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소유하는 미니멀리즘 - 덜 소유하고 더 사랑하라

글 입력 2024.01.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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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용하는 물건의 가짓수는 얼마나 될까. 방을 한 번만 둘러봐도 그 방대함은 쉽게 느껴진다. 소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님에도 텅 비어있던 나의 기숙사 방은 1년 만에 잡동사니의 무덤으로 변모했다. 수많은 옷, 전자제품, 영화 포스터, 여행에서 산 패브릭, 책, 인생네컷, 문구류들. 전부 나열하는 게 불가능할 양의 물건들이 방 한구석씩을 차지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건 한 해 동안 쌓아온 모든 물건을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 이용자를 위해 방을 비워야 하는 청소 시즌이 돌아오면 반사적으로 한숨이 나온다. 소중한 의미를 갖고 품에 들인 물건들은 어느새 짐짝이 되어있었다. 처음 한두 번 말고는 사용한 적 없는 물건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마음의 무거움을 더한다.

 

건강하지 않은 축적을 매해 마주하다 보니 미니멀리즘은 빠지지 않는 새해 다짐이 되었다. 덜 소비하고, 덜 열망할 것.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알다시피 꾸준히 유지하기는 어려운 원칙이다. 일상은 수많은 자극으로 둘러싸여있고소비가 주는 말초적 행복은 포기의 좌절보다 달콤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비워내야 할까. 어디까지만 열망해야 할까. 계속 비워내고 포기해야 한다면 미니멀리즘은 풍부한 삶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숱한 의문 앞에서 미니멀리즘이란 흔들리기 쉬운 이상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우리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면서, ‘버림’의 가시성에 도취된 나머지 ‘채움’을 등한시했는지도 모른다. 미니멀리즘이 ‘비움’ 그 자체를 위한 게 아니라 우리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생활 철학인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이 미니멀리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가능성이 넘쳐나는 삶을 누리며 살아가도록 돕고자 책을 펴냈다.


 

그런 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바라본 듯한 문장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말하는 미니멀리즘을 명료하게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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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의하면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행위나 그와 관련한 협소한 가치관이 아니다. 부지런하고 솔직하게 성찰하며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삶의 모양을 찾아 나가는 소거법에 가깝다.

 

물건을 비우는 것은 물리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한다.

 

물건을 비우는 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중요한 단계인데,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 비용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입하고 유지하는데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뿐만 아니라 자기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어려운데서 오는 수동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한 삶에서 오는 모든 비용 말이다.

 

저자는 물건에서 시작하여 ‘진실’, ‘자신’, ‘가치’, ‘돈’ ‘창의력’,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로 미니멀리즘을 삶 전반의 생활방식으로 확장한다. 책 전체를 통틀어서 물건을 비워나가는 구체적인 방식과 사례가 소개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자기에게 의미 있는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을 소개하는 것에 있다.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의 기준으로 무용한 것을 비우고 앞으로 채워나갈 유용한 것들을 상상하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책 사이사이엔 많은 메모가 적혀있다.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하고 어떤 삶의 형태를 원하는지에 관한 솔직한 상상의 흔적이다.

 

 

최근 뉴질랜드에 다녀왔다. 아침저녁으로 건강한 식사를 만들어 먹었고, 호수와 바다에서 매일 수영을 했다. 햇볕이 좋은 날엔 태닝도 잊지 않았다. 원초적 본능에 가까운 감각들이 그 무엇보다 좋았다. 그 감각을 계속해서 느끼는 게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구나.

 

서울은 그것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 같다. 막연한 환상과 주변의 기대로 서울을 너무 고집한 건 아니었을까. 숨 막히는 인파와 대도시의 냉랭함에 지친 적이 훨씬 많았는데. 서울이라는 명성과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 나에게 중요한 여유를 지나치게 잃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른 환경, 다른 삶의 방식은 없는 것일까.


 

메모를 쓰면서 이 책은 진실한 거울과 같다고 생각했다. 지나친 솔직함을 마주했다는 사실 자체로 삶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용기가 스쳤다.

 

삶은 내면이 곡해되지 않고 온전하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리즘은 그 여정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내 삶으로 들일지 진실되게 성찰하고, 그것을 수행할 용기가 깃들 수 있다.

 

조금 더 간결해지고 또렷해진 각자의 세상이 많이 피어나길 바라게 된다. 그렇게 생겨난 여유엔 서로를 향한 무한한 사랑이 깃들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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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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