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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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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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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영화감독이 만든 <극장의 시간들>을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보고 왔다. <극장의 시간들>은 세 편의 단편영화로 이루어져 있고 그 단편영화의 처음과 끝에 프롤로그, 에필로그의 형식 같은 더 짤막한 단편영화가 존재한다. 그러니 총 크고 작은 네 편의 단편영화를 보고 왔다 말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첫째, 모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 내가 영화를 보고 온 ‘씨네큐브 광화문’이 모든 단편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것, 셋째,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화를 사랑하고 극장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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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영화는 오랜 친구와 같은 것이다”


 

이종필 감독의 단편영화 <침팬지>에는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고도, 모모, 제제. 광화문의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고도, 모모, 제제는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되고 함께 영화를 보며 감상을 나눈다. 이들은 이렇게 2000년 서울 광화문의 극장 안에서 우정을 쌓는다.

 

이때 이들이 흥미를 가진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침팬지 이야기’이다. 고도는 책방에서 발견한 침팬지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 세 명의 인물은 그 침팬지가 실존하는지, 이것이 맞는 이야기인지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렇게 흘러간다. 이들은 침팬지를 찾기 위해 동물원에 들르고 그 동물원 지하에서 갇혀있는 침팬지를 확인한다. 이야기를 두 눈으로 마주한 것이다. 그 후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홀로 남겨진 고도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한다. 하지만 동시에 고도는 그 과거의 이야기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진다.

 

영화란 무엇일까? <침팬지>는 영화가 오랜 친구와 같은 것이라 말한다. 오랜 친구와 같은 것이라 함은, 고도와 함께했던 모모, 제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극장이라는 한 공간 안에서 우정을 쌓고 영화를 보고 감상을 말하고 이야기를 즐겼다. 시간은 흘러도, 실제했던 친구는 사라지더라도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남고 추억이 남고 그것이 결국 이야기가 되는 것. 영화는 이런 게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침팬지>의 침팬지는 메타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침팬지는 이야기를 상징하고 더 나아가 영화를 상징한다. 침팬지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상대로 침팬지를 그려놓던 인물의 모습은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이야기만 듣고 영화를 상상하는 관객의 모습과 닮아있고 실제 침팬지를 보러 간 인물들은 극장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 훗날 그 침팬지가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것을 자신이 확실히 본 것인지 의문을 가하는 인물은 아주 오래 전 스쳐가며 본 영화를 떠올리는 관객을 떠올리게끔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 이 이야기가 자신이 아닌 또 다른 사람에게 가닿는 <침팬지>의 결말은 자신의 이야기가 세계를 확장해 다른 이의 이야기로, 다른 세계의 일부분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참 좋았다. 그때의 공간이 씨네큐브 광화문, ‘극장’이라는 것도 관객과 감독, 배우에게 극장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만들어 인상 깊은 결말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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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자,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레디…액션!”


 

윤가은 감독의 단편영화 <자연스럽게>는 일곱 명의 아이들과 그들을 진두지휘하며 아역의 연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감독이 등장한다.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 특히 여자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써온 감독이고 윤가은 감독은 모든 영화에서 아이들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한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의 말투나 행동, 눈빛이 현실에서 느껴본 것처럼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는 윤가은 감독의 이러한 장점이 매우 잘 녹아든 영화였다. 아역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과 그것을 최대한 잘 지도하려는 어린 감독, 그 둘 사이의 유대와 아이들이 말하는 연기가 나는 잘 모르는 세상의 모습이었기에 매우 재밌었고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무척 좋았다.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정말 ‘자연스럽게’ 담아낸 영화가 <자연스럽게>인 듯싶었다.

 

영화는 때때로 매우 현실적이고 현실보다 더 자연스럽기 마련이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감독과 어린 배우는 어떻게 유대를 쌓을까?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매번 궁금했는데 <자연스럽게>를 통해 재밌는 추측을 할 수 있어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흥미로웠다.

 

영화는 수미상관으로 끝난다. 친해지기 전 주위를 살피던 소희의 눈동자는 영화의 끝에 가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뛰어놀며 주위를 살피는 눈동자로 변한다.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윤가은 감독만의 수미상관 구조도 재밌었다. 더 재밌었던 건 씨네큐브 광화문 극장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는 연기를 하는 아이들과 감독, 스태프의 모습이었는데 이때 정말로 윤가은 감독이 나와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생각지 못한 장면이라 더욱 좋았다. 윤가은 감독의 세계관, 윤가은 감독이 만들어내는 아이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관객으로써 윤가은 감독이 직접 자신의 영화에 나와 목소리, 모습을 짧게나마 비춘 것만으로도 매우 인상 깊었다.

 

다만 <자연스럽게>를 관람하며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 도구와 스태프, 감독이 만들어내는 세계 속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기 위해 노력하며 가끔 감독의 말에 재미난 토를 달고 대배우 못지않게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늘어놓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존중하며 연기하는 자세에 대해 묻고 이들을 이끄는 선장이 된 감독의 모습 역시 아이들 못지않게 사랑스러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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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간 “너야말로 안 변했네. 그 시절 얼굴이 그대로야”


 

장건재 감독의 단편영화 <영화의 시간>은 영화를 제작한 모든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시작된다. 영화의 크레딧을 처음부터 짚고 넘어가는 점이 인상 깊었고 이름을 부르며 영화 속으로 점점 몰입되는 느낌 역시 신선했다.

 

<영화의 시간>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우연과 영화일 테다. 우연과 영화는 이화여자고등학교 동창생으로 어렸을 적엔 무척 가까웠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멀어진 사이다.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만나게 되고 영화는 우연의 배려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게 된다.

 

‘영화’라는 인물의 이름처럼 영화는 영화를 의미한다. ‘우연’이라는 인물의 이름처럼 우연은 우연을 의미한다.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가기까지, 어렸을 적에는 재밌게 봤던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정도 크고 난 뒤 다시 ‘우연’한 계기로 극장에 들르고 ‘영화’를 보게 되는 사소한 일상을 <영화의 시간>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느꼈다.

 

영화는 우연이 골라준 영화를 보며 극장 안에서 잔다. 자는 사람은 영화뿐만이 아니라 극장 안에 있는 모든 인물이다. 재미난 설정은 이때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무대 위로 올라와 잠을 자는 관객들을 향해 영화에 대한 소개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감독의 속사포가 재밌어서 관객들과 함께 웃은 기억이 난다.

 

영화는 우연을 만나며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비가 오는 날, 씨네큐브 광화문 극장 앞, 사람들은 비에 젖지 않기 위해 극장 건물 앞에 서 있고 이들은 비에 다 젖은 영화를 부르며 손짓한다. 영화는 극장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내어준 자리에 서서 멍하니 빗물을 말린다.

 

<영화의 시간>은 세 편의 단편영화 중 ‘극장’이라는 공간을 여러 갈래로 재해석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극장은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 수 있는 공간, 기대감에 찬 이들을 매일 같이 마주하는 공간, 누군가의 일터이자 오래도록 지속해온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와 우연이 저녁을 약속하고 극장을 나서며 영화는 끝이 나지만 왜인지 이들이 다시 극장에서 만날 것 같다 느꼈다.

 

요즈음 들어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더욱 줄어든 나로써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본 <극장의 시간들>은 내게 영화가 무엇인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렇기에 영화와 이야기, 극장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극장의 시간들>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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