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원의 의미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9.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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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화는 자연의 모습을 화폭에 옮겨 담는 작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은 여러 문화예술 장르에서 표현 대상이 되고 주제가 되었다. 인간의 방법으로 자연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자연을 유사하게 모방하는 것,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는 창작 활동은 조경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생태환경을 계획하고 구축하고 가꾸는 행위는 조경사의 계획대로 꾸며지는 공간을 탄생시킨다.


조경사가 계획하는 공간 중에는 정원도 포함된다. 자연을 모방하는 정원의 풍경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가장 잘 반영되는 곳이 아닐까.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이번 전시 《공중정원》은 "자연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예술가들의 반응이자 상징적 의미로서 '정원'을 탐구"하는 전시이다.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 모두 자연을 탐구하고 모방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재현하며 각기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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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원 작가는 사진과 구조물을 결합하여 풍경을 묘사하는데, 작품에 사용된 이미지는 작가가 시멘트나 흙과 같은 것들을 촬영하고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돌이나 산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연물의 한 부분을 확대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든다.


양승원 작가는 자연물이 아닌 것을 자연의 모습으로 꾸며내서 보여주는 방법으로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 보여준다. '진짜 같음'을 느끼는 이유는 작가의 이미지가 익숙한 자연의 모습과 닮아있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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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작가는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으로 관람객들이 자연환경을 연상할 수 있는 공간과 사물을 만들어 낸다.

 

이미지와 함께 배치된 스피커에서는 특정 지역의 소리를 녹음한 소리가 흘러나와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모습을 상기한다. 특정 지역에서 녹음하였지만, 물 흐르는 소리, 돌이 부딪히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은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연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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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작가는 자연의 풍경을 축소해서 꾸미는 축경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에 눈을 돌려 <노케티크라(Notketihkra)> 작업을 선보인다. 스티로폼을 사용한 조각 작품인 <노케티크라>는 산업적 재료가 사용되었는데, 주제적인 면과 더불어 현대적인 물성이 더욱 강조된다.


또, 조이솝 작가는 꽃과 식물을 닮은 모습의 조각, 설치 작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심리 상태를 탐구하기도 하고 고휘 작가는 관람객과 상호 작용하는 작품으로 소리로 이루어지는 생태계를 미디어 작업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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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작가들의 다섯 정원으로 가꾸어진 《공중정원》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공감각적으로 존재하는 생태 환경을 재현한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였던 방법, 축소하여 미니어처로 재현하였던 방법, 울타리 안의 정원을 가꾸는 방법. 기존에 자연을 재현하던 방법과 다르게 작가들 각자의 정원을 가꾸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의 미래'적인 측면이 더 강조된 전시라고 느껴졌다.


일반적인 정원에 대한 전시라고 기대한다면, 이 익숙하지 않은 정원들의 모습에 당황하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정원들은 정원의 정의를 확장 시켜줄 것이고, 정원에서 무엇을 얻고 있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어디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지, 어떤 점에서 자연을 닮았다는 느낌을 느끼는지 되짚어 본다면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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