 박동과 흐미 창법으로 울려 퍼지는 함성은 전장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벼락같은 구호 츄!(Chuu)로 강렬한 정점을 찍는다. 그뿐만 아니라 Hurai! 같은 기병들의 만세 소리가 계속해서 반복되는데, 이러한 외침은 실제 전투가 임박한 병사들의 타오르는 결투심이 느껴지게끔 전장의 현장감을 선사한다.
실제로 몽골에 가보면 많은 사람이 차를 타듯 말을 탄다. 말은 여전히 몽골에서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심지어 갓난아이도 부모의 품에 안겨 말을 탄다. 이렇듯 몽골인과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 꼭 드넓은 초원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구 절반 이상이 모인 수도 울란바토르 도심에서도 제복을 입고 말을 탄 기마경찰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말을 타듯 차를 끈다. 바퀴 자국 하나 나지 않은 영원한 초원에서 그들은 말을 달리듯 차를 몰며 질주한다. 그야말로 몽골인들은 Horsemen 그 자체다.
출처:유튜브 'The HU' 공식 채널 (The HU - Horsemen (Official Music Video))
This Is Mongol
The Hu의 This Is Mongol은 바로 이런 역사를 가진 몽골이 어떤 나라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몽골이란 이런 것이라며 선포하는 듯한 곡은 앞선 곡들과는 다르게 자국의 번영과 안녕에 대한 기원을 담는다. The Hu의 6번째 싱글이자, 2020년 나담축제의 몽골 대표곡으로 사용된 This Is Mongol은 본래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던 미발매 곡이었지만,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22년에 정식으로 출시된다.
경쾌한 사운드와 짧게 끊어치는 기타의 리듬이 돋보이는 This Is Mongol은 앞서 소개된 곡들보다 가볍고 리드미컬하게 느껴지는 것이 차별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바로 중독적인 후렴구이다. 몽골의 상징과 칭기즈칸 시대에 대한 경외, 자연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이 곡은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Hey! Hey! Hey! Энэ Монгол билээ(이네-몽골 빌레)!가 반복된다. 이는 몽골어로 This Is Mongol!라는 뜻으로, 간단명료한 방법으로 몽골이 어떤 나라인지를 보여준다.
봤지? 이게 몽골이야. 라고 외치는 The Hu에 압도되어 떼창을 유도하는 후렴구를 듣다 보면, 홀린 듯이 이네-몽골 빌레!를 내뱉고 싶어진다. 그 열광적인 무대 현장에 참여하여 눈앞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열망마저 생기는 것이다.
출처:유튜브 'The HU' 공식 채널 (The HU - This Is Mongol (Official Music Video))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음악을 들으며
![[크기변환]KakaoTalk_20260831_20034691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608/20260831202628_noquutsc.jpg)
여행할 때 중요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나의 경우에는 음악이었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항상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음악은 일상을 떠나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장식했고,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음악을 틀 때면 전율마저 들곤 했다. 타인과 같은 음악을 들으며 동일한 추억을 가슴에 새길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지역을 일주일간 여행하는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고 부딪혀 보니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여행의 즐거움을 체감할 수 있었다.
늘 듣던 익숙한 노래에서 벗어나 난생처음 듣는 곡에 집중했던 그 찰나의 순간과 새로운 장르를 서서히 섭렵해 갈 때의 생동감. "뭐야 좋은데?" 라는 웅성거림에서 "이거 좋잖아, 다른 노래는 없어?" 하고 본격적으로 탐구해 나갈 때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알지 못했던 영역에 함께 발을 들이며 넓혀 나가는 동안 세계는 더욱 커지고 팽창된다.
만약 몽골이라는 나라에 관심이 생긴다면, 그리고 차를 타고 여행하는 그 긴 시간 동안 다 함께 무언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The Hu의 노래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의 공동체가 모두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짜릿할 테니.

대표이미지 Photo: GZ Miimaa / Courtesy of SRO 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