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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야망은 언제 비호감이 되는가 - 마티 슈프림 [영화]

아이러니하게도, '탁구'가 아니라 '타인'이 수단이 된다

by 이지연 에디터
2026.08.01 15:04

포스터 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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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은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티 슈프림

Marty Supreme

2026. 07. 01.


 

티모시가 탁구치는 영화. 재밌다.

 

딱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씨네Q를 찾았다. 모범생이 핑퐁하는 영화가 어떻게 재밌다는 건지 궁금했다. 최근 들어 영화의 예고편을 확인하지 않는 고집이 생겼고, 스스로에게 허락한 것은 줄거리와 포스터 정도였다. 그렇게 한강을 지나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혼자만의 추리극이 시작됐다. 포스터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오묘했기 때문이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런닝을 입고 콧수염을 달았으면서 눈에는 샌님 안경을 얹었다. 그 와중에 주종목은 탁구란다. 의문은 커져만 갔다. 탁구치는 프레디 캐릭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가장 높은 곳으로!"

 

탁구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마티 마우저는 굴욕적인 패배 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공을 손에 넣기로 결심한다. 최고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지옥까지 질주하는 마티 마우저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줄거리까지 보고 나서야 대충 감이 잡혔다. 그래, 이건 체육인 버전의 「위플래쉬(2014)」구나. 앤드류가 드럼채를 들고 자신의 영혼을 부수었듯이 마티는 탁구채를 들고 광기 어린 야망을 보여주겠구나. 그렇다면 재밌다는 후기도 이해가 간다고 생각하며 영화관에 도착했다.

 

그렇게 상영이 시작됐고 10분 만에 눈썹 앞머리가 모였다.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는가 싶어서였다.

 

오프닝에 정자가 나온다. 어떠한 비유가 아니다. 정말로 성교육 시간에나 보던 교육 영상 비슷한 게 나온다. 마티는 자신이 일하는 신발가게에서 애인과 몰래 섹스를 하고, 그의 정자가 난자로 향한다. 카메라가 점점 줌아웃 되면서 구형의 난자는 탁구공으로 바뀐다. 그리고 테이블에 튕긴다.

 

그때부터 체감할 수 있었다. 이건 미친 영화다. 그것도 '신선하게' 미친 영화.

 

 

 

야망은 항상 허락되는가?


 

크게 두 가지의 경우에 야망이 비판받는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것이 부정한 경우다. 히틀러는 누구보다 커다란 야망을 가졌다. 하지만 비인간적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거센 비난을 받는다. 둘째, 야망은 크지만 나태한 경우다. 성공하겠다고 떠들면서 놀고먹기만 하면 '한심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진정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위의 내용과 정확히 반대로만 하면 응원을 받는다. 목표가 건강하고 진취적이며,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최소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진 않는 것이다. 많은 소년물과 스포츠물의 주인공들도 이러한 문법을 따르며 열렬한 사랑을 받아왔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원피스의 루피, 국내 영화인 국가대표의 스키점프팀 ···.

 

반면, 마티 마우저는 조금 특이한 케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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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로 최고가 되겠다.' 너무나도 건전한 목표다.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겠다는 타노스에 비하면 이 얼마나 바람직한 꿈인가? 게다가 마티는 탁구에 진심이다. 물론 탁구 연습을 하는 장면은 딱히 없지만, 다른 방면에서 최선을 다한다. 대회를 앞두고 수감되지 않기 위해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 뛰어든다. 탁구 대회에 어떻게든 참가하기 위해서 탁구채로 엉덩이를 맞는 수모를 견딘다. 탁구를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만 봤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경기에서 이기면 너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 거야.

 

 

'밀턴'은 마티가 경기에서 이기면 곤란해지는 인물이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이 튀는 마티를 통제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는 남자의 협박에도 가소롭다는 듯 비웃고 다시 탁구공을 쥔다. 연고 하나 없는 일본에서, 돌아갈 비행기 값도 없으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승부가 겨우 끝났을 때 티모시 샬라메가 지었던 찰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환희와 안도, 그리고 상실이 한데 뒤섞인 얼굴이었다. 러닝타임 내내 인물의 목표가 부와 명예인 것처럼 보여졌지만, 그 너머에 가장 지키고 싶었던 '정체성'이 있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적 감동과는 별개로 인물 자체는 여전히 비호감이다.

 

 

 

주인공이 이 정도로 비호감이어도 되나요?


 

마티는 타인의 감정이나 윤리를 고려하지 않는 소시오패스적 성향을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탁구'가 아니라 '타인'이 그의 수단이 된다. 탁구는 아무런 위로도 보험도 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게 취급하고, 정작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도구처럼 쓰다가 버린다. 영화에서는 대표적으로 두 여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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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스톤은 한때 유명했으나 지금은 한물 가버린 배우다. 가득 찬 내면의 공허 속에서 작게 일렁이는 것은 연기에 대한 작은 불씨뿐이다. 본인조차도 거기에 남아 있는지 몰랐을 사소한 불씨.

 

그리고 마티 마우저의 등장으로 인해 불씨에 은근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마티는 그녀가 잃어버린 열정과 재능에 대한 확신, 그리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책 없는 모습을 바보 같다고 여기면서도 비싼 보석 목걸이를 선물한다. 탁구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종의 이유로 마티가 목걸이를 잃고 나서 하나만 더 달라고 조를 때에도 한숨 끝에 자택으로 돌아간다. 위험부담이 따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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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티는 진작에 그녀의 목걸이를 훔쳤다가 레플리카인 것을 알고 허망해했었다. 심지어 그걸 들고 다시 찾아가서 로맨틱한 연기까지 했다. '그냥 팔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당신에게 소중한 거니까... 가지고 돌아왔어요.'

 

무엇보다, 무너진 그녀를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는 점에서 성향이 드러난다. 목걸이를 찾으러 돌아갔다가 그곳에서 엉엉 울고 있는 케이의 모습을 목격한 마티는 지체없이 계단을 내려온다. 그리고 그녀의 부자 남편을 찾는다. 자신을 경기장으로 보내줄 두 번째 루트를.

 

따뜻했던 응원이나 그간 나눴던 정을 생각하면 잠깐이라도 동요할 법한데, 그저 목걸이 배달부에게 변수가 생겨서 일이 꼬였다는 듯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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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미즐러는 마티의 소꿉친구다. 어릴 때부터 마티를 짝사랑해 왔으며, 결혼 후에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서 불륜을 저지르는 캐릭터다. 

 

그녀의 사랑은 불건강한 집착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마티를 망치려 든 적은 없다. 원망하면서 화를 내면서도 막상 경찰이 오면 탈출구를 알려준다. 관심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지만, 동시에 그의 사기행각에 가담하기도 한다. 임산부라는 자신의 상황을 이용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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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티는 그녀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나는 질외사정을 한다.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불같이 화를 낸다. 오프닝에서 정자가 난자로 헤엄치는 것을 관객들이 다 함께 목도했는데도 그렇다.

 

마티가 정말 믿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쓰는 걸까. 이어지는 러닝타임 동안 계속 궁금했다. 그리고 결말까지 보고 나온 지금은 확신한다. 마티는 진작부터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 분명하다. 간절히 바랐던 과업이 끝나자마자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레이첼이 출산한 병원이었다. 그는 갓 태어난 아이의 앞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왜 탁구여야 했을까?


  

영화는 탁구 자체에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다. 탁구의 유래나 규칙, 스포츠 정신의 아름다움···. 이러한 것들은 모두 논외로 다뤄진다. 심지어 라이벌조차도 '강력한 적수' 보다는 '전쟁으로 인해 청력이 손실된 일본의 국민 영웅'이라는 캐릭터로 강조된다. 스포츠 자체보다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소재들을 놔두고 핑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이 영화는 '탁구'라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쉴 틈을 주지 않는 자극적인 전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의 성향, 통통 튀는 개성 있는 연출. 이 모든 것이 리드미컬한 스포츠인 탁구와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시너지를 냈다. 무엇보다 영화의 오프닝과 결말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흰 공으로 매치 컷 되었던 자궁에서 주홍빛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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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경기에서 최종 우승한 뒤 오렌지색 공을 대중화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마티 마우저.

 

아마도 다시는 경기장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어질 삶이 무조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간절히 원했던 우승 트로피는 놓쳤으나, 동그랗고 주홍빛인 '마티 주니어'가 그에게 안겨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끝에서 마티에게 선택권을 남긴다.

 

이기적인 주인공에게 도무지 호감이 가지 않지만 그래도 생명의 탄생을 통해 철이 들기를 바라본다. 비호감의 이유는 처음부터 야망의 유무가 아닌 책임감의 부재에 있었으므로.

 

 

 

컬쳐리스트 이지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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