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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쓸모를 정하는 방식 [미술/전시]

유화수 《Solid Type》 / 2026.08.10–08.25, WWNN

by 신수빈 에디터
2026.08.3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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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매일 많은 것을 ‘쓸모 있다’거나 ‘쓸모없다’고 판단하며 살아간다. 필요한 것은 남겨두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버린다. 그런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기준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유화수 작가는 그동안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여러 문제를 작업으로 다뤄왔다.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노동에 미치는 영향, 기술과 장애의 관계, 기술 환경과 개인, 기계와 인간이 만나면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현상 등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작업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바로 이 ‘쓸모’에 대한 질문이다. <재배의 몸짓>(2023)은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잘려나간 나무와 그곳에서 자라는 비식용 버섯을 스마트팜 안에 들여놓은 작업이다. 인간의 필요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 인간의 기준으로 쓸모없어진 자연을 가져다 놓으면서, 작가는 우리가 자연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인간이 자연의 쓸모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해석되어 왔다.

     

    이번 전시 《Solid Type》에서는 이 질문이 ‘물질’로 옮겨온다.

     

    오늘날 우리는 화면과 데이터,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물질은 점점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와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이지 않는 기술의 세계 역시 수많은 물질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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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어떤 물질이 중요한지는 누가 결정할까.


     

    물질은 처음부터 자원이나 폐기물인 것은 아니다. 가격과 기술, 수요와 공급에 따라 어떤 것은 원료가 되고, 어떤 것은 부산물이 된다. 자원이었던 것이 폐기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이전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물질이 새로운 기술에 필요해지면서 가치가 생길 수도 있다. 같은 물질이라도 어떤 조건에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름과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전시는 이러한 물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돌을 파낸 자리는 새로운 물질을 담는 공간이 되고, 석분과 용액은 계속 움직인다. 광물과 금속은 서로 다른 위치와 가치를 갖게 되고, 기능을 잃은 장치는 목적이 없어도 작동을 이어간다. 서로 다른 시간과 조건을 거친 물질들이 한 공간에서 다시 만난다.

     

    이는 전시 제목인 ‘Solid Type’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Solid’는 단단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전시장 속 물질들은 하나의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다. 계속 움직이고, 변하고, 다른 위치로 이동한다. ‘Type’ 역시 어떤 것을 하나의 종류로 나누는 일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물질은 그렇게 쉽게 하나의 이름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단단하게 만들어놓은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니라 물질을 바라보는 기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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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것을 자원이라고 부르고, 어떤 것을 폐기물이라고 부른다. 어떤 것은 기능한다고 말하고, 어떤 것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 경계에 있는 것들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쓸모와 잉여 사이에 있는 것, 기능과 비기능 사이에 있는 것, 버려졌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이 점에서 《Solid Type》은 작가가 이전부터 던져온 질문과 연결된다. 인간은 무엇의 쓸모를 결정하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정말 당연한 것인가. 이전 작업에서 자연과 존재의 쓸모를 바라보았다면, 이번에는 그 질문이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로 이어진다.

     

    《Solid Type》은 무엇이 자원이고 무엇이 폐기물인지 다시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사이에 있는 물질을 바라본다. 우리가 하나의 이름을 붙이고 가치를 정하기 전, 그리고 하나의 범주로 나누기 전의 상태를 바라보는 듯하다.

     

    어쩌면 이 전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특별한 물질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 너무 당연하게 지나쳤던 판단의 순간인지도 모른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같은 물질도 서로 다른 이름과 가치를 갖게 된다. 《Solid Type》은 그 익숙한 구분을 잠시 멈추고, 그 사이에 남아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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