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도 킹키하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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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관객이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을 생생히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매력적이다. 배우가 쏟아내는 온전한 에너지가 관람하는 이들에게 가닿기 때문이다. 가끔은 뮤지컬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과 뮤지컬을 관람하는 내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의 열정과 반짝거리는 인물을 볼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을 소개해 볼까 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킹키부츠>이다.
<킹키부츠>는 영국 노샘프턴 구두 공장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뮤지컬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사랑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킹키부츠>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 뮤지컬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재미도 재미지만 이 뮤지컬은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킹키부츠>의 어떠한 점이 이렇게나 매력적인지 오밀조밀 이야기해 보겠다.
1. 못난 아들
<킹키부츠>에는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와 드랙퀸 ‘롤라’가 등장한다. 우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엉겁결에 구두 공장의 사장이 된 인물이다. 그는 여자 친구와 함께 런던으로 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내려오게 된다. 롤라는 드랙퀸이다. 공장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던 찰리 앞에 등장하며 찰리의 제안으로 구두 공장의 디자이너가 된다.
이 둘은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실은 비슷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부담은 아버지에게서부터 나온다. 찰리의 아버지는 찰리가 구두 공장을 이어받길 원했지만, 찰리를 온전히 믿어주진 않았다. (극이 전개되며 찰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죽기 전 공장을 팔아버리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롤라는 아버지의 바람에 따라 복서로 활동했지만 롤라가 원하는 길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바라는 모습이 될 수 없었던 롤라와 아버지에게 믿음을 받지 못했던 찰리. 이 두 인물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 가야 할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자신을 못난 아들이라 칭하며 두 인물이 서로 호흡해 부르는 넘버 Not My Father's Son
에는 이러한 가사가 있다.
하지만 난 깨달았어
괜찮다고 이대로
지금 내 모습 이대로
나는 못난 아들
그가 원했던 모습이 아냐
내 모든 걸 바쳐 원하고 원해도
난 될 수 없었어
만약 이들이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더라면 어떠한 삶을 살게 됐을까? 아버지는 행복하더라도 그들은 절대 행복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부터 <킹키부츠>의 묘미가 펼쳐진다. 남들과 다르더라도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걸어 나가는 두 인물의 모습은 그것을 보는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그러면 지금부터, 무엇이 그들을 걸어갈 수 있게 했는지 살펴보자.
2. 열정
삶에서 ‘열정’은 어떤 의미일까?
여자 친구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 갔을 때, 찰리에겐 열정이 없었다. 그저 여자 친구를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노샘프턴에서의 찰리는 명령이 입력된 기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정하고 공장 직원과 함께 킹키 부츠를 만든다. 런던에서의 찰리와 노샘프턴의 찰리는 왜 이렇게까지 달라졌을까?
찰리에게 ‘열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찰리는 사장님이라는 단어도 어색해했던 인물이었다. 구두 공장을 물려받는 것도 원치 않았다. 공장을 물려받은 후, 찰리는 우연히 롤라를 마주친다. 롤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히 알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이 어떤 걸 원하고 좋아하는지 몰랐던 찰리에게 롤라이자 사이먼이라는 동료는 ‘열정’의 의미를 일깨워준 인물이었을 것이다.
찰리는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후에도 아버지의 틀 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롤라를 만난 후 ‘킹키부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열정’이 생긴다. 또 그 과정에서 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공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찰리는 구두 공장에서 본인의 열정뿐만이 아니라 공장 직원들의 열정, 롤라의 열정, 구두 공장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을 깨닫는다. 아버지가 죽기 전 구두 공장을 팔려 했단 사실을 알았을 때도 찰리는 구두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킹키부츠 넘버 Everybody Say Yeah
에서 찰리는 이렇게 외친다. 아빤 항상 말했지
내가 가야 할 길
근데 한 번도 날 믿어주진 않았지
아빤 여길 포기했어
뭐, 이젠 용기를 낼 거야
이 기회를 잡겠어
전부 잊고 새 운명을 향해
뛰어갈래
일에 대한 열정이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잡을 용기가 찰리에겐 있었던 것이다. ‘열정’은 삶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것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더불어 그 기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고여 있기보다 스스로 변화하기를 선택한 찰리의 모습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3.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꿈을 따라 자 날아올라
네 열정에 불을 붙여봐
삶의 축제 날개를 펴네
가끔 넘어질 땐 내 손을 꼭 잡아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함께
함께 해
킹키부츠 넘버 Raise You Up
에 나오는 가사이다. 이 말은 비단 서로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다. <킹키부츠>를 보는 관객들에게 건네는 응원이기도 하다. <킹키부츠>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극 중 롤라는 자신을 비웃는 ‘돈’에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숙제를 준다. 돈은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 롤라의 말을 따르고 공장 직원들이 외면한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어른이 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이 말은 돈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킹키부츠>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과 또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킹키부츠>의 롤라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우리의 시선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그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롤라의 조언은 돈을 성장시킨 말이었고 동시에 용기를 준 말이었을 것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가장 먼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거나 타인을 배척하면 그 행동의 결과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돌아온다. 하지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용기가 생길 것이고 그 용기는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4. 마지막으로...
<킹키부츠>는 인물과 관객이 동시에 성장하는 뮤지컬이다. 아빠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롤라와 찰리는 부담과 압박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원하는 것을 모르고 열정 없이 살아왔던 찰리는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현 사회 청춘들이다. 열정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가는 찰리의 변화는 곧 우리들의 미래가 될 것이고 롤라가 전하는 메시지는 ‘나’를 응원하는 말이 될 것이다.
내가 <킹키부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뮤지컬 속 인물이 나를 듬뿍 위로해 주고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넘버의 가사를 곱씹으면 그 가사의 메시지가 나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라는 표현처럼 우리 청춘들이 포기하지 않고 불타는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지냈으면 좋겠다. 꿈과 열정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재료이자 삶의 열쇠이다. 자물쇠로 걸어 잠근 삶을 한 번쯤 풀어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그러면 마지막으로... 오늘도 킹키하라!
[김예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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