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묘하고 기괴한 꿈같은 이야기 -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기묘하고 기괴한, 그래서 빨리 깨어나고 싶은 꿈 이야기
글 입력 2024.03.10 14: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기묘하고 기괴한 꿈같은 이야기 기묘하고 기괴한, 그래서 빨리 깨어나고 싶은 꿈 이야기


 

종종 ‘꿈’이라는 것이 나를 초월하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꿈에서는 깨어 있을 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때때로 누군가에게 쫓기기도, 말도 안 되는 아포칼립스 상황에 방치되기도, 인외적인 존재와 대화를 하기도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깨어나서는 흐릿하게 ‘뭔가 이런 꿈을 꾼 것 같은데…’ 하며 한 장면만을 불투명하게 기억하는 경험을 하는데, 이 책은 불투명한 악몽을 세세하게 하나하나 기록해 둔 느낌이었다.

 

책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현실의 조각난 틈에, 강박과 집착에 집어삼켜진 삶들, 그 부서진 세계를 섬뜩하게 그려 낸 환상 호러 소설집이다. 읽기 전엔 ‘환상 호러 소설집’ 중 ‘호러’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춰 공포, 스릴러의 장르가 펼쳐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환상’이라는 단어에 무게가 더 실려 있는 기괴해서 찝찝한 기묘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은 그 이후의 상황을 추측하게 만드는 결말들의 나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묘하게 결말에 틈이 있는 느낌. 찝찝한 완결 사이로 보이는 틈을 파고들어 작가가 만들어둔 결말 보다 더 어두운 내용을 스스로 상상하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결말 후의 삶을 어둡고 비극적인 결말로 만들어 내고, 마침내 나는 상상 속에서 그들의 삶을 파멸로 몰아넣고 말아버린다. ‘그래서 이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는가, 인외적인 존재들에 의해 당해 돌아올 수 없는 삶인가, 그저 혼자 망상에 빠져 끝없이 홀로 추락하고 있는가.’

 

이 책과 작가를 소개하는 말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작가 ‘브라이언 에븐슨’은 각각의 이야기와 그 속에 그려진 삶들은 고유하며 서로 연결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은 각각이 서로의 단서로, 데자뷔로 기능한다.

 

*다만 이 이야기들에 나오는 구멍과 틈을 주의할 것. 그것들은 단순한 구멍과 틈이 아닌 어떤 사악한 변신을 위한 통로이므로.

 

 

이 내용을 보고 나니 작가가 의도적으로 만든 틈에 빠져서 끝없이 파멸의 길로 향하는 결말을 상상하기 때문에 찝찝하고 기묘한 꿈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러의 시작은 의심 호러는 의심이라는 작은 씨앗이 움트면서 일어나는 것


 

책 속에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를 읽다 보니, 호러는 의심에서 시작된다고 느껴졌다. 의심이라는 씨앗에 상상력이라는 비료를 더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불안감이 무한하게 뻗어가는 상상력에 덧씌워지며 공포라는 감정에 휩싸이는 것. 그것이 호러의 시작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은 특히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중 [새어 나오다]라는 이야기를 보면서 느꼈다. [새어 나오다]라는 소설 중엔 이러한 내용이 등장한다.

 

 

벽난로가 가까이 있어서일까. 두 손으로 집어 올려 살펴보니 담요보다는 무언가의 껍질에 더 가까웠다. 안쪽으로 들어가 입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사람 크기였으며, 사람 형체이기도 했다.

 

라르스는 마치 무언가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물체를 떨어뜨리고 의자에서 몇 걸음 물러섰다. 순간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그 껍질에서 멀어질 때마다 점차 안도감이 찾아왔다. 누가 장난친 거겠지, 라르스는 그렇게 혼잣말을 해 보았다. 그냥 괴상한 의상일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는 다른 의자에 자리 잡았다. 떨림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기가 겪고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분간이 되지 않는 그 모호한 경계에 걸쳐져, 본인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시작된 의심은 이게 무엇인가 상상하게 만들고 피어나는 불안감으로 인해 공포라는 감정을 마주한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호러라는 장르와 유사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호러 소설집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이렇게 주인공들의 의심에서 시작된 불안정한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독자는 그런 주인공들의 심리에 동조하여 함께 공포스러운 불안감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호러답다’고 느꼈던 책이었다.

  

 

 

새벽,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환상 호러 소설집의 몰입감을 더하는 방법


 

책 내용과는 별개로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내용과 맞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소설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데, 소설 속 주인공은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내 시야는 너무 밝고 평화로운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한 공간이다 보니 이질적인 감정이 들어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 책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 느꼈고, 그날 저녁 다시 책 읽기를 시도했다.

 

새벽,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불을 다 끄고 스탠드 조명을 하나 켰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미스터리 호러 영화에 나올 법한 BGM을 찾아 백색소음처럼 자그마하게 틀어 나의 기분도 책에 맞췄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비로소 책의 감성이 진하게 느껴졌다.


만약, 이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를 읽는다면 더욱 책에 몰입하기 위해 소설에 배어 있는 어둡고 기묘한 무드에 맞춰, 읽는 환경을 조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곽미란.jpg

 

 

[곽미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9.11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