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압도'의 경험으로 재탄생한 프랑켄슈타인 – 프랑켄슈타인 10주년 기념공연

글 입력 2024.07.0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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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대한민국의 대표 창작 뮤지컬로, 2024년 6월 5일부터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막을 열었다. 10년동안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온만큼 이미 여러번 회자되었던 이번 작품은 10주년을 기념해 더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돌아온다.


초연부터 흥행을 이끌었던 유준상이나, 높은 인물 이해도로 호평을 받았던 규연, 전동석이 이번에 다시 빅터 역할을 맡게 됬었고, 신성록도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의 빅터를 연기할 예정이다.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에는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박은태와 카이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이해준과 고은성도 합류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게 되었다.


이밖에도 선민, 이지혜, 최지혜, 전무시, 장은아, 김지우, 이희정, 문성혁, 김대종, 신재희 등 탄탄한 실력의 배우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8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인 ‘프랑켄슈타인’은 시대를 거쳐 다양하게 각색되고 변주되며 수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머리에 커다란 나사를 박은 녹색 괴물의 이미지로 흔히 대표되지만, 생명의 창조라는 모티프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원형적이고 고전적인 모티프로 다양한 작품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흥미로운 모티프를 어떤 모습으로 재해석하여 서사를 이끌어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이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간일 것이다. 기존의 이야기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식으로 금기를 뛰어넘은 존재들이 표현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재연되고 흥행했던 작품인만큼 과거와는 달라진 기술력과 연출력을 확인해볼 수 있어 이미 이 뮤지컬을 관람했던 관객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인간의 시체를 기워 되살리거나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인문학적인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다. 인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이고, 비가역적인 현상으로만 여겨지는 인간의 죽음은 초월될 수 있는지. 만약 그렇게 태어난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등. 즐거운 상상들이 많이 가능해진다.


극중에서는 서사가 흘러가며 모종의 이유로 인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활용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게 되는데, 이 존재는 무엇이라고 규정될 수 있을까. 그는 여전히 친구일까 그저 괴물일까. 괴물이라는 것은 죽었다가 불완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체인 그에게만 어울리는 말일까? 시체를 기워 생명체로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은 어떤가. 그리고 전쟁 종식 이전부터 인간 신체의 재활용에 관한 연구를 허용했던 권력자들은? 권력과 결탁하여 눈을 가리고 판결을 내린 판관들과 그 당시 사회 시스템은? 괴물과 인간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인간의 구분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각자의 고민과 방식대로 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연출 영역 중 ‘되살아난 존재’를 좀비와 유사한 형태로 표현하는 지점이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움과 의문이 남는 부분이다. 초반부 씬에서는 시체들이 전기 자극을 주자 기괴하게 몸을 꺾는 모습이 꽤나 어울려보였다. 금지된 실험을 시행하는 실험실의 풍경과 기괴한 존재들을 표현하는 양식으로써 효과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이 앙리를 기워 생명체를 탄생시켰을 때도, 움직이지 않는 관절을 기괴하게 꺾고 등장인물의 목을 물어 뜯어먹는다든지, 고전적인 형태의 좀비로 표상되는 연출을 시도한 것은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되살아난 존재, 인간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아닌 존재, 그 경계에 있는 존재로써 좀비는 쉽게 연상될만하고 소재가 될법하지만, 프랑켄슈타인에서 표현되는 괴물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져 아쉬웠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CG작업 등을 통해서 사후적으로 처리할 수 없고 소품과 분장 등을 활용해 현장에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2부에서 주연배우들이 완전히 다른 역의 배우를 연기하기도 하는데, 말투와 의상까지 바꿔 완전히 거리감이 있는 인물을 연기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혼동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서사 구성의 측면에서도 과거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는 등 다소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극 자체가 꽤 긴 볼륨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인터미션 이후 1부와 2부의 톤이 변화되는 지점도 있다보니 일시적으로나마 집중력을 흐릴 수 있는 측면이 존재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사진.jpg

 

 

다소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이번 공연은 그런 것들을 훨씬 상회하는 역량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나는 이전에 대형뮤지컬의 매력이 ‘낭비’에 있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오늘은 표현을 정정해야겠다. 대형 뮤지컬의 매력은 ‘압도’에 있다.


1인극이나 작은 극장에서 진행되는 뮤지컬은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이 있지만, 스케일과 자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커다란 공연장은 작품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고, 거대한 벽에 영사되는 영상들과 직접 제작한 기계장치들, 그리고 많은 수의 배우들이 동원된 씬과 넘버는 다른 장르와 비교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 특히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하이라이트 씬들을 보다보면 그야말로 뮤지컬이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빼앗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배우들이 곳곳에서 펼쳐내는 연기와 춤과 노래, 도저히 한 눈에 담기 어려울만큼 무대를 꽉 채우고 이루어지는 장면은 어떻게보면 일종의 낭비다. 주연배우들이 춤추는 것을 보다보면 뒤를 꽉채우는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으로만 흘러가고,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을 따라가다보면 필연적으로 다른 장면들을 놓치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절에 할머니댁에 갔을 때처럼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한상가득 푸짐히 차려놓고 다같이 나눠먹을 때만의 풍성함이 있다. 비싼 음식을 한 입씩 아껴가며 먹는 맛도 있지만, 입 안 가득 볼 빵빵하게 맛볼때만 느낄 수 있는 만족감도 있다. ‘낭비’될만큼 압도적인 스케일이 선사해주는 풍성한 만족감 같은 것이 대형 뮤지컬의 장점이고 나는 종종 그것이 좋아 뮤지컬 무대를 찾았다.


이번 공연, 프랑켄슈타인 10주년 기념공연은 그러한 나의 감상을 '압도'라는 표현으로 보충하게 만들었는데, 그 차이점은 연출의 탁월성과 효율성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 분배의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관객의 시선과 사고흐름에 맞춰 노련하게 유도하고 안내하는 연출 솜씨를 느꼈다. 여전히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었지만 단순히 숫자로만 규모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연출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무대를 구성해내었다는 것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사진_제공EMK뮤지컬컴퍼니.jpg

 

 

예를 들어보자면, 극중 주연배우는 자신이 설계한 거대한 기계장치를 통해 생명을 창조한다. 물론 탄탄한 연기와 서사가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지만, 그때 사용되는 기계는 그 존재만으로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더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장치는 처음부터 전부 전원이 들어온채로 관객에게 자신의 위용을 자랑하지 않는다.


배우가 절규하면서 자신의 방(연구실)로 뛰쳐들어가 왼쪽 아래의 기계장치를 만지면 조명이 들어오며 부글부글 유리관에 액체가 끓어오르고, 오른쪽의 핸들을 돌리면 유압 실린더가 작동하며 장치가 동력을 얻기 시작하고, 또 다른 장치를 만지면 윗층까지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관에서 연기를 뿜어낸다. 또 힘을 주어 쇠막대기를 밀어내면 그가 창조할 생명체의 시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식으로 이루어지는 연출들은 그 큰 무대와 다양한 장치,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도 관객이 지금 어디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정확하게 지칭해준다. 만약 규모가 작은 공연에서 이같은 방식들을 사용했다면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구성해낸 효율적인 연출이라고만 생각했겠지만, 이번 공연은 수많은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연기가 집중력있게 관객에게 다가오도록 밀도높게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든, 기본에 보던 뮤지컬들보다 규모가 큰 대형 뮤지컬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관객이든, 뮤지컬을 사랑하고 이미 다양한 작품을 향유하는 애호가에게든, 이번 프랑켄슈타인 10주년 기념공연은 즐거운 공연 경험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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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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