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미술 사는 이야기

신생공간이라는 사건
글 입력 2024.04.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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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책을 발견했다. 목탄인지, 연필인지 모를 한 재료로 거칠게 종이를 긁어놓은 듯한 '작품'이 있는 표지다. 도대체 뭘 나타낸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래 자그마한 제목이 있다. '미술 사는 이야기' 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부제목이 있다. '- 신생공간이라는 사건과' 라는 것이다. '신생공간?' 이 말 또한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마 미술에 대한 책인 것 같은데, 신생공간은 무슨 말인지, 그리고 그게 사건이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묘하디 묘한 책이 궁금하다.

 

책을 열어봤다.

 

 

미술 사는 이야기_평면 표지(C300).jpg

 

 

먼저 이 '신생공간'이라는 게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았다. '신생공간'은 다음과 같다.

 

 

2010년대 서울의 홍대, 종로, 중구 등지의 공장지대, 시장통, 주택가 골목에 미술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신생공간'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들 공간은 1980년대에 태어나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함께 미술 대학을 졸업하며 사다리를 걷어차인 작가들이 자생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중략)

 

1990년대에 경직된 주류 미술에 대한 대안을 표방하며 등장한 대안공간 운동과 달리(93쪽), 각 공간이나 작가의 산발적 플레이가 어떤 흐름을 형성하며 '신생공간'을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바꾸었다.

 

 

즉 '신생공간'은 201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나타난 새로운 미술공간을 이야기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없었던 신흥 예술가들이 생활에 밀접한 공간에서 자신의 미술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 유지원은 그들에 대한, 그곳에 대한, 이 시대에 대한 시선을 풀어낸다.

 

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먼저 책이라는 느낌보단 잡지 내지 신문의 느낌이 나는 내지를 가지고 있는데, 글자들이 빼꼭하게 '신생공간'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감상을 쓰고 있다. 굿즈라던가, 컬렉션이라던가 하는 상품적인, 최신의 미술 트렌드에 대한 소회도 밝힌다. 간간히 들어있는 전시회와 작품과 포스터의 사진은 새로운 미술에 대한 작가의 기억을 더듬거린다.

 

가장 흥미로운 건, 이 책의 마지막에 '미술 사물 도감'이라는 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백과사전의 도감류가 아니라, 전시회 팜플렛을 첨부하고 그것의 설명을 독자가 읽게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마치 그 전시회에 가는 것 같다. 글자가 아주 작아서 보기엔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대미술 전시회를 차곡 차곡 보러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

 

뒷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드로잉들은 노르께한 벽지에 걸려 있고,

조각들은 공간박스에 겨우 들어가 있다.

스티커와 도록은 장롱에 가득!

 

 

말로 적혀있지만 곱씹으니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빠르게 휘갈긴 크로키가 벽지에 걸려 있고 박스 안엔 온갖 작품의 흔적들이 꽉 차 있는 것이다. 각종 전시회를 다녀왔던 기록의 스티커와 도록은 장롱에 차곡차곡, 혹은 정신없이 들어차있다. '신생 예술가'의 방 풍경이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내 방에도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모두가 '신생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걸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술 사는 이야기>는 미술에 대한 정형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신생공간에서 발생한 신생미술에 대하여 작가의 시선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따라서 미술에 대한 지식, 미술 작품에 대한 해석보다는 현대에 이르러 미술이 흘러가는 공간들과 그것의 양상에 대하여 파악하고자 하는 탐구심을 토대로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PRESS.jpg

 

 

[윤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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